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유지하는 법

요즘 세대가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가 '꼰대'다. 젊은이도 피해갈 수 없다.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꼰대다. 여러 세대와 어울리다 보니 간혹 경험과 생각을 전하려다가 '혹시 꼰대처럼 들리지 않을까' 망설이기도 한다. 한때는 그저 농담처럼 들리던 이 표현이 이제는 세대 간의 거리감을 상징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다만 나는 이 단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지켜온 원칙과 쌓아온 경험은 분명 귀중한 자산이다. 문제는 그 경험이 시대의 변화에 귀를 닫은 채 과거의 방식만을 강요할 때다. 좋은 원칙도 세대 간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고집으로 오해받고, 결국 '신뢰'가 아닌 '거리'가 생긴다.
이런 고민은 사회속 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여러 세대, 다양한 사고를 가진 구성원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원칙 속 유연함을 찾는 것은 모두의 중요한 책무다. 나는 이럴 때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떠올린다.
작품 속 무역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를 돕기 위해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보증을 선다.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안토니오는 몸에서 살 1파운드를 줄 것을 약속한다. 난파로 안토니오가 상환하지 못하게 되자, 샤일록은 계약의 철저한 이행을 요구한다. 그는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계약은 절대적인 기준이라 말한다. 반면 약혼자의 친구를 위해 변호사로 변장한 포셔는 계약을 존중하되 관용과 자비를 제안한다. 포셔의 설득에도 샤일록이 변함없자 그녀는 "살은 베되 피는 한 방울도 흘릴 수 없다"고 말한다.
샤일록은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공동체로부터 외면당한다. 그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다수가 공유하는 생각을 읽지 못했다. 반면 포셔는 기존의 질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의를 구현해낸다. 이 둘의 차이는 원칙이 아니라 유연한 해석으로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지혜로운 결론을 내린 것이다.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와 달리 문화와 가치관은 더 가지각색으로 바뀌었다. 기업은 ESG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 ESG는 결국 기업이 '사회와 어떻게 신뢰를 쌓는가'를 볼 수 있는 지표다. 환경, 사회적 영향, 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책임은 모두 신용의 확장된 형태다.
이런 시대에 '원칙만 고수하는 경영자'는 더 이상 이상적인 리더가 아닐 수 있다. 원칙은 지켜야 하지만, 그것이 과거의 방식과 규율에만 머물러 있다면 젊은 세대와의 간극은 커지고 만다. 그렇기에 시대의 흐름은 물론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신용과 신뢰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사람과의 약속, 구성원과의 관계에서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특히 월급을 줘본 일 없이 구성원들에게 받기만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술과 자본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신용을 잃은 기업은 오래 영위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일방적인 원칙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과 사회 전체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양방향으로 소통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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