
정호승의 문장 “선인장은 가장 굵은 가시에 꽃을 피운다” 는 시적 표현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분명한 교훈을 담고 있다. 이 말은 고통이 사라진 자리에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가장 깊은 지점에서 비로소 꽃이 피어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선인장은 선택의 결과물이다. 풍요로운 숲의 나무처럼 넓은 잎을 지니는 대신, 혹독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잎을 가시로 바꾸었다. 그 가시는 상처를 주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형식이다. 인간 역시 삶의 과정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문제는 상처 그 자체가 아니라, 상처를 대하는 태도다. 상처를 핑계로 삶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삶을 견디는 구조로 전환할 것인가의 문제다.
더 주목할 점은, 선인장이 가시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선인장은 방어만으로 자신을 완성하지 않는다. 가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 끝에서 꽃을 피운다. 그것도 가장 굵고 긴 가시 위에. 이는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준다. 삶의 고통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언젠가 의미로 전환되어야 할 재료라는 점이다.
어떤 선인장은 십 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 그 시간 동안 선인장은 누구의 박수도, 격려도 받지 못한다. 성과를 강요받지 않고, 비교당하지도 않는다. 다만 묵묵히 자신의 시간을 견딜 뿐이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쉽게 조급해진다. 노력은 즉각적인 결과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믿고, 꽃이 피지 않으면 실패라 단정한다. 그러나 삶에는 각자의 개화 시기가 있다. 모든 꽃이 봄에 피지 않듯, 모든 성취가 빠를 필요는 없다.
나무의 나이테가 이를 증명한다. 겨울에도 나무는 자란다. 다만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그 겨울에 자란 부분이 오히려 더 단단하고 오래간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드러나지 않는 시간, 고요한 인내의 시간이 결국 한 사람의 인격과 내면을 지탱한다.
이 글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하나다. 삶이 힘들 때 환경을 탓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느끼지 말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고통에 머물지 말고, 그 고통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으라는 것이다. 선인장은 사막을 떠날 수 없었지만, 사막 속에서 자신의 방식을 만들어 냈다.
우리 역시 삶의 조건을 선택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조건을 살아내는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 가시를 증오의 언어로 만들 것인가, 침묵 속의 준비로 만들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꽃은 언제나, 가장 견뎌낸 자리에서 핀다.
오늘도 가시 같은 하루를 견디고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삶은 방향을 잃지 않았다. 꽃은 소리 없이 준비되고 있으며, 그 준비는 결코 헛되지 않다. 선인장이 그러했듯, 우리 역시 언젠가 가장 아픈 자리에서 삶의 향기를 피워 올릴 것이다.

시와늪문인협회 대표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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