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덕수궁 돌담길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8-29 03:59


덕수궁 돌담길




“이제 모두 세월 따라/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덕수궁 돌담길에 아직 남아있어요….” 이문세의 노래를 신세대 가수인 이수영이 불러 더욱 널리 유행한 ‘광화문 연가’의 한 대목이다. 이 노래가 세대를 초월해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보다 덕수궁 돌담길 일대의 진한 매력과 정취 때문일 것이다.


돌담길 따라 이어지는 정동길은 최고의 데이트 코스다. 가을만 되면 흩날리는 은행나무 낙엽들로 인해 온통 노란 물결을 이룬다. 걷다 보면 흡사 자신이 영화나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 또한 이곳은 조선왕조의 경운궁 시대 이래 고종의 아관파천(俄館播遷) 등 한말 격동기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덕수궁 돌담길은 ‘연인과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로도 유명하다. 근처에 가정법원이 있었는데 부부가 이혼절차를 밟고 헤어지려면 돌담길을 지나야 했기에 이런 말이 나돌았다고 한다. 시집도 못가고 임금을 모시다 죽은 ‘무수리’들의 원혼이 있다는 등 풍수설과 관련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행복에 겨운 연인들을 시샘하듯 아무리 불길한 설과 미신을 퍼뜨려도 시민들의 돌담길 사랑은 변함 없었다. 파리의 몽마르트르처럼 걷고 또 걸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낭만과 정취를 간직한 돌담길이다.


 지난 날 어느 방송국 드라마 제작진들이 촬영 도중 덕수궁 돌담을 훼손하는 일이 일어났었다. 담벼락에 종이 수백장을 접착제로 붙이는 바람에 이를 떼어내면서 외벽이 긁혔다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문화유산을 세트장처럼 취급하는 방송사의 무책임과 상업주의가 빚은 사고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KBS·MBC 등도 역사극을 촬영하면서 고궁 안에 LP가스통을 설치하고 궁궐 마당의 박석에 빨간 물감을 뿌리는가 하면 서원에서 기생파티 장면을 연출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문화유산은 국민 모두의 재산이다. 이런 일로 덕수궁 돌담만 훼손당한 것이 아니다. 돌담길을 사랑하는 모든 시민이 깊은 상처를 입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등록일자2025-07-05
오픈일자2025-07-05
발행일자2026-08-29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274-3.일심빌딩 302호 031-781-9811.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