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언어교육 정책

글로벌제이션(Globalization)이란 새로운 용어가 20세기 후반에 등장하였다. 나라마다 그것에 대한 이해도 다르고, 대응도 다르다. 한국에서는 세계화로 번역되고, 일본에서는 구로바루카(グロバル化)로, 중국에서는 취안추화(全球化)로 번역된다.
번역된 말은 다르지만, 대체로 시공간을 초월해 상품, 자본, 정보와 사람의 이동이 이루어지며, 국가 대신에 초국가적 조직이나 집단이 이러한 이동을 주도하게 되는 개방적인 세상으로의 변화라는 의미로 세계화를 사용한다.
1989~1992년 동유럽 국가사회주의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통합되면서, 세계화는 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화로 인한 변화들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나라마다 제각각 세계화에 대응하고 있다.
세계화에 대한 각 나라의 대응은 그 나라의 집합적 지식과 정서를 바탕으로 한다. 세계화에 대한 가장 놀랄 만한 대응은 스웨덴 보수 정당인 자유당(Folkpartiet Liberalerna)의 대응이다. 자유당은 교육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화이트칼라 중산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보수정당이며, 현재 보수연정에서 교육부 장관직을 맡고 있다. 교육부 장관은 2011년 6월 10년 내로 스웨덴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중국어 수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웨덴이 유럽에서 가장 먼저 초등학교에서 중국어 수업을 실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미 2010년 여름 자유당은 초등학교에서 영어 대신에 중국어를 교육하는 것이 당론이라고 표명했다. 교육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재계, 노동계, 정계, 행정부와 학계의 대표 20명으로 구성된 세계화위원회의 2년간 연구 결과에 따른 최종적인 결론이 21세기는 중국어가 영어보다 더 영향력 있는 언어가 될 것이고, 스웨덴은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럽 국가들 가운데서도 중국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스웨덴이 중국어를 초등학교에서부터 교육시키겠다는 발상을 한 것 자체가 놀라웠다. 중국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정책 차원에서 중국에 대해서 별다른 눈길을 주지 않는 한국과 너무도 대조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중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스웨덴 정도의 중국어 교육정책을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오직 영어에 목을 매고 세계화는 곧 영어 능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정책 당국자들을 생각할 때, 스웨덴 자유당 당론과 교육부 장관의 발언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스웨덴 보수연정의 현직 교육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교육정책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이루어지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중국어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과 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국어 교육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부 장관은 모든 초등학교에서 10년 내로 중국어 교육을 해야 한다는 점과 모든 중학교에서는 15년 내로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임기 내 업적을 보여주려는 정책들을 내놓는 한국의 현실에서 10년과 15년은 너무나 먼 미래이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너무도 수시로 바뀌는 것이 한국의 교육정책이다.
세계화라는 말이 난무하면서 벤치마킹이라는 말이 시도 때도 없이 사용되고 있다. 벤치마킹은 다른 나라의 정책을 모방하거나 참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벤치마킹 대상인 정책 자체가 아니라 정책을 만드는 정신과 철학이다. 투철한 철학이나 정신없이 벤치마킹한 정책은 언제나 겉모양만 그럴듯한 수박 겉핥기 정책에 그치기 십상이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다른 정책으로 대체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세상 변화에 대한 실사구시적인 연구를 통해서, 먼 미래에 대비하는 언어교육정책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사치스러운 기대일까?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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