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보다 무서운 무감각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27일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실질 기준)는 올해 1.0%, 내년 1.8%, 2027년 1.9%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별로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한은의 올해를 포함한 3년 전망치가 맞아떨어진다면 한국 경제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3년 연속 2% 미만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뒤 3년은커녕 2년 연속으로 2%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적도 없다. 그동안 말로만 우려해온 장기 저성장이 현실화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 경제가 사상 초유의 장기 저성장에 빠졌는데도 걱정하는 사람조차 찾기 어려운 게 요즘 분위기다.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강한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보여왔다. ‘단군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을 들었던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4.9%를 기록했던 한국 경제 성장률은 1999년 11.6%로 회복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에도 2009년 0.8%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10년 7.0%로 단숨에 만회했다. 오랜 세월을 지켜보면 내·외생 변수로 단기간 성장률이 급락하는 일은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기초 체력이 좋은 경제는 금방 평소 성장률을 회복한다. 그런데 금융위기나 경제위기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경제 성장률이 3년 연속 1%대를 기록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경제의 기초 체력인 ‘성장 잠재력’이 그 정도로 추락했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하면, 앞으로 한국 경제는 일시적으로 2% 이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1%대 이하의 낮은 성장률이 일상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 나라 경제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이라고 하는데, 중·장기적으로 보면 대개 ‘중·장기 성장률 평균치≒잠재성장률’의 산식(算式)이 성립한다. 이재명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3%로 회복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잠재성장률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한 번도 잠재성장률이 실제로 오른 사례는 없다.
한국이 장기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개 성장률이 낮아지면,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금이 고갈되는 시기가 앞당겨진다. 국민소득 증가 속도도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 성장률이 낮고 경제의 기초체력이 부실하면, 당연히 그 나라의 통화 가치도 낮아진다. 최근 우리나라 원화 가치 급락(원·달러 환율 급등)의 원인도 궁극적으로는 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장기 저성장은 국민 경제 모든 영역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기는 한데, 실천이 매우 어렵다.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 눈앞의 욕망을 위해 돈을 펑펑 쓰는 것을 자제하고, 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면 된다. 개인이나 국가나 잘사는 방법은 대부분 교과서에 나와 있다. 다만,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려울 뿐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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