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설득력이다
최용대 주필
정치란 무엇인가. 학자들의 도덕군자 같은 규범적인 가르침을 털어내고 나면, 요체는 권력을 획득하고 그 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일이다. 국가 정치의 중심도 대통령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오르고, 어떻게 부여된 권한과 의무를 다루느냐다. 그런데 권력 획득은 당연히 지지층의 이해를 대변하고 실행하려는 권력 의지가 핵심이지만, 권력의 행사는 위임해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모든 국민은 선거 등을 통해 국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과 원칙이 실행력을 가지려면 경쟁 정파의 이해와 의지까지 통합해야 하는 것이다. 일방의 권력 독점과 행사는 애초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교과서에는 없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인 대런 에쓰모글로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새 책 ‘권력과 진보’에 이렇게 썼다. “권력은 결국 강압이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꼭 그렇지는 않다. 현대사회가 주로 의지하는 권력은 설득의 권력이다.” 그는 “대통령이라도 순전히 강제로 군인들을 전쟁터로 밀어 넣을 수 있을 만큼의 강압적 권력을 갖기는 어렵다. 명령 한 번으로 법을 바꿀 수 있는 정치 지도자도 거의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정치 지도자의 말을 따르는 것은 “사회적 제도, 규범, 믿음이 그 지도자에게 큰 지위와 권위를 부여했기 때문”이란다. 정치 리더가 테크놀로지 발전의 방향을 선택하고 모두에게 이득이 되게 하는 것은 설득 권력을 어떻게, 누구를 위해 행사하는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설득 권력의 시작은 개인 간에도 그렇듯이 공감일 것이다(‘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대척점에 서 있는 정파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낮은 업적 평가를 받는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정치학자들은 좌우 공통으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추구한 점만큼은 높게 평가한다. 그는 ‘물태우’로 불린 데 대해 “약한 지도자로 보이는 게 좋다. 겉으로 어떻게 보이든 대통령 심중에 강한 의지만 있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음으로 상호성이 뒤따라야 한다. 무언가 먼저 주라는 뜻이다. 그 호의를 상대가 몰라줄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후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이라크 파병 결정에 대해 “옳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서 파병한 것이다. 뻔히 알면서도 역사에 오류의 기록을 남겨야 하는 대통령 자리, 참으로 무거웠다”고 술회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함께 우파에서도 그나마 평가받는 그의 공적은 생각이 다른 자신을 설득한 결과였다.
설득 권력은 한 편만이 아닌 국민 대통합을 지향한다. 이것 역시 대통령으로선 ‘회피하면 안 되는 선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에 대해서“그분의 혜안과 결단과 용기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다른 편이 가진 유감도 살펴야 한다.
야당 대표와도 만나야 한다. 범법 여부로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는 검사의 시각에선 불편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상호 적대감을 토대로 각자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적대적 공생 관계는 전체를 위기에 빠뜨린다. 작금의 여야 관계도 마찬가지다.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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