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중요한것은 롤 모델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이 발효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한 연구는 인성교육의 목표가 되는 덕목으로 ‘예의, 정의, 책임, 자기존중, 시민성, 배려·소통, 정직·용기, 지혜, 자기조절, 성실’을 제시했다. 뒤늦게나마 인성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18세 이하 인구는 현재 전 인구의 20% 정도이지만, 이들은 우리 미래의 100%이다. 30~40년 뒤에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인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생기는 결과는 폭력, 탐욕, 부패, 무례, 중독, 성추행, 왕따, 파렴치 등이다. 우리의 미래가 이런 것들로 채워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역사가 토인비는 ‘21개의 뛰어난 문명 중에서 19개는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도덕적 쇠락으로 멸망했다’고 분석했다. 아이들의 인성을 잘 가꾸지 못하면 우리의 문명도 쇠락하고 말 것이다.
인성교육을 통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인성의 덕목들이 사회 전체에 구현됨으로써 모두가 행복하고 살아갈 만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성을 점수화해서 효도 1등급, 2등급 식으로 서열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세계의 많은 의대에서 오래전부터 인·적성평가로 학생선발을 하고 있지만, 품성과 적성이 의사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소수를 걸러내기 위한 목적으로만 쓰인다.
인성교육이 국민교육헌장처럼 국민의 인성을 국가에 복종하는 방향으로 길들이는 데 쓰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인성교육이 예의, 효도, 시민성, 성실 등 온순한 시민으로서의 덕목에 치중할 것에 대한 걱정이다. 바른 인성에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독재에 피로 항거하고 국가폭력에 저항하거나, 업무현장에서의 비리를 드러내고 고치는 용기도 포함된다.
더 중요한 점은 인성교육이 학교 수업 등 정규 교육과정만으로는 달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인성교과 시간에 예의와 정의, 책임을 배울 것이다. 그러나 인성과 같은 가치관과 태도 교육은 정규 교육과정의 영향보다도 잠재적 교육과정(의도되지 않은 교육)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맹모삼천지교’에서 맹자의 어머니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영향을 잘 알았던 셈이다.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예의와 정의, 책임을 배우지만, 부모와 다른 어른들의 행동, 특히 사회지도층의 행동에서 정반대의 것을 보고 배울 것이다. 의사 양성을 전문으로 하는 의학교육 분야에서 인간행동의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강조할 때 하는 이야기지만, 교실에서 환자 존중, 의료 윤리를 아무리 가르쳐도 결국은 병원 실습 중에 관찰한 선배 의사들의 일탈행동을 따라가게 된다. 교실에서의 가르침이 현장에서의 롤 모델에 의해 일순간에 무너진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의 세계에 정직, 정의, 책임 같은 덕목이 얼마나 부족한지 이미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용기 있는 자가 더 고통받는 세상이라는 것도 안다. 배를 책임지고 있는 어른 선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죽는다는 것도 이미 배웠다. 식민지 지배에 저항하는 독립운동을 하면 후대에도 계속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배웠다. 자기 기만을 잘해야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교실과 현실의 괴리, 이 냉소주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우리 아이들은 선장과 선원들이 배를 버리고 도망칠 때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배로 들어간 선생님들도 기억할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자신의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서도 병동을 지키고 피땀을 흘린 의료인들의 모습도 기억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인성의 모범을 사회가 어떻게 대접하는가를 보고 아이들은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배운다는 데에 있다. 아이들은 우리 미래이다.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 우리 어른들은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선장이 될 것인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배로 뛰어드는 선생님이 될 것인가? 아이들이 어떤 인성을 갖출지는 우리 어른들에게 달렸다.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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