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
결과보다는 과정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일찍부터 자신의 개성에 대해서 눈을 뜬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또한 무엇을 잘 하고 못 하는지를 잘 아는 세대다. 그래서 획일적인 교육과정의 틀에서 벗어나 과감히 내 인생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다. 학교를 그만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글을 쓰겠다는 친구, 아이돌 가수나 뮤지션이 되겠다는 친구, 화가나 연기자,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친구 등등. 이들은 각양각색의 분야에서 자신이 우상으로 삼는 스타를 동경하며 자신의 미래를 향한 방법을 모색한다. 보컬 트레이닝이나 음악학원, 연기학원이 호황을 누리는 것도 그 때문이고, 기획사의 오디션이나 방송 오디션에는 수만명이 몰린다.
자신의 실력과 미래에 강한 희망을 품고 있기에 그들은 누구보다도 열성적이다. 이들에게서는 학교를 다니는 보통 청소년들과는 다른 어른스러운 기운마저도 보인다. 하지만 자신만의 영역이나 분야에서 전문적인 실력을 연마하는 청소년들은 가끔 조급증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이 원했던 모습까지는 너무나도 길이 멀기 때문이다. 겉멋이 들어 욕망하는 자신의 모습에 못 미치는 지금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한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고, 조금도 나아가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때문에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지름길을 가고자 하는 마음이 들기 쉽다. 가령 시험성적을 올리기 위해 커닝을 한다든지 쉽게 살을 빼기 위해 수술을 한다든지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세상엔 공짜란 없는 법. 쉽게 번 돈일수록 흥청망청 쓰기 쉽듯, 쉽게 얻은 성과나 결론은 금세 그 가치를 잃어버린다.
진부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과정을 생략한 결과는 의미가 없다.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고 하지만, 그 목표가 자신이 바라는 결과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성숙하고 배움을 얻는 건 바로 지금 내가 땀 흘리는 일상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한 단계 한 단계씩 조심스레 지금의 나를 극복하고, 나를 단련하는 가운데 다이아몬드처럼 단련된 내가 바로 결과물이다.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운동은 하지 않고, 식사도 조절하지 않고, 그저 늘씬해진 미래의 자기만을 상상하며 지방흡입수술을 하거나 약을 먹는다면 부작용만 더 커질 뿐이다. 꾸준히 운동하고 식사를 조절하는 방법 외에는 답이 없다. 광고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먹을 것을 향한 내부의 욕망을 잠재우는 연습을 평상시에 하는 것 외엔 말이다. 공부도 마찬가지고, 글쓰기도, 연기도, 노래도, 운동도 마찬가지다. 거북이처럼 느려터져 보일지라도, 하나씩 앎을, 실력을 쌓아갈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모두가 알지만 하지 않을 뿐이다.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는 삼장법사가 경전을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 여행을 다루고 있다. 제자들과 함께 온갖 고난을 물리치고, 삼장법사는 마침내 석가모니가 있다는 영취산에 도착했다. 그리고 경전을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글자가 없는 무자(無字)경전이었다. 다시 돌아온 삼장법사 일행이 화가 나서 대들자, 석가모니는 이렇게 말한다.
“경전은 가벼이 전할 수도 없고 또 공짜로 얻을 수도 없는 것이니라. 옛날에 여러 비구승들이 산을 내려갈 때 사위국 조장자의 집에서 이 경전을 한 번 읽어주어 그 집안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죽은 이들을 윤회에서 벗어나게 해주면서, 그저 서 말 석 되의 쌀알만큼의 황금과 백은만 받아왔다. 나는 그들더러 너무 싸게 팔아서 후대의 자손들이 쓸 돈이 없겠다고 했느니라. 너희들은 지금 빈손으로 와서 가져가려 하니 빈 책을 전해준 것이다. 빈 책이란 글자 없는 경전이니 그대로 괜찮은 것이다.”
레이스를 펼칠 때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 그래서 누가 금메달을 따느냐의 여부가 아니다. 그걸 준비하기까지 흘렸던 땀방울, 자기 한계를 넘으면서 느꼈던 희열, 이러한 것들이 바로 감량, 금연, 일확천금, 금메달이니 하는 결과물로 주어질 따름이다. 결과는 또 다른 시작이다. 결과물은 우리가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애쓴 보상으로써 주어지는 선물일 따름이다
최용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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