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도, 매력도 없는 자칭 보수세력

지금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에 외세와의 전쟁이 발발했다고 가정해 보자. 전쟁이 나면 당연히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보내진다. 그리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고 부상하고, 부모님들은 절망하며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자신의 죽음과 부상으로 누구와 무엇을 지켜준 것일까?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일까, 아니면 그렇게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 땅에서 가장 많은 부와 권력을 소유한 상위 1~10%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일까? 사실 우리 모두가 같이 사는 대한민국이고 그 대한민국의 국민과 재산을 꼭 이렇게 구별할 필요는 없지만,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전쟁의 승리로 얻는 가장 큰 혜택은 보통 젊은이들의 피와 상처와 절망으로 보호되는 상위 1% 혹은 10%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우리 어르신들의 생명과 재산이다.
이 가정과 시나리오는 의도적으로 자극적 표현과 논리를 사용했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자칭’ 보수세력(글쓰기의 편의상 그냥 보수라고 쓰겠다)의 위치와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보수세력은 이른바 ‘안보보수’와 ‘시장보수’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는 반공을 이념의 근간으로 하여 국가를 지키기 위해 상시 국가적 준전시상태에 준하는 준비를 해야 하고, 한·미동맹을 종교의 영역에 놓고, 국가 안보를 위하여 많은 것들(민주주의, 인권, 청춘, 생명까지도)을 희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로 노년층을 중심으로 안보보수세력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의 자연스러운 정서이지만 한국에서의 독특한 권력인 유교적 ‘연장자 권력’과도 연관되어 있다. 주로 연장자로 구성된 안보보수세력은 젊은이들의 해이함과 방종과 건방짐이 나라를 망친다고 야단치고, 훈계한다. 물론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그들의 공헌을 인정하지만 젊은이들은 일방적으로 야단맞고, 강요받는 이 상황과, 오직 나이만으로 권력이 주어지는 불공정성에 속이 끓는다. 이러한 일방적 연장자 권력이 우리의 안보보수 속에 녹아 있다. 젊은이들은 이들의 생명과 노후를 보장하는 국가적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나이 권력 때문에 일방적으로 야단만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공과 ‘빨갱이 협박’으로 생명을 이어온 안보보수세력이 고연령층이고, 지극히 유교적인 지역을 대변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보수의 또 다른 한 축인 시장보수세력은 안보보수와 넓은 교집합을 가지고 있으면서, 성장을 위해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경제성장’ 제일주의와 상위 1% 혹은 10%로의 부의 집중은 시장원리라고 강변하는 세력이다. 재벌과 부자 권력이 특권을 행사하고 갑질을 하고, 탈법과 불법을 저질러도, 그들의 국가 경제 공헌을 내세우며 이들에게는 유난히도 관대하고 오히려 탈법과 불법을 권장하는 모습마저 보이는 세력이 시장보수세력이다. 이들 중에는 전쟁이 나면 총을 들고 싸워야 하는 병역의 의무에서 유난히 자유로운 사람이 많고, 단지 출생이 좋다는 이유로 노동의 대가를 보통사람들의 수백배에 이르게 받고, 자신의 재산 규모에 만족하지 않고 총수라는 선출되지 않은 국가권력까지 물려받는다. 그리고 전쟁터와 시장에서 자신을 위해 싸워주는 사람들이 그들의 특권과 불법, 탈법을 지적하면 반공과 빨갱이 논리로 위협하고 공격한다. 시장보수와 안보보수가 겹치는 지점이다.
지금 우리의 보수 정당은 이들 연장자와 소수의 시장권력을 대한민국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주로 이들만을 대변해 왔다. 그런데 우리 보수가 건강하지 못한 것은 자신들을 지켜주어야 할 국민들에게 권력과 폭력만을 행사하지, 스스로 국가의 주류가 되기 위한 ‘존경심’을 얻지 못하고 ‘품격’과 ‘희생’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대부분이 자기 재산이고 특권인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나온 당연한 의무사항일 뿐 대단히 숭고한 의무사항이 아니다.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수준의 재산을 넘어서는 부분은 그때부터 재산이 아니라 권력이 된다. 서양 선진국의 주류는 그 재산을 존경을 얻기 위해 최소한의 자선과 공공성을 목적으로 사용하고 노력하지만, 우리의 보수세력은 그 재산을 떵떵거리기 위해서만 사용한다. 지난 두 번의 보수 정부가 외쳤던 자선과 공공성의 진정성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보수세력은 대한민국의 주류임을 자처하며 자신들을 무조건 공경하라고 대다수의 국민을 협박하고 강요해 왔다. 같이 잘살아야만 자신들의 큰 혜택이 지켜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강권력만 있고 매력이 없는 세력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헤드라인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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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20대 “추운 곳에서 옷을 벗으면 감기에 걸리고, 2026년의 서울에서 돈이 없으면 우울증에 걸린다. 무얼 먹고 살아야 하나를 어제오늘 점심을 굶은 채로 고민한다. 불멸의 이순신이 지킨 나라에 불면의 이십대가 안녕히 살아가신다.” 대학생들의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서 본 글이다. 음식이 넘쳐나는 세상에 결식 대학생이라니 낯설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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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환경》 암울한 플라스틱시대
암울한 플라스틱시대 인간은 약 450만년 전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자유롭게 된 두 손을 사용해 도구를 만들고 문명을 일궈냈다. 우리는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를 기준으로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등으로 인류문명사를 구분하고 있다. 그렇다면 후세의 사람들은 지금의 시대를 ‘플라스틱 시대’로 명명하지 않을까. 넘쳐나는 플라스틱과 쓰레기로 남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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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한 스승 ‘무지한 스승’은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의 책 제목이다. <무지한 스승>은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대한 낯설고도 신선한 통찰을 준다. 랑시에르는 교육의 목적이 인간의 해방과 평등에 있다는 사실을 확고히 쥐고, 진정 바람직한 스승은 학생이 스스로 배우게 하는 사람이라 역설한다. 따라서 ‘스승의 무지’란 지배적인 교육체계나 방법으로부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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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사람이 사람에게 복무하는 세상
사람이 사람에게 복무하는 세상 사람에게 가장 치명적인 아픔은 외로움입니다. 외로움은 사람관계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한 인생이 칭찬도 배려도 위로도 없이 메마른 잎사귀처럼 나부끼다 누구의 눈물도 없이 진다는 것입니다. 올해도 수없이 많은 어르신들이 자식들 없이, 친·인척들의 무관심 속에 설을 보냈습니다. 전화는 왔는지, 제사비용이나 용돈은 받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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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마음 없이 절하는 기계
마음 없이 절하는 기계 인사란 드러나는 예의다. 매일 만나도 정중한 예의를 표해야 할 경우가 있고 드물게 만나도 가벼운 경우가 있다. 진심으로 하는 인사가 있고 억지로 하는 경우도 있다. ‘절하고 뺨 맞는 일 없다’는 속담을 보면 예의를 표해서 손해 볼 것 없다는 것이 인간사지만 내용 없는 형식적 인사는 어딘가 공허하다. 인사가 건성이라면 관계도 건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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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왜 존재하는가 설이다. 온 집안사람이 모여 조상을 기리고 뿌리를 되새기며 친밀성을 높이는 날이다. 하비 화이트하우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학과 교수의 '인간 본성의 역습'(위즈덤하우스 펴냄)에 따르면, 이는 인간만의 독특한 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물들은 영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 우리 사촌인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등은 죽은 자들의 영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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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과 세상 새 달력을 벽에 건지 한달이 지났다.입춘이 지났으니 이제 정월이고 우수 경칩이 온다.지는 해가 을사년이니 새해는 병오년이다 10간 12지 육십갑자라 매년 그러하듯이 그래도 새해는 더 정중히 모셔야 할 것같다 일력과 달력이 앞날을 정해놓고 있듯이 지구는 자전과 공전의 법궤도 위에 있고 타오르는 아침 해와 붉게 물드는 저녁놀처럼 세상은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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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여러 일터에서 한해살이를 마감하는 각종 모임을 갖는 것을 보면 설날 분위기가 느껴집니다.하지만 정부에서 음력설을 인정한 까닭에 새해의 축하는 설날에 해야 제격처럼 보입니다. 한해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는 정초의 달 설날 입니다. 지나간 열한달의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정초에 세웠던 계획들은 다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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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윤석열 무기징역 선고... 내란우두머리 혐의 1심 "민주주의 핵심가치 훼손"
윤석열 무기징역 선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불법 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계엄 선포 444일 만이자, 파면 321일 만에 나온 첫 법원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는 19일 오후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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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포커스] ‘그 겨울날의 노래’ 재중동포 유미화 작가의 기적 같은 귀환 / 인터뷰
재중동포 유미화씨는 한때 교단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며 아이들의 명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던 스승이었다. 퇴근 후에는 열정적으로 글을 써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작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15년 전, 생사를 넘나드는 간 이식 수술 직후 찾아온 예기치 못한 의료 사고는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고, 소중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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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울~거제 2시간대 연결’ 남부내륙철도 첫삽···2031년 개통 목표
서울~거제 2시간대 연결’ 남부내륙철도 첫삽···2031년 개통 목표 남부내륙철도 노선도. 경남도 제공 영남 서부권의 50년 숙원사업인 남부내륙철도가 마침내 첫 삽을 떴다. 경남도는 국토교통부가 6일 거제 아그네스파크에서 착공 기념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2031년에 개통하면 거제에서 서울까지 2시간 40분대에 연결되며, 13조 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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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사하라에 지다. 파리 -디카르 경주의 추억/지옥의 랠리 열여덟째 날 굿바이 모리타니아 _최종림 작가
사막에서 차를 수리해 새벽 3시 30분에야 비박 장소에 도착했다. 도착 신고 후 텐트도 치지 않고 맨바닥에 깐 침낭에 들어 별밭을 천장 삼아 잠이 들었다. 쇠약해진 몸이 아픈 건지 허기 때문인지 하늘이 빙글빙글 돌아 한참을 몸부림치다 눈을 뜨니 새벽바람이 몹시 거세다. 바람이 훑고 간 침낭과 얼굴은 모래투성이가 되어있다. 손으로 모래 가루를 털어내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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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텅 빈 민주주의
텅 빈 민주주의 인간이 만든 정치체제 가운데 민주주의만 유일하게 ‘목적을 전제하지 않은 체제’로 불린다. 민주주의에서만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목적을 시민이 참여하는 공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민주주의란 시민 모두가 의견을 가질 권리를 향유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선 사람은 플라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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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사를 쓰자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사를 쓰자 우리에게 세계사는 무엇을 의미할까? 고등학교까지의 정규 교과과정을 충실히 이해했다면 아마도 우리의 역사, 즉 국사 이외의 역사를 세계사로 생각할 것이다. 학과의 구분을 국사학과, 서양사학과, 동양사학과로 구분하고 있으니 국사 이외의 역사가 세계사이고 그 세계사가 주로 서양사와 동양사로 채워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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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동훈 배신자’ 논란, 끝장 토론 하라
'한동훈 배신자’ 논란, 끝장 토론 하라.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계기로 내전 상태에 빠져들었다. 107석 소수야당으로, 정책과 정치에서 영향력을 잃어버린 정당이 이만한 일로 싸울 때냐는 비판이 많다. 한동훈 제명 과정은 위태로웠다. 이성적으로, 순리대로 했더라면 없었을 일들이 반복된 탓이다. 당무감사위원장은 “(사람을) 받아 죽이면 소는 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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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배신자 주홍글씨
배신자 주홍글씨 왜 장동혁은 한동훈을 제명하려 하는가. 탄핵 반대와 찬성 세력 간의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고, 두 사람 간의 개인적인 원한에서 이유를 찾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배신자 프레임’ 그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끊임없이 배신자를 찾아온 보수 정치가 한동훈을 새로운 배신자로 지목했다. 배신자 돌리기의 다음 차례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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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비평] 김진 작가의 회화와 시 <재생> 두 작품 속 흥미로운 대화_이원희 기자
재생 / 김진 구불구불 황톳길 난 저 언덕 저편으로 햇살에 절여 반짝거리는 스카프가 고요한 연기로 날아오네 감미로운 색색으로 헤아릴 수 없이 늘어나 상처 가혹한 땅 곳곳에 자리 잡네 서두름이 없이 꼼꼼히 상처를 덮고는 풀잎 그 언덕을 재생시키네 하얀 뭉게구름 조각 새것들이 오고 지난날 통기타로 노래하던 아름다운 이도 그 언덕에 재생되네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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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기획] 김진 작가의 소설 위험한 이방인
위험한 이방인 고향마을로 돌아오기는 근 7년 만이었다. 서늘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마을 어귀에 들어섰다. 기억 속의 포근했던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낯선 적막감이 무겁게 감돌았다. 지난밤 내린 비로 축축해진 흙길이 발걸음을 무겁게 눌러왔다. 내 몸을 감은 무거운 쇠사슬, 바닥까지 늘어진 쇠사슬 자락은 땅을 그으며 치렁치렁 소리를 냈다. 7년간의 고행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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