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진 자리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단어들이 있다”

박상봉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가 출간됐다. 첫 시집을 마흔아홉에 펴낸 뒤, 예순을 넘겨 두 번째 시집을 내고, 다시 네 번째 시집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업은 언제나 느렸고 우회적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결코 공백이 아니었다. 시인은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시집의 의미”라고 말한다. 새 시집을 계기로 그의 시와 삶을 함께 들어보았다.
Q1. 네 번째 시집을 손에 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를 펴내게 된 소감과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_이원희 기자
A. 성취라는 말은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이 시집은 어떤 결과라기보다 멀리서 바라보는 삶을 선택한 한 사람이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불이 꺼진 자리에서도 여전히 남은 단어들이 있다는 시간의 증언이라 생각합니다. 삶도 마찬가지로 열정이나 욕망이 식은 자리에서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감정들, 그 언어들 곁에 오래 머물렀습니다.”_박상봉 시인
Q2. 시인의 작품에는 ‘멀리서 바라보는 시선’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나무’의 이미지는 무엇을 상징하나요?
A. 그리움과 연민은 제 시의 중심에 오래 자리해온 감정입니다. 다가서는 일보다 응시하는 쪽을 선택해온 삶이었습니다. 저는 늘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이었고, ‘먼 데’를 향해 서 있는 나무에 가까웠습니다. 가까이 껴안기보다는, 끝내 닿지 않음을 견디는 한 나무가 다른 나무를 향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스스로를 태우는 방식이 된다는 것이 제 시의 바탕이 됐습니다.
Q3. 이하석 시인이 이번에도 발문을 맡았습니다.
A. 한 시인의 삶과 시를 함께 꿰어내는 글을 쓴다는 건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 안목과 혜안을 지닌 선배 시인을 곁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제게 여전히 큰 축복입니다. 그의 발문은 제 시를 한 발 물러서서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Q4. 오랜 생계 노동 속에서도 시를 멈춘 적은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A. 편안하게 글을 쓸 방 한 칸 없던 시절에도 종이만 있으면 무엇이든 끄적였습니다. 시를 쓴다기보다, 시를 붙잡고 버텼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시집으로 이어졌습니다.”
Q5. 전작 시집 후반부에 ‘자신의 힘이 아니라 바람의 힘으로 날아야 한다’는 인식이 인상적입니다.
A. 아등바등 살아오며 한 번도 제대로 날개를 펼쳐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또렷이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바람의 힘을 받아야 더 멀리 간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지요. 그 바람 앞에 선 형상이 어느 순간 흩뿌리는 벌판의 나무 십자가로 겹쳤습니다. 그것은 불이 꺼진 자리에서도 아직 남아 있는 단어들이라 믿으며 작업의 피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더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솔직해지기 위해서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상봉 시인의 네번째 시집 '불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는 빠르게 읽기 보다 잠시 멈춰 서서, 지나간 것들의 뒷모습을 돌아보며 불 꺼진 자리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단어들이 있다는 믿음을 한 편 한 편 확인하게 하는 시집이다.
그리움과 연민의 언어로 40여 년을 걸어온 한 시인의 삶을 기록한 시집이며 다가서기보다 응시해온 시간, 끝내 닿지 않음을 견뎌온 태도가 불 꺼진 자리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단어들로 남아있다.
서둘러 넘기기보다, 천천히 곁에 두고 음미하며 읽어 보기를 권한다.

♦ 박상봉 시인
1958년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났으나 출신지는 경북 청도다. 1981년 『시문학』 추천을 받았으며, 박기영ㆍ안도현ㆍ장정일 등과 동인지 『국시』로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1985년부터 5년간 북카페ㆍ문화공간 ‘시인다방’을 경영하면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했다. ‘산아래서 詩누리기’를 비롯한 ‘시인과 독자의 만남’을 200회 이상 기획ㆍ진행했고, 서울ㆍ대구ㆍ구미 등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문학활동과 문화운동을 펼쳐왔다. 시집으로 『카페 물땡땡』 『불탄 나무의 속삭임』 『물속에 두고 온 귀』를 펴냈으며, 『물속에 두고 온 귀』로 제34회 대구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출판사 서평
■통함의 언어를 천착하는 시인!
박상봉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에 수록된 51편의 시에는 연애 감정의 파문이 스며있다. 사물이든 풍경이든 결국 인간의 모습을 대하든, 시인의 눈길은 그리움과 연민에 젖어 있다. 사물이든 풍경이든 결국 인간의 모습이든, 서로 소통하면서 한 풍경 속에서 일체화를 이루는 걸 꿈꾼다.
박상봉의 시에는 “사랑은 꼭 말로 해야 하나?”라는 반문의 감정이 엮이고 얽혀 있지만, 결국은 언어를 통해 드러내져야 함을 인식한다. 이는 실제와 언어의 괴리를 고심하는 시인의 화두이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박상봉 시인은 침묵과 말하기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의식한다. 박상봉은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의 구조를 헤아리면서 서로 통함의 언어를 천착하는 낭만적 시인인 것이다.
■간절함으로 쌓아올린 사랑의 탑!
박상봉은 소통을 통해 대상과의 일체화를 꿈꾸는 시인이다. 그에게 시는 소통과 일체화를 위한 매개체다. 비록 ‘허공을 잡은 꽃’이지만, 결국은 그 손아귀의 힘으로 벽을 기어오르는 게 가능한 것은 일체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손아귀’에 힘을 주는 지극한 마음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가장 긴요한 게 간절함이다. 간절은 매우 지성스럽고 절실한 것이다. 박상봉 시인은 자연이든 사물이든 사람이든, 소통과 교감을 위해서는 간절함이 절실하게 작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박상봉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는 간절함으로 쌓아올린 사랑의 탑이다. 박상봉의 시에 깃들어 있는 모든 연애의 말이 절실하고 민감한 것은 소통을 바라는 시인의 간절한 몸짓이 깃들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
박상봉 시인은 1981년 박기영, 안도현, 장정일 시인 등과 함께 ‘국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85년부터는 대구 봉산동에 ‘시인다방’을 열고 젊은 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도모했다. ‘시인다방’은 당시로는 드물게 문화공간을 겸하는 북 카페였다. 그 무렵부터 뛰어난 문화기획자의 자질을 발휘하기 시작한 박상봉 시인은 ‘산아래서 詩누리기’와 ‘시인과 독자의 만남’을 200회 이상 기획ㆍ진행하고 서울ㆍ대구ㆍ구미 등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문학 활동과 문화운동을 펼쳐왔다.
2007년, 마흔아홉에 첫 시집을 펴낸 박상봉 시인은 예순을 넘긴 2021년 두 번째 시집을 상재했다. 2023년, 세 번째 시집 『물속에 두고 온 귀』에 이르러 박상봉의 시는 엄청난 변화를 보이며 자신만의 확실한 작품세계를 갖추었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안정적으로 구조화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해낸 시편들을 창작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시마(詩魔)에 걸린 것처럼 박상봉 시인은 수준 높은 작품들을 쏟아내다시피 했으며, 그 결과물을 가려모아서 이번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를 우리 앞에 내놓았다.
목차
1부 햇볕 한 뼘 더
박꽃 / 이명 / 빈방 / 그 여름의 문밖 / 무밭 / 짐 자전거 / 봉지 날다 / 고양이 의자 / 빗소리의 잠언 / 물소리 생태숲 / 폐염전 / 풍각 오일장 / 죽방렴
2부 몰약 같은 가을의 사랑
앵강 연서 / 화양연희 / 인월 / 내가 아이일 적에 / 블라디보스톡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 앵강다숲 꽃무릇 / 시락국 / 가을의 사랑 / 콩나물 국밥 /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 / 저녁의 점자 / 돌배나무 아래 / 우리 함께 냉천 갈 때
3부 해가 뜨는 일
맴섬 / 맛鮮生 / 땅끝에 가면 / 땅끝 바다 / 땅끝 걷기 / 먼 섬마루에 저녁 해 걸어두고 / 물방울 같은 것 / 달의 입술 / 거미줄 놀이 / 몰개의 아침 / 도토리 산책 / 청음
4부 끝내 들리지 않는 너의 말
곡우 / 벅문 / 무릎 베고 / 청음 / 청음 / 녹우당 / 연못의 구조 / 머위 / 연동 / 못 하나 / 무지개 / 닫히지 않는 문장 / 붓꽃
발문 소리의 경계에 귀를 대는 간절함ㆍ이하석
풍각 오일장 / 박상봉
파장 무렵 외로움 한 되 팔았다
손목 붙잡고 금세 따라갈 듯한데
쓸쓸은 뼛속까지 스며든 광물처럼 쉽게
뿌리 캐낼 수 없는 물질이라
오래된 눈물만 무겁게 쌓아놓는다
이별은 흩날리는 장터의 먼지처럼 흔해
아무도 흥정해오지 않는다
책도 제법 팔았지만, 책장은 텅 비어도
머릿속에 남은 문장들은
내 안에서 오히려 더 단단히 뿌리 내린다
나는 종종 그 문장들 속에서 길을 잃고
빈손으로 돌아온다
봄은 어디서나 쉽게 팔리는 빛깔이라
꽃잎 몇 장만 얹어도 모두 기꺼이 사 간다
그러나 겨울은 팔기 힘든 물건이다
추위와 눈발은 누구도 소유하려 들지 않기 때문
오일마다 찾아오는 풍각 장날
흔들리는 좌판 앞에 앉으면
무엇을 내어놓고 어떻게 흥정할지
어디까지 버릴지 망설인다
오늘은 팔리지 않은 추위만 싸 들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내일은 또 다른 계절을 장마당에 펼칠 것이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
《인문정치》 희생하는 정치인, 군림하는 정치인
희생하는 정치인, 군림하는 정치인 스웨덴 쇠데르텐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최연혁 박사는 저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를 통해 25년간 스웨덴 생활의 경험들을 나눠주며, 대한민국의 미래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복지국가의 상징과도 같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은 원래 스웨덴을 두고 나온 것이다. 사실 행복이나 복지처럼 정치와 잘 어울리는 말도 없다.
-
.《인문 정치》 정치적이되 아름다워야 한다
정치적이되 아름다워야 한다 여야 사이뿐 아니라 같은 당 계파 사이에 오가는 말을 듣다 보면, 이들이 정치를 하고 있는 건지 싸움을 하고 있는 건지가 구분이 안 된다. 정치에서 웃음이 사라진 지도, 정치가 시민들을 웃게 만든 지도 오래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뭐든 상대방 탓으로 만들고자 하고 마치 ‘거울 이미지 효과’처럼 모진 말을 반사하듯 주고받는
-
《인문사회》 젊은 인문사회과학도들의 곤경
젊은 인문사회과학도들의 곤경 1980년대 초·중반에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학자가 20대에 교수가 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1980년 전두환의 신군부가 정권을 쥐자마자 단행한 소위 ‘7·31 교육개혁’으로 졸업정원제가 실시되어 대입 정원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갑자기 교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인문사회계도 취직이 비교적 쉬웠다. 지금은 특수한 분야를
-
《인문사회》문화 ‘아래로부터의 복지
문화 ‘아래로부터의 복지’ 문화란 그저 자연과 분리되는 인간의 활동일 수도 있고 인간이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기본가치일 수도 있는데 요즈음 이 말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문화생활을 한다는 것이 이미 삶의 수준을 상징적으로 말해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활동에 문화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문화는 이제
-
《인문사회》 “살 도리들을 하시오
“살 도리들을 하시오” “합하면 조선이 살 테고, 만일 나뉘면 조선이 없어질 것이오. 조선이 없으면 남방사람도 없어지는 것이고 북방사람도 없어지는 것이니 근일 죽을 일을 할 묘리가 있겠습니까. 살 도리들을 하시오.” 해방 후 우리나라가 통일 독립국가가 되지 못하고 두 동강이 나는 것을 지켜본 노혁명가 서재필 선생이 1949년 3·1절을 맞아 ‘조선민족에게
-
《인문정치》 정체 모를 야당
정체 모를 야당 한국 정치에서 야당이라는 말은 묘하다. 이름이 자주 바뀌다보니 당명을 특정해 말하기 어려울 때 하나의 통칭으로 사용되는데, 선거에서 크게 패하거나 ‘만년 야당’ 같은 자조적인 분위기가 되면 더 많이 애용된다. 한때는 ‘보수 야당’이나 ‘제도권 야당’으로 불렸다. 두 말 모두 외국어로 옮기기 어렵고 글자 그대로 직역하면 오해를 불러오기 쉬운
-
《인문사회》 권력의 ‘투명망토’가 된 언론
권력의 ‘투명망토’가 된 언론 <투명인간>이라는 공상과학 소설이 있다. 19세기 말 웰스라는 영국 소설가가 발표한 작품이다. 영어 원제목은 투명인간이 아니라 ‘안 보이는 사람(invisible man)’인데, 투명하다는 뜻이 요즘에는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보이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투명한 인간이라고 요즘 말하면 투명인간
-
《인문정치》 정당이 바로 서야 민주정치가 바로 선다
정당이 바로 서야 민주정치가 바로 선다 어느 나라든 민주주의는 두 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우리는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거쳐 그 과제를 완수했다. 두 번째 단계는 민주주의를 사회 속에 안착시키는 일로, 지금 한국 사회는 이 과제를 둘러싸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선 민주주의 국가들의
-
《인문사회》 증오의 시대
증오의 시대 아주 사무치게 미워하는 마음이란 뜻을 가진 단어는 뭘까. 증오다. 증오 하면 곧장 복수란 단어가 떠오를 만큼 섬뜩한 정서다. 개인의 증오 정서와 복수는 막장드라마에서 차고 넘치게 볼 수 있다. 그래도 그건 가상이지 현실이 아니다. 현실에선 증오의 집단정서가 인터넷과 SNS를 가득 채우고 있다. 평소 타인에게 절대 사용하지 않을 험한 말과
-
《인문사회》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사를 쓰자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사를 쓰자 우리에게 세계사는 무엇을 의미할까? 고등학교까지의 정규 교과과정을 충실히 이해했다면 아마도 우리의 역사, 즉 국사 이외의 역사를 세계사로 생각할 것이다. 학과의 구분을 국사학과, 서양사학과, 동양사학과로 구분하고 있으니 국사 이외의 역사가 세계사이고 그 세계사가 주로 서양사와 동양사로 채워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지리
-
《사설》‘한동훈 배신자’ 논란, 끝장 토론 하라
'한동훈 배신자’ 논란, 끝장 토론 하라.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계기로 내전 상태에 빠져들었다. 107석 소수야당으로, 정책과 정치에서 영향력을 잃어버린 정당이 이만한 일로 싸울 때냐는 비판이 많다. 한동훈 제명 과정은 위태로웠다. 이성적으로, 순리대로 했더라면 없었을 일들이 반복된 탓이다. 당무감사위원장은 “(사람을) 받아 죽이면 소는 돌로
-
《사설》 배신자 주홍글씨
배신자 주홍글씨 왜 장동혁은 한동훈을 제명하려 하는가. 탄핵 반대와 찬성 세력 간의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고, 두 사람 간의 개인적인 원한에서 이유를 찾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배신자 프레임’ 그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끊임없이 배신자를 찾아온 보수 정치가 한동훈을 새로운 배신자로 지목했다. 배신자 돌리기의 다음 차례는 누가 될 것인가.
-
[미술 비평] 김진 작가의 회화와 시 <재생> 두 작품 속 흥미로운 대화_이원희 기자
재생 / 김진 구불구불 황톳길 난 저 언덕 저편으로 햇살에 절여 반짝거리는 스카프가 고요한 연기로 날아오네 감미로운 색색으로 헤아릴 수 없이 늘어나 상처 가혹한 땅 곳곳에 자리 잡네 서두름이 없이 꼼꼼히 상처를 덮고는 풀잎 그 언덕을 재생시키네 하얀 뭉게구름 조각 새것들이 오고 지난날 통기타로 노래하던 아름다운 이도 그 언덕에 재생되네 풀
-
[문학 기획] 김진 작가의 소설 위험한 이방인
위험한 이방인 고향마을로 돌아오기는 근 7년 만이었다. 서늘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마을 어귀에 들어섰다. 기억 속의 포근했던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낯선 적막감이 무겁게 감돌았다. 지난밤 내린 비로 축축해진 흙길이 발걸음을 무겁게 눌러왔다. 내 몸을 감은 무거운 쇠사슬, 바닥까지 늘어진 쇠사슬 자락은 땅을 그으며 치렁치렁 소리를 냈다. 7년간의 고행 끝에
-
《사설》 한동훈 제명한 장동혁...자멸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제명한 장동혁...자멸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29일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2024년 온라인 익명 당원 게시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방해 당 명예와 이익에 피해를 입힌 것이 그 사유다. 게시글 작성자는 한 전 대표 가족이라고 한다. 당 윤리위가 윤 전 대통령 사형 구형일인 지난 14일 새벽 제명안을
-
법원 "김건희 샤넬백 청탁·대가성 인식"... 주가조작은 무죄
법원 "김건희 샤넬백 청탁·대가성 인식"... 주가조작은 무죄 법원이 김건희 여사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의 '공동정범'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가 공동정범으로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특별검사팀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앞서 검찰은 김 여사의 행위를 '공모·방조'라고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
범정부 자살대책 추진본부, 강북구 자살예방 현장 찾아 대응체계 점검
범정부 자살대책 추진본부, 강북구 자살예방 현장 찾아 대응체계 점검 서울 강북구(구청장 이순희)는 지난 23일 범정부 자살대책 추진본부가 지역 자살예방사업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삼각산보건지소 생명존중팀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국무총리 주재 '2025 국가 자살예방 전략' 발표와 범정부 자살대책 추진본부 출범 이후,
-
용산구, 면허 반납 어르신에 교통카드 최대 68만 원 지원
용산구, 면허 반납 어르신에 교통카드 최대 68만 원 지원 서울 용산구(구청장 박희영)는 2026년 2월부터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70세 이상 실제 운전자를 대상으로 최대 68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원한다. 이는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최고 수준의 지원 규모로, 지원 인원도 기존 100명에서 150명으로 확대했다. 최근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와 사망사고
-
삶을 견디는 언어, 시로 건네는 위로의 시간-안도현 시인과 함께 ‘목요詩토크’
재능시낭송협회 경북지회(회장 김용일)가 오는 1월 29일(목) 오후 6시 30분, 구미시 산책길 85 팔팔순두부 2층 카페에서 안도현 시인 초청 ‘목요詩토크’를 연다. 이번 행사는 새해 첫 목요시낭송회로 마련된 자리로 『쓸데없이 눈부신 게 세상에는 있어요』라는 안도현의 신작시집을 중심으로 삶의 상처와 기억, 그리고 그것을 견디게 하는 언어로서의 시를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