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언어

500만에서 1000만명 정도가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1만년 전에는 1만2000개의 언어가 지구상에 존재했다고 한다. 하지만 60억이 넘는 사람들이 서로 어깨가 닿을 만큼 비좁게 살고 있는 요즘은 6800개만 남아있다고 한다. 언어에도 종(種)이 있으니 이것은 엄연한 언어의 멸종이라고 할 수 있다.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요즘 지구촌에서는 2주에 1개꼴로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경에서는 인류가 각각의 생김새로 서로 다른 말을 하며 종족끼리 나뉘어 사는 것은 신에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느님은 바벨탑을 쌓고 신의 영역에 오르려는 인간의 교만을 응징하며 ‘끼리끼리’ 살도록 했다. 그렇게 인간은 끼리끼리 잘 살아왔다. 그러나 인간은 다시 교만해지고 있다. 신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조짐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인간들은 같은 언어 아래 다시 뭉치고 있다. 어쩌면 다시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어의 소멸은 더욱 가속화되어 갈 것이다. 세계화 바람이 실시간 전 지구의 곳곳을 핥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규격화를 강요하며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 영어는 고유의 언어를, 과학은 고유의 관습을, 논리는 고유의 의식을, 스포츠와 게임은 고유의 놀이를, 패스트푸드는 고유의 음식을 앗아갔다. 언어가 소멸함은 그 언어를 사용했던 종족이 사라졌거나 그들의 삶이 다른 문화권에 편입되었음을 의미한다. 미국 오클라호마 지역에 사는 한 부족은 원로 5명만이 자신들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의 임종이 곧 언어의 종말이라니 허무하다. 지난날 그들이 말로써 이룬 것들은 어찌될 것인가.
외국에 나가 어떤 오지에 가더라도 우리 말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말이 많은 곳에 퍼져 있다. 대단하다. 그러고 보면 나라의 힘도 말 속에 녹아 있다. 하지만 우리 말도 부단히 지키고 가꿔야 한다. 우리 말과 글은 제대로 못쓰면서 영어를 배우자고 온통 난리다. 이는 세계화의 속삭임이다. 우리 말도 거대 언어권에 빨려들어갈 수 있다.
우리에게도 다인종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다인종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끈은 역시 말과 글이다. ‘안녕’이란 우리 말이 언제까지나 안녕했으면 좋겠다. 말이 건강하면 민족이 건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