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간이역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9-02 22:46


간이역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정하 시인의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의 매듭 부분이다. 시 속의 간이역에는 평화스러움, 아름다움, 한적함, 그리고 우수가 가만히 자리잡고 있다.



시인뿐 아니라 요즈음은 일반 사람들 중에서도 간이역에 매료돼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간이역 여행에 맛을 들인 일부 여행객들은 동호인 모임을 구성해 정보와 감동을 교환하기도 한다. 300여개 간이역을 순례했다는 한 동호인은 인터넷 칼럼에서 여행 이유로 ,간이역 찍으러 ,열차 찍으러 ,역무원과 얘기하러 ,요람(要覽)집 파악하러 ,승차권 얻으러 ,노선을 느끼러를 꼽았다.


간이역은 193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등장해 60년대 초반까지 주로 건설됐다. 지역형편에 따라 무인역부터 청원 직원이 있는 역, 계절에 따라 문을 여는 역까지 다양하게 운영되어 왔다. 간이역은 그 속에서 완행열차와 함께 수십년 동안 오지나 변두리 서민이 바깥 세계와 소통하는 중요한 출입구였다. 아니 간이역은 서민에게 단순한 출입구가 아니라 생존수단이었다. 간이역이 갖고 있는 애환과 서글픔의 이미지는 이러한 과거에서 형성됐다.


문화재청은 그제 영동선 도경리역, 동해남부선 송정역, 전라선 율촌역 등 12개 간이역을 문화재로 등록했다. 간이역은 고속철도(KTX)의 등장, 도로 발달 등으로 2~3년 후에는 대부분 추억 저 너머로 사라질 운명이라고 한다. 문화재청의 간이역 문화재 등록 한것은 간이역이 사라지면 소중한 우리의 과거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안타까움에서 출발했다고 짐작된다.


하지만 간이역이 추억 속에만 있는 것일까. 아닌 듯하다. 아직도 현실이라는 삶 속에서 간이역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건물로서가 아니라 간이역에 담긴 정신 말이다. 과거는 모두 아름답다지만 간이역을 너무 아름답게만 채색하지 말고 현실까지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그래야 간이역이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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