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영화 ㉓] 앙 : 단팥 인생 이야기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6-04-04 14:03

빵집에 단팥빵 빵 일곱 개

어떤 맛이었을까 단팥빵

다 어디갔지? 달디단 울엄마!

 영화《앙 : 단팥 인생 이야기》포스터

단팥빵1 


정끝별


빵집에 단팥빵 빵 일곱 개

맛있게 생긴 단팥빵

한 사내가 빵 사러와

아줌마, 단팥빵 하나 주세요

여기 있어요

단팥빵 한 개 사갔어요


빵집에 단팥빵 빵 여섯 개 포동포동한 단팥빵

아이들이 빵사러 와

아줌마, 단팥빵 여섯 개 주세요

여기 있어요

단팥빵 여섯 개를 사갔어요


빵집에 단팥빵 빵 없네

어떤 맛이었을까 단팥빵

빵 주인이 빵 사러 와

아줌마, 단팥빵 다 주세요

다 없어요

단팥빵 빵들을 가져갔어요


다 어디갔지? 달디단 울엄마!


 영화《앙 : 단팥 인생 이야기》한 장면

정끝별의  「단팥빵1」은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읽고 나면 묘한 여운이 남는 시다. 빵집에 놓인 일곱 개의 단팥빵이 하나씩 줄어드는 과정은 어린이의 동요처럼 가볍게 흘러가지만, 마지막 행에 이르러 갑자기 다른 감각을 불러낸다.


“다 어디갔지? 달디단 울엄마!”


이 한 줄은 앞서 반복되던 장면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처음에는 단팥빵의 개수가 줄어드는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 이르면 단팥빵은 단순한 빵이 아니라 기억 속 어떤 존재로 변한다. 달콤한 팥의 맛이 어머니의 이미지와 겹쳐지면서, 단팥빵은 어린 시절의 감각을 불러오는 매개가 된다.


시의 구조는 거의 이야기책처럼 진행된다. 빵집에 단팥빵이 일곱 개 있고, 한 개가 팔리고, 여섯 개가 팔리고, 결국 남지 않게 되는 과정. 숫자가 줄어드는 방식은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일곱에서 여섯, 그리고 없음에 이르는 과정은 성장의 시간과 닮아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나씩 경험하며 지나온 시간처럼 단팥빵의 수는 줄어든다.


흥미로운 점은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하는 “빵 주인이 빵 사러 와”라는 표현이다. 빵을 만드는 사람조차 자신이 만든 빵을 다시 찾는다는 설정은 단팥빵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정서적인 대상임을 암시한다. 빵을 만든 사람조차 그 맛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단팥빵은 노동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마음의 산물처럼 보인다.


 영화《앙 : 단팥 인생 이야기》한 장면

단팥빵이라는 소재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동네 빵집의 진열대, 종이봉투 속에서 묻어나던 따뜻한 온기, 팥의 달콤한 냄새는 오래된 기억을 쉽게 불러낸다. 정끝별의 시는 바로 그 익숙한 감각을 이용해 독자를 과거의 시간으로 이끈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본 영화 《앙 : 단팥 인생 이야기》가 떠오른다. 본격적인 봄에 어울리는 영화이기도 하고 봄꽃 여행을 가지 못해 더욱 생각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카와세 나오미 감독이 만든 제목부터 달콤함이 풍겨오는 일본 영화 《앙 : 단팥 인생 이야기》는 납작하게 구운 반죽 사이로 팥소를 넣어 만드는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를 파는 작은 가게에 얽힌 가슴 뭉클한 감동 드라마다. 


 영화《앙 : 단팥 인생 이야기》한 장면

영화는 벚꽃이 흩날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영화는 단팥빵의 속 재료인 팥소를 만드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속에서 팥을 삶고 으깨고 끓이는 과정은 단순한 조리 과정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마음을 들여다보는 행위처럼 그려진다. 팥이 완성되기까지의 긴 시간은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시간과 닮아 있다.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전통 단팥빵을 파는 작은 가게가 ‘정성과 마음을 담아’ 만든 빵으로 유명세를 떨친다. 


나는 중얼거린다.

“단팥빵 속에는 달달한 단팥소와 함께 아직 못다 한 꿈이 들어 있어”라고...


영화 속 노인이 들려주는 말 가운데도 이런 취지의 이야기가 있다. “팥에도 귀가 있어서 삶아지는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는 말. 팥을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처럼 대하는 태도는 음식이 어떻게 기억과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앙 : 단팥 인생 이야기》한 장면

정끝별의 시에서도 단팥빵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기억의 저장소처럼 기능한다. “달디단 울엄마”라는 표현에서 단맛은 감각적인 맛을 넘어 정서적 경험을 가리킨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사주던 빵의 기억, 혹은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음식의 기억이 단팥빵이라는 이미지 속에 응축되어 있다.


영화 《앙 : 단팥 인생 이야기》가 팥을 통해 삶의 시간을 보여준다면, 「단팥빵1」은 단팥빵의 개수가 줄어드는 과정을 통해 기억의 자리를 드러낸다. 하나씩 사라지는 단팥빵은 시간이 지나며 희미해지는 기억을 닮아 있고, 마지막에 남는 것은 맛에 대한 궁금증과 어머니에 대한 감각이다.


시의 마지막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질문처럼 들린다. 그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단팥빵의 맛은 결국 시간의 맛이기 때문이다.


음식은 종종 기억을 불러오는 가장 강한 매개가 된다. 특정한 냄새나 맛은 오래된 시간을 순식간에 현재로 불러온다. 단팥빵 역시 그런 역할을 한다. 팥의 달콤함은 어린 시절의 감각과 연결되어 있고, 그 감각은 다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게 만든다.


정끝별의 시가 보여주는 것은 단팥빵이라는 작은 사물이 지니는 정서의 깊이다. 일곱 개의 단팥빵이 사라지는 동안 우리는 하나의 시간을 함께 지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것은 단팥빵의 맛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이다.


영화 《앙 : 단팥 인생 이야기》에서 팥을 만드는 일은 시간을 견디는 일과 닮아 있고, 「단팥빵1」에서 단팥빵은 사라지면서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기억이 된다. 결국 단팥빵은 빵이 아니라 시간을 담는 그릇인지도 모른다.


 영화《앙 : 단팥 인생 이야기》한 장면


박상봉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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