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봄애 시인 첫 시집 『오늘을 늘려 입는다』 출간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11-05 18:22

시낭송·연주·가족 무대 함께하는 출판기념회 마련


이봄애 시인의 시집 《오늘을 늘려 입는다》


이봄애 시인이 첫 시집 『오늘을 늘려 입는다』를 펴낸다. 시와정신 시선집 64번째 작품인 이번 시집에는 일상의 풍경과 그 안에 스며든 감정을 담아낸 시 70편이 실렸다.


시집의 표제작 「오늘을 늘려 입는다」는 작품의 정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오늘을 늘려 입는다

                 이봄애


흘러나오는 유행가 가사마다

내 사연  끼워 넣으며 끄덕이는 일


시집 펼치다 어느 문장에서  

너를 만난  듯  끄덕이는 일


계족산이 마지막 빛을 털어낼 때

내 몸 어딘가도 같이

저물고 있음을 끄덕이는 일


억울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도

뱉은 말에

내 귀 베일까 고개를 접는 일


뒤통수 맞은  하루 끝

강아지 코코 맑은 눈이

나를 가만히 올려다보면

따라 끄덕이는 일


다입고 버리지 못한 치마

헐거워진 고무줄 속으로

하루를 한 뼘 더 넣어본다   


쓰다만 시 한 줄

허리춤에 당겨 매듯

오늘을 

늘려 입는다


 


이 시는 ‘~하는 일’이라는 문형을 되풀이하며 하루를 건너는 여러 동작을 하나씩 불러낸다. 유행가 가사에 자신의 사연을 겹쳐 놓는 일, 시집의 한 구절에서 ‘너’를 만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일, 계족산이 마지막 빛을 털어낼 때 자신의 몸 어딘가도 함께 저물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일 등이 이어진다.


억울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도 “내 귀 베일까” 고개를 접는 대목에서는 말을 삼키는 일이 스스로를 지키는 몸짓으로 읽힌다. 이 시에서 ‘끄덕임’은 공감과 수긍 이상의 말하지 못한 마음을 품고 하루를 견디는 태도에 가깝다.


시의 시선은 마지막 연에서 한 걸음 나아간다. 다 입고도 버리지 못한 치마, 헐거워진 고무줄 속으로 화자는 “하루를 한 뼘 더 넣어본다”. 시인은 시간을 다시 옷의 감각으로 옮겨 놓는다. 다 입고도 버리지 못한 치마는 세월이 지나 몸의 형편도 삶의 모양도 달라졌지만, 여전히 곁에 남아 있는 생활의 자리다. 화자는 그 느슨해진 틈으로 “하루를 한 뼘 더 넣어본다”. 흘러가고 마는 하루를 옷감처럼 헤아려, 이미 오래 입어온 삶 속에 조심스레 보태는 장면이다. 낡은 삶의 틈을 살펴 그 안에 오늘이 들어설 자리를 조금 마련하는 일 그리고 쓰다 만 시 한 줄을 허리춤에 당겨 매듯, 완성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시간과 문장을 몸 가까이 두고 다시 하루를 살아보려는 마음이, 이 시의 묘미이다. 


‘오늘을 늘려 입는다’는 말은 시간을 무작정 연장한다는 뜻이라기보다, 살아온 삶의 옷에 오늘을 덧대어 다시 몸에 맞게 입는 일에 가까우며 헐거워진 고무줄이 세월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오늘을 더 넣을 수 있는 틈이 된다는 점, 그리고 그 틈을 크게 벌리지 않고 ‘한 뼘’만큼 살펴 늘려보는 시인의 태도, 버거운 시간마저 기어이 살아내려는 마음으로 확장된다.


커먼즈필드 복합문화공간 

 시와 음악, 가족의 무대가 어우러지는 출판기념회


추천 해설을 맡은 성은주 시인은 이봄애의 시 세계에 대해 생활의 작은 감각을 세심하게 붙드는 태도를 주목했다. 손에 잡히는 물건과 몸의 움직임, 사람 사이에 남은 기척을 통해 삶의 시간을 알아보는 시적 감각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을 가지고 시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고 평했다.


한편 시집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는 이비단모래의 사회와 한정운의 색소폰 연주를 시작으로 시인 약력 소개, 김완하 교수와 이동형 시인의 축사, 성은주 교수의 해설이 이어진다. 


시낭송 순서에서는 이주영 씨가 표제작 「오늘을 늘려 입는다」를, 우현명 씨가 「박하 향 방석」을, 박순애 씨가 「묻어온 길」을 낭송한다. 시인의 손녀들도 춤과 자작시 낭송으로 무대에 오르며, 오카리나 연주와 플루트 연주가 더해지고 시인 가족 대표로 남편 한상오 씨의 인사 후, 꽃다발 증정과 시인의 인사, 독자와 묻고 답하는 '시인에게 묻다' 순서를 거쳐 기념촬영으로 마무리된다. 


시인 가족 대표 인사와 꽃다발 증정, 시인의 인사에 이어 독자와 함께하는 ‘시인에게 묻다’ 순서가 마련된다. 행사는 기념촬영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시와 음악, 가족의 이야기가 한자리에 놓이는 구성은 일상 가까이에서 시의 짓고 빚어내는 작품 세계와도 잘 연결되어 있다.


시집 오늘을 늘려 입다. 저자 이봄애 시인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대전에 거주하는 이봄애 시인은 2023년 시와정신 신인문학상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2026년에는 계간 『문학평론』 신인문학상 수필 부문에 선정됐다. 제3회 광주 대한민국 전국 시낭송대회 대상, 제1회 대덕문학 백일장 장원, 제27회 전국 우암 백일장 입상 등의 이력도 갖고 있다.


이번 시집은 첫 시집이라는 의미를 넘어, 새로운 시간을 열어가는 기록이기도 하며, 오랜 직장생활을 성공리에 마친 뒤 시인은 업무와 일상에 쫓겨 미처 살피지 못했던 문학적 소질을 발견하고, 은퇴 이후의 시간을 창작과 자기 계발로 채워왔다. 지금도 매일 글을 쓰고 시를 낭송하며 자신만의 문학적 리듬을 이어가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고 은퇴 이후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오늘날, 이봄애 작가의 이력은 개인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주어진 시간을 흘려보내는 삶에서 스스로 시간을 가꾸는 삶으로의 전환이 인생 어느 시점에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봄애 시인은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쓰고 한 편의 시를 낭송하며, 자신의 하루를 한 뼘씩 늘려 입고 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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