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네스코 유산] 어떤 종류가 있을까?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8-08 07:02

대한민국 유네스코 유산을 찾아서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지정유산을 이해하려면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 진다.

세계유산 , 
세계기록유산 ,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유산 17건,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을 보유하고 있다.

첫째, 땅 위에 남은 세계유산

세계유산은 건축물과 유적, 역사적 장소, 자연유산 가운데 인류 전체가 함께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경주의 신라문화유산을 비롯해 석굴암과 불국사, 수원 화성, 종묘와 창덕궁, 조선왕릉, 해인사 장경판전, 하회와 양동의 역사마을, 산사와 서원, 백제역사유적지구, 고인돌, 가야고분군 등이 있다.

최근에는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에 등재되었고, 2026년에는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도 이루어졌다. 이로써 우리 세계유산은 과거의 문화유적에만 머물지 않고 선사시대 암각화와 생태환경까지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돌과 나무, 흙과 산천에 남겨진 유산은 말없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이 유산을 어떻게 지켜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가.'

둘째, 종이에 새긴 세계기록유산

세계기록유산은 조금 다르다.
건축물처럼 눈앞에 거대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책과 문서, 기록물 속에 인류의 기억을 보존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계기록유산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조선왕조 《의궤》, 《동의보감》, 《일성록》, 《난중일기》 등이 있다.

여기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새마을운동 기록물, 한국의 유교책판,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조선통신사 기록 등 근현대사의 기억까지 포함되어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한국의 유교책판이다.

수많은 선비들이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가르치며 남긴 책판에는 단순한 지식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한 시대의 교육철학과 인간관, 사회를 바라보는 정신이 담겨 있다.

그래서 세계기록유산은 '옛 문서'가 아니라 한 민족이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후세에 남기려 했는가를 보여주는 정신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사람에게 이어지는 인류무형문화유산

세계유산과 세계기록유산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이라면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유산이다.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강술래, 아리랑, 농악, 김장문화, 씨름, 택견, 줄다리기, 연등회, 탈춤, 한산모시짜기, 제주해녀문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박물관 유리관 속에 넣어 보존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니다.
누군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음식을 만들고, 기술을 가르치고, 의식을 행해야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

유네스코 역시 무형문화유산을 공동체가 역사와 자연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재창조해 온 지식·기술·공연예술·문화적 표현 등으로 설명한다.

결국 무형문화유산의 진정한 주인은 사람이요, 가장 훌륭한 보존 방법은 전승이다.

그리고 그 사례로 경북, 특히 안동을 다시 본다

이 세 가지 유산의 관점에서 보면 경북은 더욱 특별하다.
경주는 신라의 역사와 불교문화를 간직하고 있고, 영주와 안동을 비롯한 지역에는 조선 선비문화의 정신이 살아 있다.
안동의 하회마을은 전통적인 삶의 공간을 보여주고,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은 학문과 교육, 선비정신의 공간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의 서원은 단순한 옛 교육기관이 아니다. 자연 속에 강학 공간과 제향 공간을 두고 학문과 인격 수양, 후학 교육을 함께 추구했던 조선시대 교육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래서 안동을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옛 건물을 구경하는 일이 아니다.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했던 선비들의 정신을 만나는 일이다.
유네스코 유산은 과거의 훈장이 아니다
유네스코 등재는 문화재에 붙이는 훈장 하나가 아니다.
세계유산은 공간과 장소의 기억이고,
세계기록유산은 기록과 역사의 기억이며,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사람과 공동체의 살아 있는 기억이다.

따라서 유네스코 유산을 많이 보유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지키고 활용하며 다음 세대에 전하느냐에 있다.

문화유산은 과거에 박제해 놓을 때 죽는다.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의미를 찾고, 젊은 세대가 배우며, 세계인과 공유할 때 비로소 살아난다.

돌은 말이 없지만 역사를 말하고, 책은 낡아가지만 정신을 전하며, 사람의 손과 목소리는 세월을 넘어 문화를 이어간다.

돌에 역사가 있고, 기록에 정신이 있으며, 사람에게 문화가 있다.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유산을 돌아본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어떤 나라에서 살아왔으며,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무엇을 미래에 남겨야 하는지를 되묻는 일이다.

유산은 과거에서 온 선물이지만, 그것을 지키는 책임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이다.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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