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 풀어낸 사랑과 고통…쥘리에트 비노슈 '인-아이 인 모션'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10-04 09:58

배우 비노슈의 첫 연출작…아크람 칸과 만든 무용극의 준비 과정 담아


영화 '인-아이 인 모션' 속 한 장면영화 '인-아이 인 모션'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아무것도 없는 연습실에서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와 무용가 아크람 칸이 서로를 마주 본다.


6개월 뒤 무대에 올릴 공연을 함께 만들어야 하지만 정해진 대본도, 안무도 없다. 두 사람은 사랑과 고통이라는 막연한 주제만을 놓고 완전한 백지에서 출발한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인-아이 인 모션'은 비노슈와 칸이 2008년 함께 만든 무용극 '인-아이'(In-I)가 탄생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사랑의 시작과 끝, 그 사이에서 겪는 고통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하는 두 사람은 말과 몸짓을 하나씩 쌓아가며 조금씩 공연의 형태를 찾아간다.


무용을 정식으로 배운 적 없는 비노슈에게는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낯설고, 세계적인 무용가인 칸에게는 대사를 통해 내면을 드러내는 일이 새로운 도전이다.


처음에는 손에 잡히지 않던 사랑과 고통은 두 사람이 각자의 경험을 꺼내놓으면서 점차 구체적인 움직임과 장면으로 변해간다.


영화는 공연을 완성하기까지 6개월을 시간순으로 따라간다. 비노슈의 친언니가 촬영한 170시간 분량의 리허설 영상에는 즉흥적으로 동작을 만들었다가 버리고, 한마디의 대사와 하나의 몸짓을 두고 거듭 고민하는 순간들이 담겼다.


영화 '인-아이 인 모션' 속 한 장면영화 '인-아이 인 모션'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비노슈는 과거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독백을 통해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놓는다. 홀로 무대에 서서 자기 경험을 쏟아내는 그의 독백은 긴 여운을 남긴다.


칸 역시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가족, 자신이 자라온 문화와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평소라면 쉽게 내보이지 않았을 내밀한 경험까지 상대에게 건네면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선다.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본 두 사람은 처음과는 또 다른 마음으로 사랑에 빠지고, 서로를 갈망하고, 상처를 주고받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두 사람이 무용극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지독한 사랑과 정념을 그린 한 편의 로맨스 영화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무엇을 표현하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던 움직임들이 반복되는 리허설을 거치며 하나의 장면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특히 흥미롭다.


두 사람은 수많은 대화와 리허설을 통해 실제 감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움직임을 찾아간다.


무용극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관객이라도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공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영화 '인-아이 인 모션' 속 한 장면영화 '인-아이 인 모션'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후반부에는 그렇게 완성된 '인-아이'의 공연 실황이 펼쳐진다.


앞서 만들어지는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본 덕분에 후반부의 공연은 그 자체만 봤을 때보다 훨씬 큰 울림을 준다.


이미 두 사람이 어떤 기억과 상처에서 각각의 움직임을 길어 올렸는지 지켜본 관객에게는 공연이 마치 또 다른 영화처럼 보인다.


특히 배우로 익숙한 비노슈가 온몸으로 감정을 밀어붙이고, 무용가인 칸이 자신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내면을 드러내는 모습은 두 사람이 서로의 영역으로 얼마나 깊숙이 들어왔는지를 보여준다.


비노슈는 16년이 지난 뒤 당시 영상을 다시 보며 "작업의 강렬함에,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우리 욕망의 불꽃에 놀랐다"고 회상했다.


14일 개봉.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인-아이 인 모션' 포스터영화 '인-아이 인 모션' 포스터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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