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적 인문교육이 필요하다
인문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인문과학을 포함한 기초 과학의 교육을 대학교육의 핵심이 되도록 해야 하며, 인문과학은, 인식과 윤리에 있어서 보편적 원리를 배우고 그것을 몸의 습관으로 지니게 하는 데에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학문이다”라는 김우창 교수님의 말씀은 참으로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실제적 조치에 대한 궁리’에 관해서 더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유가(儒家)의 학문방향은 내성외왕(內聖外王)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 학문의 목표였습니다. 이것이 유가교육의 근본방향입니다. 문화를 긍정하고 사회를 바르게 변화시키려는 유가철학사상에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모두 예(禮, 제도 포함)로 귀결됩니다. 그러므로 예는 개인의 일상 규범에서 평천하에 이르기까지 통하지 않음이 없습니다. 이것은 고려시대 이후로 독특한 우리 문화와 융화되어 실천론이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의 가식적인 행동(허례)을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말씀하셨던 ‘진실’과 ‘진실성’ 위에서 하는 말입니다. 예는 의(義)를 바탕으로 하고 인(仁)을 배경으로 합니다. 의는 정당성이요, 공평이요, 책임이요, 도리입니다. 달리 말하면 선공후사(先公後私)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예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늘날 상아탑 안의 학문은 서양의 학문·문화 전통에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 결과 ‘윤리성과 인문교육’은 실천에서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대학은 이미 고시원이 되었고 도덕적 실천훈련을 할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대학의 일부 학년에서만은 의지를 단련하고 기초학문에 매진하는 풍토가 필요합니다. 중국 철학자 라오쓰광(勞思光)은 “우리의 사고와 탐구가 지적 유희나 언어 유희가 된다면 내 보기에 이것은 일종의 타락이다”(‘사변록’)라고 했습니다.
웃어른에게 무례한 젊은이들, 버릇없는 대학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무례는 공적 공간의 파괴자입니다. 이들이 훈련 없이 사회에 나가 공무원이 되면 쉽게 환경에 매몰되어 의(義)를 돌아보지 않고 공무를 빙자하여 자기 배를 불릴 것입니다.
나라가 온통 일본과 중국의 한국역사 재편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는데 그에 대처하는 것은 역사학자만의 담론이 되었습니다. 제가 식은땀을 흘리는 것은, 다음 단계에서 “한국철학사상은 중국철학사상의 아류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금속활자, 측우기 발명 등을 자기들이 전해 준 것이라고 교육하는 상황에서 다음 단계는 쉽게 예상이 갑니다.
철학사상의 문제는 역사보다 대처하기가 훨씬 어렵고 장기간을 요하는 것입니다. 길은 있을 것입니다만 한국학 전공자와 중국학 전공자, 나아가 서양학 전공자들의 문사철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모색·연구가 필수적입니다. 아직 이 문제에 대한 철학사상적 담론이 있다는 말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였습니다. 국가의 문화적 존망이 달린 문제에 철학사상가가 말을 못하면 무능한 것이겠지요. 아마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의 해법은 실천적 인문교육으로 연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용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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