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수주의와 인문학

일본의 소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대표격인 자들이 일본이나 아시아 역사가 아니라 독일의 철학이나 문학 등을 전공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들은 독일 찬양자, 특히 독일이 그 도발로 비난받는 제1, 2차 대전은 물론 그 역사의 찬양자로서 그 중에는 저명한 니체 연구자도 있다. 그런 독일 찬양자는 한국에도 물론 있으니 일본만의 특유한 현상은 아니다. 과거 군사독재시대에도 한국의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자가 동시에 여당과 국회의 대표를 지내기도 했고, 특히 지역감정을 유발한 발언을 처음으로 시작한 문학적 재능을 발휘하여 문학이 사회에 기여한 혁혁한 공로를 세우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학문이나 예술과 정치를 철저히 구분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경우의 정치와 학예도 구분하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의 독문학자는 그 독문학에 대한 글에서 정치에 대해 언급한 적이 거의 없다. 나치즘에 대해서도 물론 언급한 적이 없다. 특히 자신이 봉사한 유신권력과 나치즘을 비교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으리라. 그런 그의 독문학은 그야말로 고상한 이상의 순수한 독문학이었다. 설령 나치즘 시대에 나치즘에 봉사한 문인들을 소개하는 경우에도 그런 정치 이야기는 철저히 제외했다. 마치 언급할 필요가 없는 사소하고 불쾌한 일인 양 말이다.
-침략만행 비판않는 日학자들-
독일의 나치즘 반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스의 탓이지 독일인이나 독일 문인의 책임이라고는 절대로 말하지 않았다. 그가 일본의 한반도 침략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군사독재시대에 일본의 국수주의자들과 군사독재권력은 정말 친하게 지냈다. 그래서 독일은 나치즘 만행을 철저히 반성하고 사죄하지만 일본은 반성이나 사과는커녕 침략만행을 부정하고 미화한다는 점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결국은 독일 나치즘도 일본 제국주의도 군사독재도 유신도 모두 나라를 위해서는 옳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지금도 우리에게는 그런 생각이 남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일본의 독문학자나 독일철학자는 적어도 그렇게는 말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들은 나치즘을 찬양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치즘과 일본제국주의를 같이 보지도 않는다. 즉 독일과 달리 일본은 유대민족 말살 같은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유대민족 말살을 이유로 독일이 전후에 전쟁책임을 철저히 사죄하여 온 것은 순수한 도덕주의나 인도주의나 박애주의나 이상주의 차원이 아니라, 국제정세 속에서 국익을 추구한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전략에 불과하므로, 일본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독일측이 뭐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지만, 일본측, 특히 보수주의측은 대단히 만족해하여 소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기본철학으로 삼는 듯하다. 이런 주장에 한국의 독일통은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지만, 아마도 여전히 독일인이 일본인보다는 월등히 우수하고 도덕적이며 특히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에 일본과 달리 사과를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듯하다. 그러나 나는 이런 독일 우월론에는 찬성할 수 없다. 그 어떤 서양 우월론에도 찬성할 수 없다. 이런 유치한 인문학은 이제 극복하고 최소한 일본의 독문학자나 독일철학자들처럼 객관적으로 서양을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일본인들이 자국의 전쟁책임을 부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히 비판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전쟁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스스로 원자폭탄의 피해자라는 이유에서 반미 평화주의를 주장하고 그것이 개헌논의로까지 이어지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위안부’눈감은 우리도 반성을-
사실 지난 반세기 이상 나치즘의 유대민족 말살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범세계적으로 제기된 것에 비하면 일제의 조선인 강제연행이나 ‘위안부’ 강요는 그야말로 이제 겨우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그 책임은 전적으로 그 사실을 은폐하고 부정한 일본측에 있지만 이에 동조한 우리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일본측이나 우리에는 정부만이 아니라 학계나 언론계는 물론 시민 개개인도 포함될 수 있다. 우리 자신이 그 사실에 눈감았다는 점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내가 만난 소위 ‘위안부’ 출신 어느 할머니는 ‘위안부’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반평생을 살기가 더욱 힘들었다고 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헤드라인 뉴스
-
《인문정치》 희생하는 정치인, 군림하는 정치인
희생하는 정치인, 군림하는 정치인 스웨덴 쇠데르텐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최연혁 박사는 저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를 통해 25년간 스웨덴 생활의 경험들을 나눠주며, 대한민국의 미래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복지국가의 상징과도 같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은 원래 스웨덴을 두고 나온 것이다. 사실 행복이나 복지처럼 정치와 잘 어울리는 말도 없다.
-
.《인문 정치》 정치적이되 아름다워야 한다
정치적이되 아름다워야 한다 여야 사이뿐 아니라 같은 당 계파 사이에 오가는 말을 듣다 보면, 이들이 정치를 하고 있는 건지 싸움을 하고 있는 건지가 구분이 안 된다. 정치에서 웃음이 사라진 지도, 정치가 시민들을 웃게 만든 지도 오래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뭐든 상대방 탓으로 만들고자 하고 마치 ‘거울 이미지 효과’처럼 모진 말을 반사하듯 주고받는
-
《인문사회》 젊은 인문사회과학도들의 곤경
젊은 인문사회과학도들의 곤경 1980년대 초·중반에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학자가 20대에 교수가 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1980년 전두환의 신군부가 정권을 쥐자마자 단행한 소위 ‘7·31 교육개혁’으로 졸업정원제가 실시되어 대입 정원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갑자기 교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인문사회계도 취직이 비교적 쉬웠다. 지금은 특수한 분야를
-
《인문사회》문화 ‘아래로부터의 복지
문화 ‘아래로부터의 복지’ 문화란 그저 자연과 분리되는 인간의 활동일 수도 있고 인간이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기본가치일 수도 있는데 요즈음 이 말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문화생활을 한다는 것이 이미 삶의 수준을 상징적으로 말해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활동에 문화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문화는 이제
-
《인문사회》 “살 도리들을 하시오
“살 도리들을 하시오” “합하면 조선이 살 테고, 만일 나뉘면 조선이 없어질 것이오. 조선이 없으면 남방사람도 없어지는 것이고 북방사람도 없어지는 것이니 근일 죽을 일을 할 묘리가 있겠습니까. 살 도리들을 하시오.” 해방 후 우리나라가 통일 독립국가가 되지 못하고 두 동강이 나는 것을 지켜본 노혁명가 서재필 선생이 1949년 3·1절을 맞아 ‘조선민족에게
-
《인문정치》 정체 모를 야당
정체 모를 야당 한국 정치에서 야당이라는 말은 묘하다. 이름이 자주 바뀌다보니 당명을 특정해 말하기 어려울 때 하나의 통칭으로 사용되는데, 선거에서 크게 패하거나 ‘만년 야당’ 같은 자조적인 분위기가 되면 더 많이 애용된다. 한때는 ‘보수 야당’이나 ‘제도권 야당’으로 불렸다. 두 말 모두 외국어로 옮기기 어렵고 글자 그대로 직역하면 오해를 불러오기 쉬운
-
《인문사회》 권력의 ‘투명망토’가 된 언론
권력의 ‘투명망토’가 된 언론 <투명인간>이라는 공상과학 소설이 있다. 19세기 말 웰스라는 영국 소설가가 발표한 작품이다. 영어 원제목은 투명인간이 아니라 ‘안 보이는 사람(invisible man)’인데, 투명하다는 뜻이 요즘에는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보이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투명한 인간이라고 요즘 말하면 투명인간
-
《인문정치》 정당이 바로 서야 민주정치가 바로 선다
정당이 바로 서야 민주정치가 바로 선다 어느 나라든 민주주의는 두 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우리는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거쳐 그 과제를 완수했다. 두 번째 단계는 민주주의를 사회 속에 안착시키는 일로, 지금 한국 사회는 이 과제를 둘러싸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선 민주주의 국가들의
-
《인문사회》 증오의 시대
증오의 시대 아주 사무치게 미워하는 마음이란 뜻을 가진 단어는 뭘까. 증오다. 증오 하면 곧장 복수란 단어가 떠오를 만큼 섬뜩한 정서다. 개인의 증오 정서와 복수는 막장드라마에서 차고 넘치게 볼 수 있다. 그래도 그건 가상이지 현실이 아니다. 현실에선 증오의 집단정서가 인터넷과 SNS를 가득 채우고 있다. 평소 타인에게 절대 사용하지 않을 험한 말과
-
《인문사회》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사를 쓰자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사를 쓰자 우리에게 세계사는 무엇을 의미할까? 고등학교까지의 정규 교과과정을 충실히 이해했다면 아마도 우리의 역사, 즉 국사 이외의 역사를 세계사로 생각할 것이다. 학과의 구분을 국사학과, 서양사학과, 동양사학과로 구분하고 있으니 국사 이외의 역사가 세계사이고 그 세계사가 주로 서양사와 동양사로 채워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지리
-
《사설》‘한동훈 배신자’ 논란, 끝장 토론 하라
'한동훈 배신자’ 논란, 끝장 토론 하라.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계기로 내전 상태에 빠져들었다. 107석 소수야당으로, 정책과 정치에서 영향력을 잃어버린 정당이 이만한 일로 싸울 때냐는 비판이 많다. 한동훈 제명 과정은 위태로웠다. 이성적으로, 순리대로 했더라면 없었을 일들이 반복된 탓이다. 당무감사위원장은 “(사람을) 받아 죽이면 소는 돌로
-
《사설》 배신자 주홍글씨
배신자 주홍글씨 왜 장동혁은 한동훈을 제명하려 하는가. 탄핵 반대와 찬성 세력 간의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고, 두 사람 간의 개인적인 원한에서 이유를 찾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배신자 프레임’ 그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끊임없이 배신자를 찾아온 보수 정치가 한동훈을 새로운 배신자로 지목했다. 배신자 돌리기의 다음 차례는 누가 될 것인가.
-
[미술 비평] 김진 작가의 회화와 시 <재생> 두 작품 속 흥미로운 대화_이원희 기자
재생 / 김진 구불구불 황톳길 난 저 언덕 저편으로 햇살에 절여 반짝거리는 스카프가 고요한 연기로 날아오네 감미로운 색색으로 헤아릴 수 없이 늘어나 상처 가혹한 땅 곳곳에 자리 잡네 서두름이 없이 꼼꼼히 상처를 덮고는 풀잎 그 언덕을 재생시키네 하얀 뭉게구름 조각 새것들이 오고 지난날 통기타로 노래하던 아름다운 이도 그 언덕에 재생되네 풀
-
[문학 기획] 김진 작가의 소설 위험한 이방인
위험한 이방인 고향마을로 돌아오기는 근 7년 만이었다. 서늘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마을 어귀에 들어섰다. 기억 속의 포근했던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낯선 적막감이 무겁게 감돌았다. 지난밤 내린 비로 축축해진 흙길이 발걸음을 무겁게 눌러왔다. 내 몸을 감은 무거운 쇠사슬, 바닥까지 늘어진 쇠사슬 자락은 땅을 그으며 치렁치렁 소리를 냈다. 7년간의 고행 끝에
-
《사설》 한동훈 제명한 장동혁...자멸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제명한 장동혁...자멸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29일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2024년 온라인 익명 당원 게시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방해 당 명예와 이익에 피해를 입힌 것이 그 사유다. 게시글 작성자는 한 전 대표 가족이라고 한다. 당 윤리위가 윤 전 대통령 사형 구형일인 지난 14일 새벽 제명안을
-
법원 "김건희 샤넬백 청탁·대가성 인식"... 주가조작은 무죄
법원 "김건희 샤넬백 청탁·대가성 인식"... 주가조작은 무죄 법원이 김건희 여사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의 '공동정범'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가 공동정범으로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특별검사팀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앞서 검찰은 김 여사의 행위를 '공모·방조'라고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
범정부 자살대책 추진본부, 강북구 자살예방 현장 찾아 대응체계 점검
범정부 자살대책 추진본부, 강북구 자살예방 현장 찾아 대응체계 점검 서울 강북구(구청장 이순희)는 지난 23일 범정부 자살대책 추진본부가 지역 자살예방사업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삼각산보건지소 생명존중팀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국무총리 주재 '2025 국가 자살예방 전략' 발표와 범정부 자살대책 추진본부 출범 이후,
-
용산구, 면허 반납 어르신에 교통카드 최대 68만 원 지원
용산구, 면허 반납 어르신에 교통카드 최대 68만 원 지원 서울 용산구(구청장 박희영)는 2026년 2월부터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70세 이상 실제 운전자를 대상으로 최대 68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원한다. 이는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최고 수준의 지원 규모로, 지원 인원도 기존 100명에서 150명으로 확대했다. 최근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와 사망사고
-
삶을 견디는 언어, 시로 건네는 위로의 시간-안도현 시인과 함께 ‘목요詩토크’
재능시낭송협회 경북지회(회장 김용일)가 오는 1월 29일(목) 오후 6시 30분, 구미시 산책길 85 팔팔순두부 2층 카페에서 안도현 시인 초청 ‘목요詩토크’를 연다. 이번 행사는 새해 첫 목요시낭송회로 마련된 자리로 『쓸데없이 눈부신 게 세상에는 있어요』라는 안도현의 신작시집을 중심으로 삶의 상처와 기억, 그리고 그것을 견디게 하는 언어로서의 시를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