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신의 존재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9-11 22:57


신의 존재





한밤 중 문득 잠에서 깬다. 적막한 어둠 속에 이런 저런 상념들이 떠오른다. 갑자기 고독하다. 묻게 된다. 사는 게 뭔가.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 누가 나를 있게 했는가. 그게 신인가….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경험이다.


‘신의 존재’는 인류 역사와 운명을 같이 해온 근원적 주제다.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천재지변 등 자연현상에서 신의 존재를 느끼고 두려워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가운데 가장 신의 개념에 접근했다. 그는 ‘순수형상’이 모든 사물의 마지막 목적이며 모든 것을 움직이는 우주의 우두머리라고 했다. 이를 최고의 존재로 신(theos)이라고 불렀다.



서양철학사에서 기독교적 신의 존재는 계속 중요한 논제가 된다. 11세기의 캔터베리 대주교 안셀무스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그는 신이란 관념은 ‘사람이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을 뜻하며 이는 반드시 실제로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이는 사실상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17세기의 데카르트는 안셀무스보다 진보한 논리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다. “나는 나의 속에 전지전능한 신의 관념을 갖고 있다. 이 관념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불완전한 존재인 내가 무한하고 완전한 존재를 내 안에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나의 자각과 더불어 주어지는 생득관념(生得觀念)이다.” 그러나 18세기의 칸트는 신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으며 이론적 측면에서도 잘못된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빈자의 성녀로 평생 사랑을 실천한 테레사 수녀가 신의 존재 문제로 고뇌한 내용을 담은 책엔 신앙의 반려자인 신부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모은 이 책에서 테레사 수녀는 “침묵과 공허함이 너무 커서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는다”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어둠, 외로움, 고통이란 표현도 자주 나타난다.



이를 두고 혹자는 종교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하지만 테레사 수녀 역시 흔들리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울림을 주는 게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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