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이 절실한 대학

오늘날 최고 교육기관이 대학이라면 전통시대 대학에 해당하는 것이 성균관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렇다면 대학과 성균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성균관에는 대학의 강의실 기능을 하던 명륜당, 도서관에 해당하는 존경각, 기숙사와 같은 동재와 서재 등이 있었지만 오늘날의 대학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대성전이라는 건물이 있다.
대성전은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와 그의 수제자 내지 도통(道統)의 계승자들을 모시고 제의를 행하던 곳이다. 이곳에 제향된 인물들은 당대인들이 사표로 삼은 이들인데 제사 대상은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다. 한나라 때 훈고학자들은 글자만 따지고 행동이 따르지 못했다거나 곡학아세(曲學阿世)하였다는 이유로 준열한 비판 끝에 출향된 예가 많고, 송나라 때 성리학자들은 지식과 실천을 일치시켰다 하여 높이 평가받고 새로이 배향되기도 하였다.
이 대성전에 배향되는 인물들에 대한 제의를 통하여 당대인들은 그들을 사숙하고 닮고자 기원하며 인격적 고양을 도모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대성전이나 그에 해당하는 문묘(文廟)는 서원이나 향교 등 지방의 교육기관에도 어김없이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문묘는 인성교육의 장소였던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오늘날의 대학교육에서는 바로 이 인성교육이 빠져 버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1894년 갑오경장 후 당시의 지식인들은 그 학제를 비판하여 기술과 외국어 교육이 우선되고 성균관이 하위기관이 되어 신발과 모자가 거꾸로 놓이는 가치전도 현상이 일어났다고 인식하였던 것이다. 인성교육은 뒷전에 두고 기능교육만 내세운데 대한 반발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1세기 이상 계속되어 우리 사회에 혼란을 야기하여 왔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교육의 틀이 되고 있다. 서양 교육제도의 장점이나 알맹이는 제대로 수용하지도 못한 채 껍데기만 모방하면서 아직도 영어 교육의 중요성이나 강조하는 개화기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교육에서 역사교육은 아주 중요하게 자리매김되어 있다고 한다. 그 나라의 짧은 역사를 얼마나 상세하게 서술하였던지 무척 두꺼운 교과서를 만들어 가르치고 있다 한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교육에서 우리 역사를 사회과목의 일부분으로 편입해 놓은 것과 비교된다.
더욱이 전통시대에 교육보다 상위개념으로 사용되던 교화라는 말은 어느 사이엔지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전근대적이고 권위적이라는 편견의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다. 사실은 교화가 교육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며 한 차원 높은 것이다. 교육이 ‘가르쳐 기른다’는 글자 풀이라면 교화는 ‘가르쳐 화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후자는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선행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국가지도자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실천을 통하여 모범을 보임으로써 보통사람들은 저절로 그것을 본받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분위기에 물들게 된다는 것이 교화의 기본 개념이다. 그래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도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다. 전통시대의 지성인 선비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책무를 그러한 시각에서 성실하게 수행하였던 것이다.
오늘날은 전문인들이 사회주도층이다. 이들은 전문성으로 사회에 기여한다고 하나 사회 주도층으로서의 교화적 책무는 고사하고 전체 구도를 꿰뚫어보는 식견마저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각기 전공분야의 전문지식만 나열하며 자기 주장만 하기 일쑤다. 이들에 의하여 우리 사회의 가치부재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편협한 전문 지식인만 양산한 결과이다.
결국 교육이든 교화든 어느 측면에서도 오늘날 결핍된 것은 인성교육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대학에 문묘를 만드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나 그 대안은 역사나 철학 등 인간의 삶의 문제를 다루고 인간다운 가치를 일깨우는 인문교육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하여 인성교육과 함께 머리에 지식만이 아니라 지혜도 함께 채우는 교육도 가능해질 것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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