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자문위원장도 '백신 회의론' 의사로 교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장관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백신 회의론'을 펼쳐 온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백신 반대론자 모임에 참석해 행정부 차원의 지지를 시사했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에 따르면 케네디 장관은 지난 17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백신 반대 단체 '아동건강 보호'의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여러분에게는 백악관에 강력한 친구가 있다는 점을 확실히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콕 집은 것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백신 반대단체를 지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케네디 장관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지난 19개월 동안 우리는 백신에 의문을 제기하는 부모들에게 정부가 대응하는 방식을 바꿔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에 의문을 제기하는 부모들을 한센병 환자처럼 대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연설한 뒤 참석자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 연설에 앞서 마크 고튼 마하(MAHA·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연구소장은 "매번 서두에 '저는 백신 반대론자는 아니지만'이라고 말하는 일을 그만둘 때"라며 "백신은 악몽"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보건 전문가들은 케네디 장관이 백신 반대론자 단체에서 연설한 것이 해당 단체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포용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데브 하우리 전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최고 의료 책임자는 "케네디 장관이 이 자리에 참석한 것 자체가 지원과 승인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케네디 장관은 줄곧 백신의 효능에 의구심을 보이고, 부작용을 경계해왔다.
이 같은 기조 속에 미국 내에서 백신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는 급감하고 있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역 백신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는 올해 76%로, 2020년(84%) 대비 8%포인트 하락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홍역이 대유행 중이며,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도 발생했다.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이 같은 홍역 유행의 책임을 케네디 장관에게 돌렸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케네디 장관은 '모든 미국인이 자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이 치명적인 전염병 유행 속에서 홍역 백신을 맞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백신 부작용으로 아동 자폐증이 발생한다는 음모론에 한껏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예방접종 권고 대상을 축소하며 "수십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은 오늘날 요구되는 백신 접종량의 극히 일부만 맞았다. 그 당시 사람들은 훨씬 더 건강했고, 현재 관찰되는 높은 자폐증 발병률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케네디 장관은 18일 자폐 자문위원회를 이끌 인물로 존 가이타니스 박사를 지명했다.
브라운대 소아신경과 전문의인 가이타니스 박사는 케네디 장관의 오랜 우군으로, 아동의 백신접종은 각 가정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옹호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1월 케네디 장관 지명을 놓고 논란이 일었을 때 지지 서한에 서명했으며, '아동건강 보호' 단체 행사와 마하 운동 행사에도 참여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