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와 ‘눌러선 안 될 버튼’

오늘날 김건희의 비극을 만든 건 팔 할이 윤석열이다.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윤 전 대통령과 달리 김 여사는 처음부터 의문투성이였다. 이름도 학력도 경력도 어느 하나 명쾌한 것이 없었다.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결국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 이름을 찾아냈고, ‘줄리설’의 실체를 좇다가 삼부토건을 발견했다. 한 언론사 기자와의 ‘7시간 통화’, 무속 비선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윤 전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감싸기에 바빴다.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참모에게 ‘왜 김 여사 전횡을 그대로 두느냐’고 물었더니 ‘김건희는 절대 눌러선 안 될 버튼’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윤 전 대통령은 평소에도 화를 잘 내지만, 김 여사와 관련한 사안에는 그야말로 불같이 화를 낸다는 것이다. 김 여사에 대한 쓴소리는 ‘귀신같이 김건희 귀로 들어간다’고도 했다. 여의도에서 눈칫밥으로 다져진 참모들은 이쯤 되면 안다. 김 여사 문제라면 눈 감고 귀 막아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낯익은 장면들은 이 정부 들어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사생 결단의 자세로 막아냈다. ‘오전만 출석’ 같은 꼼수를 짜내다가 국감장에서 야당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기관 업무보고가 끝나면 김 부속실장을 향한 질의 시간이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역대 국감에 참석해 온 총무비서관을 국감 직전 부속실장으로 발령내더니, 마음에도 없는 “국회에서 결정하면 나가는 것”이란 입장을 반복했다.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김 부속실장 국감 출석도 어렵다는 점을 뻔히 알고 하는 말이다.
김 부속실장에 대한 여권의 과도한 보호는 온갖 추측을 낳고 있다. 본인이 직접 출석해 사실관계를 밝히면 그만인데, 여권이 감싸기에 급급하니 오히려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친북 인사설’ ‘재산 은닉설’과 같은 의혹들은 실체가 없지만, 한 가지만은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김현지 부속실장이야말로 이재명 정부에서 결코 눌러선 안 될 ‘버튼’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실의 석연치 않은 인사 발령, 비판 여론에도 온갖 꼼수를 짜내는 여당의 모습은 보통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선을 벗어난 지 오래다.
그리고리 라스푸틴이 러시아 황실의 막후 권력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그를 향한 황제 부부의 무조건적인 비호였다. 라스푸틴이 실제 요술을 부린 승려였는지, 얼마나 방탕한 생활을 했는지는 부차적인 일이다. 황제의 절대적 신뢰와 옹호는 황실 참모들의 견제 기능을 마비시켰고, 라스푸틴에게 ‘막후 실세’라는 타이틀을 달아줬다. 비리가 싹트기에 충분한 토양을 황제 스스로 깔아준 것이다. 샤넬 가방을 뇌물로 받았다는 김 여사의 고백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만큼이나 절망스러운 일이다. 김 여사의 잘못된 처신이 직접적인 문제지만, 배우자를 전적으로 감쌌던 윤 전 대통령과 그 의중을 살피는 데 바빴던 참모들, 권력의 비호 아래 뇌물을 날랐던 이해 당사자들에게도 응당한 책임이 있다. 김현지 부속실장에 대한 정치권 논쟁이 이어질수록 과거로부터의 기시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역사의 비극은 악착스럽게 반복된다.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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