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과 뇌물

추석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선물 상자들이 오가는 모양이다. 가뜩이나 밀리는 퇴근길이 요 며칠 사이에 더욱 혼잡을 빚는 것도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의 선물 꾸러미 배달이 겹친 때문이라고 한다. 선물 대신 전달하기 위해 상품권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다 보니 혹시나 자신에게도 선물이 들어오지나 않을까 은근히 기다려지는 게 명절을 앞둔 보통사람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물은 어디까지나 선물로 그쳐야 한다. 지나치다 보면 뇌물로 비쳐지기 십상이며, 그러다간 어김없이 뒤탈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평소 존경하는 어른이나 신세진 분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은 흐뭇한 명절풍습이지만, 가끔씩 들려오는 풍문으로는 선물인지, 뇌물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전대통령부인의 뇌물 사건으로 나라를 온통 떠들썩하게 만들은 일을 다시 들먹일 필요는 없겠으나, 얼마 전에는 어느 고위 공직자가 업자로부터 몇 백만원 짜리 순모 양복 2벌을 받았다는 소문이 시중에 나돌기도 했다.
공직자들에게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뇌물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미국의 경우 직무와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25달러 이상의 선물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식사 한끼를 대접받는 경우라 해도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도 지난해 디올백 파동 직후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이 마련됐지만, 제대로 지켜지는 것 같지는 않다. 공직자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에도 상식선을 넘는 수준이라면 순수한 의미의 선물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때마침 어느 고위 공직자가 영약(靈藥)으로 여겨지는 강원도 산삼뿌리 선물을 뿌리쳤다는 얘기가 장안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그것도 보통 산삼이 아니라 무려 300년이나 묵은 물건이라니 값으로 쳐도 1억원은 족히 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산삼을 전달하려 한 사람의 본뜻과는 관계없이 이 선물을 거절하는 자체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 공직자는 “공짜로 받는 선물보다 더 비싼 것은 없다”는 옛 어른들의 가르침을 떠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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