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의 굴레

한국의 양육문화에는 체벌이 드물지 않았다. 이러한 문화가 지배하는 가정에서 자란 성인들은 대부분 어릴 때 부모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맞은 기억을 갖고 있다. 흔히 ‘사랑의 매’라고 표현했던, 체벌을 동원한 자녀교육도 시대가 바뀌면서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긴 하다. 하지만 세대를 거쳐 대물림되는 문화현상의 흔적을 그리 쉽게 지울 수는 없다. 당시의 분위기에서는 당연한 듯이 맞고 자란 자녀들도 부모가 감정을 못 이겨 과도한 체벌을 가한 어떤 특정한 날의 억울하고 충격적인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동학대를 일삼는 부모에게서 친권을 정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학대를 줄이는 첫걸음이라는 것일게다. 20대 후반의 아기 엄마인 한 사람은 친정집에 들렀다가 아버지와의 사소한 말다툼이 폭행으로 이어진 사연을 전했다. 이 아기 엄마는 어릴 때부터 부모의 감정이 섞인 폭력에 시달려 왔다고 했다. 이제 성인이 된 그는 무자비한 폭력을 참을 수 없어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했지만 경찰은 ‘집안일은 집안에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아동학대는 물리적인 폭력으로 입는 피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말을 전했다. 주변에 알고 있는 아동들이 이혼 후 양육권이 있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는 있지만, 사실상 거동이 힘든 외조부모에게 맡겨져 꼭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저 밥은 굶지 않고 살아가지만 아동기에 필요한 정서적·문화적인 교육이나 활동 등은 꿈도 꾸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아동복지 담당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도 이 수준의 방임만으로는 학대라 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공공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할 기관과 담당자들이 방치하는 사이 눈에 보이지 않는 학대와 폭력의 굴레는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가정이라는 담벼락에 가려지거나 눈에 보이는 폭력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은 사이, 학대가 재생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미뤄지고 만다. 학대의 피해자는 단지 아동만이 아니고 폭행을 당한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해자였던 부모가 늙고 힘이 약해지자 어린 시절의 학대경험으로 정서적 문제를 안고 있던 자녀가 거꾸로 부모를 학대하는 일 역시 흔하게 알려져 있다. 약자를 향한 폭력이 되풀이되는 문화를 멈추려는 사회 전체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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