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상봉 기자 >
메디치 효과
‘메디치 효과’란 말이 있다. 메디치는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문화를 이끌었던 가문이다.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 철학가, 과학자들을 후원했다. 이러한 결과 다양한 예술과 문화, 인문과 과학이 어우러져서 르네상스를 꽃피웠다. 즉, 르네상스는 무수한 생각, 창의성이 교차하면서 빚어진 것이다. ‘메디치 효과(The Medici Effect)’는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가 교차점을 이루어 서로 결합해서 폭발적인 혁신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기존의 틀과 상식을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재창조해 내는 것이다.
15세기 유럽의 르네상스, 즉 문예부흥 운동의 배경에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가 사람들을 빼곤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처음에는 평범한 중산층이었으나 은행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 부를 통해 350년간 정치적 막후 실세로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메디치가 달리 평가받는 것은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을 통해 수많은 작품을 꽃 피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레너드로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와 ‘신곡’의 단테 ‘데카메론’의 보카치오 ‘군주론’의 마키아벨리 등의 시인들이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천문학자 갈릴레이는 새로 발견한 목성의 위성인 별에 ‘메디치’라는 이름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만큼 학자들과 예술가들 후원을 통해 르네상스 시대로의 접어들게 했다. 인쇄기술 발달과 고전문헌의 전파 등 인문주의 기틀을 마련하고 소상인들의 등장, 정치의식의 변화, 민족주의 대두 시류 변화의 물길을 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한마디로 세상을 변화하게 한 숨은 주역이라 볼 수 있다.
근래에 와서 경영학 쪽에서 메디치 가문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메디치 효과’라는 경영학 용어가 등장했다. 경영학에서 혁신과 창조를 언급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요소들이 결합할 때 각 요소가 가지는 합보다 더 큰 에너지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메디치 가문에 모인 예술가, 철학자, 과학자, 성직자 등 각자의 전문분야를 벽을 허물고 상호 재능을 융합해 보다 큰 시너지효과를 창출한 예에서 기인한 용어다. 또 기술경영 분야에서는 ‘메디치 방식’이라고 응용 표현한다. ‘메디치 머니’는 더러운 돈이 가장 고귀하게 사용될 적에 사용하는 용어이다. 이는 메디치 가문의 돈이 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교황을 위해 사용됐고, 다른 한편으로 그 돈은 예술후원으로 문예부흥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메디치 효과’는 아이디어와 아이디어와 만나는 교차점에서 일어난다. 대학 강의실, 연구소, 실험실, 창업동아리, 브레인스토밍, 심지어는 일상의 대화에서도 가능하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분야가 접목하면 창조적·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온다. 서로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종 간의 다양한 분야가 서로 교류, 융합하여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뛰어난 생산성을 나타내고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창의적인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관찰하는 것이다. 관련이 없는 것을 서로 접목해 다양한 관점에서 시도를 해봐야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이윤은 생존의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행복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라는 달라이 라마의 생각과 일치하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CEO들도 의외로 많다.
생각의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길어내 희망을 생산하고 행복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쓰임새 있도록 하는 직업이 기업인이다. 그래서 시인과 기업인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꿈을 갖고 도전한다는 점에서 같다고 본다. 나는 이윤 추구를 넘어 살기 좋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멋진 기업인들이 이 땅에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르네상스 시대는 오늘날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지도 과학기술도 발달하지 않았다. 르네상스인들은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아이디어를 연결시켰다. 그 연결의 힘이 중세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게 했다.
현대사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등 정보 고속도로의 교차점이 많다. 잘 닦아 놓은 교차점에서 기술과 도구와 열린 마음이 결합하면 제2, 3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다. 사실, 메디치 효과는 4차산업 시대에 딱 맞아 떨어지는 용어이다. 초연결사회, 빅데이터 시대, 혁신적 플랫폼으로서 기대치가 크다. 이종 업종 간의 융합을 통해 창조적인 아이디어 창출의 결과물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인문학의 발전과 동반성장도 기원해 본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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