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인문학의 위기
조카 아이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역사를 공부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나중에 뭐 먹고 살려고 그런 공부를 하느냐며 걱정을 했단다.사실 인문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인문학을 업으로 삼게 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것이다. 그런데 학부 시절, 선생님들은 조카아이에게 학문에 대한 열정, 인문학을 통해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나 또한 언제부턴가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조카아이는 그분들을 따라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되었다.
그러나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에는 현실이 만만치 않음을 곧 깨닫게 되었다. 학위를 얻기까지 긴 시간동안 수입이 없다는 경제적 부담과 더불어 학위를 얻고 나서도 생계 해결이 불투명하다는 불안한 미래를 감당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교단에서 한없이 멋져보였던 선생님들은 사실 모두 ‘시간강사’라는 이름뿐인 직함 아래 생계 마련에 허덕이고 계셨다. 그분들은 한 시간 수업료 10만원을 벌기 위해서 일주일에 며칠을 지방과 서울을 오고 가며 강의를 하셨고, 수 개의 강의를 뛰어서 한 달에 200만원 남짓한 돈을 벌고 계셨다. 더군다나 강의가 없는 방학에는 수입이 없었다. 대부분 강사 선생님들이 박사 학위를 마치면 이미 30대에 접어든 후였고, 그때부터 다른 직업없이 전업 강사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계셨다. 이 분들은 대학 강의의 3분의 1 이상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교원으로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불안정한 계약 조건하에서 일해야만 했다.
얼마 전 서양사학과 강사 선생님들이 비정규 교수노조 분들과 함께 교육위 소속 의원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많은 시간강사와 교수 분들이 시간강사를 대학의 교원으로 인정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을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국회 회기에서 꼭 개정안을 통과시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었다.
나 또한 지난세월속에 평소 교단에서 만났던 강사 선생님들이 거리에 나선 모습이 낯설기도 했지만, 한창 연구와 강의에 몰두하고 있어야 할 인문학자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기 위해서 거리로 나서야만 하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이야말로 인문학의 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에선 인문학이 현실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 인문학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지식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진정 인문학을 살리려 한다면, 인문학자들이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책과 자료를 구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돼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조카아이와 마찬가지로 공부를 계속하고 싶지만 생계 문제로 인해 꿈을 잠시 접는 친구들이 없기를, 또한 인문학은 배부른 사람들만 하는 학문이라는 선입견이 사라지기를, 인간의 정신과 역사를 탐구하는 인문학의 의의가 제대로 평가받는 사회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최용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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