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골목길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9-16 23:53

골목길





노랫말처럼 ‘커튼이 드리워진’ 그녀의 창가를 한없이 바라보았다. 일터에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달동네 위로 서럽게 달이 떠올랐다. 아이들과 싸우면 깨진 무릎보다 찢어진 교복이 더 걱정이었다. 아침에는 일제히 집을 나섰지만 밤에는 하나 둘씩 골목으로 스며들었다. 행상도 집배원도 큰 소리 치는, 누구나의 길, 골목길.


골목에는 우리네 삶이 흘렀다. 불빛이 서로 섞이고 말소리가 담을 넘나들었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줄지어 모여 살았다. 아이들 웃음은 음침한 구석을 닦아냈고, 어느 집 접시 깨지는 소리에는 동네 잠이 달아났다. 그래서 부부 간의 금실을 속일 수 없었다. 골목을 타고 냄새가 날아다니니 특별한 음식을 만들었으면 나눠먹어야 했다. 골목에서는 모든 특별한 것은 들키게 마련이다. 특별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특별함을 지우는 골목길 사람들.


골목길은 도시의 실핏줄이다. 우리 삶처럼 끊어질 듯 다시 이어졌다. 골목은 경계이자 공존의 공간이었다. 김치를 담그면 부엌이었고, 세발자전거를 타면 놀이터였고, 나이 든 어른들이 모여있으면 노인정이었다. 골목길을 통하지 않고서는 세상으로 나올 수도 없었다. 골목길이 그냥 길이고, 집은 그냥 집이었다. 그런데 재개발 바람이 불어왔다. 서울에는 지금 ‘재개발 사업’ 광풍이 모든 골목길을 들쑤시고 있다. 골목에는 돈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어찌보면 재개발 사업이란 ‘골목 없애기’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인지 언론들도 마지막 남은 골목을 자주 찾아가고 있다. 지붕을 맞댄 집들, 등을 맞댄 골목 안 사람들. 돈을 좇아, 돈에 쫓겨 모두 빠져나오면 사람의 길이 아닌 자동차의 길이 날 것이다. 그리고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다. 골목 안 사람들은 경쟁에 내몰리고, 투기에 눈 뜰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다시 특별해지려 할 것이다. 도시는 자꾸 높아만 가고, 그만큼 삶은 강퍅해질 것이다. 아파트는 날마다 오르내리는, 바로 현금으로 환산되는 특별한 부동산이다. 우리들은 지금 아파트 안에 자기 삶을 모셔놓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골목길의 삶은 다 어디로 갈 것인가. 사방이 막힌, 공중에 떠있는 고층아파트에서 혹시 멀미를 하는 것은 아닌지…. 골목이 없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사라지고 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등록일자2025-07-05
오픈일자2025-07-05
발행일자2026-09-17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274-3.일심빌딩 302호 031-781-9811.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