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묶어줄 민족주의

한국사람들의 심성 가운데는 묘한 극단성이 있다. 한번 친해지면 간이라도 내어줄듯이 좋아하다가도 한번 싫어지면 세상없는 원수를 대하듯이 미워한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한번 삐뚤어지면 일평생 섭섭했던 감정을 다 노출시켜서 철저한 원수로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평생의 친구를 쉽게 잃어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 정도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한국민족에게 두드러지게 볼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불행한 역사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한국근대사의 반세기 동안 우리는 여러 형태의 적과 대결해야 하는 경험을 해왔다. 해방 후 우리는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교육을 통해서 공공연히 심어왔고 한국전쟁 이후로는 북한을 우리의 최상의 적으로 삼고 반공(反共)을 국시(國是)로 삼은 적도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반공과 방일(防日)에서 찾기도 했었다.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우리의 주체성을 정립해 주었다. 식민지 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5·16이후 군사정권이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시도하였을 때 한국의 대학가와 지성은 분노하면서 거리로 나왔다. 유명한 6·3사태였다. 그 당시 한국의 젊은 세대와 지식층은 우리의 정체성과 민족의 영혼을 일본에 팔아먹는 경제적 식민지가 되는 줄로 알았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1960년대 한국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 일본이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의 여과를 거쳐야 하는 역사적 과정을 싫든 좋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적 현실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한편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사라지고 북한 사람들을 만나 보았을 때 그들의 몸이 빨간 색깔도 아니고 그들의 머리에 뿔이 난 것도 아님을 알게 되었다. 물론 우리가 가져 왔던 일본이나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역사적으로 볼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 때문에 우리는 불행히도 우리 자신의 입장이나 정체성을 우리의 주관적 의식에서 정립하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 반감, 그리고 미움과 질타를 통한 상대방을 부정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확인해 보려는 시도를 해 왔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반공도 사실은 남한 자체내의 문제를 정립하고 정리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종종 쓰여져 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내적으로 우리는 근 30년에 걸쳐서 정치적 ‘악’인 군사정권과 싸우면서 반체제를 통해서 국민의 ‘의식화’와 ‘지성의 행동화’를 시도해왔었다.
1990년대의 한국은 1997년의 외환위기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안정세력을 구축해왔다. 국내적으로는 군사독재가 무너지고 북한에 대한 적개심도 사라져 갔다. 짧았지만 이 몇년이 한국인에게는 적이 없는 시기였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한국의‘행동하는 지성’에게는 일종의 침체기간이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1997년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적의 탄생을 예고해주고 있었다. 최근 퓨연구소(Pew Research Center)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아시아 나라들 가운데서 미국을 싫어하는 나라로서 한국이 단연 일등으로 나와 있다.
오늘날 한국의 최대의 적이 누군가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 보여 주었다.
한국은 이러한 ‘적’이 생길 때마다 그 적에 대한 우리의 극단적인 증오감과 배타성을 발산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이러한 감정을 우리의 주체성으로 동일시 해버리곤 했었다. 그러나 우리가 정립해야 할 진정한 민족주의는 ‘너’를 부정함으로 ‘나’를 찾는 ‘부정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너’와 ‘나’관계를 싸매 줄 수 있는 치유(healing)의 지혜와 ‘얼’을 찾는 사상과 가치를 찾고 창조하는 ‘적극적 민족주의’를 찾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재명정부의 시급한 과제는 바로 이 치유다. 내적으로는 분열된 국민의 감정과 국론을 하나로 묶어야 하고 외적으로는 우리의 옛 친구의 상한 감정을 치유하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헤드라인 뉴스
-
[연재] 사하라에 지다 파리 -디카르 경주의 추억/지옥의 랠리 열한째 날_최종림작가
아가데즈 시장 지옥의 랠리 열한째 날 물물교환 오늘은 22일간의 장정 중 유일하게 하루 쉬는 날이다. 엊그제 9일, 돌아오지 않은 차 중 6대는 완전히 사막으로 사라져 버렸고, 수많은 사고자는 응급조치와 수술 후 유럽으로 후송되었다. 오늘 아침 현재, 37대의 차가 어제 코스에서 귀환하지 않은 상태다. 그동안의 각종 사고와 낙오로 우리들 대열에서 빠진
-
《인문정치》상인과 서생
상인과 서생 “선비는 열 손가락이 유약하여 힘든 작업을 감당 못하니 밭을 갈겠는가, 김을 매겠는가, 거름을 주겠는가. …어찌하여 선비는 손발을 놀리지도 않고 땅에서 생산된 것을 빼앗으며 남이 노동한 것을 삼켜 먹는가. 대저 선비가 놀고 먹기에 땅에서 나는 이(利)가 다 개척되지 않고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은 ‘전론(田論)’에서 선비가
-
《인문사회》치마길이와 경기
치마길이와 경기 아프리카의 스와질란드 정부는 2000년 여름, 여학생들은 짧은 치마를 입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10살이 넘는 여학생들은 무릎을 덮는 치마를 입어야 하고 이를 어기면 국외로 추방되는 처벌을 받아야 했다. 여학생들의 짧은 치마를 금지한 이유는 교사와 학생들간의 성관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전 국민의 4분의 1이 에이즈에
-
제10회 작가정신문학상에 황명자 시인 『남천일기』로 수상
대구경북작가회의(회장 신기훈)는 오는 12월 20일 오후 4시 대구문학관에서 2025년 정기총회를 열고, 제10회 작가정신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이번 문학상 수상자는 황명자 시인으로, 수상작은 포토에세이집 『남천일기』이다. 작가정신문학상은 대구경북작가회의가 지난 1년간 출간된 작품집 가운데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매년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로
-
《인문》학파(學派
학파(學派) 한국 역사상 최고의 학문적 논쟁은 조선중기 퇴계(退溪) 이황(李滉)과 그의 제자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간에 벌어진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이다. 퇴계와 고봉은 무려 8년여에 걸쳐 편지를 주고 받으며 논쟁을 벌였다. 이(理)와 기(氣)를 둘러싼 두 사람의 ‘존재론 논쟁’은 인간 본성에 대한 근원적 문제제기로 조선 성리학의 독창적 학풍을
-
.《인문》 김지하
김지하 이 세상에서 순금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근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것은 세월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람도, 정치도, 시(詩)도 그러할 터. 한 세대전 이런 시를 쓴 시인이 앞으론 동화작가의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는 보도다. 공화당 정권 18년 동안, 특히 유신독재 시절 시인 김지하는 저항, 민족, 민주화, 도피, 유랑, 고문, 사형수,
-
《인문사회》원로의 분열
원로의 분열 고대 로마 시절,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1인 체제가 굳어지자 키케로는 친구 아티쿠스에게 권력에서 밀려난 원로의 비애를 담은 편지를 보냈다. “과거에는 정치가 노련하고 원숙한 사람들의 일로 되어 있었네. 그러나 이젠 누군가와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뛰어다니는 젊은이들의 일이 되어 버렸네. 이렇게 되면 노쇠한 정열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원
-
《인문사회》바람, 바람
바람, 바람 얼룩말은 독특한 체질로 피부를 관리한다. 몸 표면의 검은 무늬줄은 햇빛을 많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흰바탕보다 온도가 높다. 검은 줄과 흰바탕 사이에는 온도 차이가 생기고 자연히 기압의 차이도 생긴다. 기압의 차이는 곧 바람을 일으키고 이것으로 평소 피부를 잘 가꾸는 것이다. 이렇듯 바람이라면 지구상에서 생기는 모든 공기의 움직임을 뜻한다.
-
《인문사회》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 오블리주 옛 북미 인디언 부족사회에는 ‘포트라치(potlatch)’라는 의식이 있었다. 특정한 날을 정해 모든 부족원들이 모피 등 잉여재산을 내놓고 파괴하거나 이웃에게 나눠주는 의식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고 존재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그들은 재화를 스스로 불태웠다”고 해석했다. 영국
-
[신간 소개] 박상봉 시인, 네 번째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
박상봉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가 출간됐다. 첫 시집을 마흔아홉에 펴낸 뒤, 예순을 넘겨 두 번째 시집을 내고, 다시 네 번째 시집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업은 언제나 느렸고 우회적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결코 공백이 아니었다. 시인은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시집의 의미”라고 말한다. 새 시집을 계기로 그의 시와
-
[PRNewswire] 구딕스, 삼성전자에 첨단 기술 협력
[PRNewswire] 구딕스, 삼성전자에 첨단 기술 협력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에 첨단 폴더블 터치 및 지문 솔루션 공급 선전, 중국 2025년 12월 9일 /PRNewswire=연합뉴스/ -- 구딕스 테크놀로지(Goodix Technology)가 12월 8일 자사의 업계 선도적인 메인 및 서브 터치스크린 컨트롤러와 초슬림 측면 키 정전식
-
《인문》새벽시장 언 손 녹여주는 고마운 화톳불
새벽시장 언 손 녹여주는 고마운 화톳불 어영부영하다 보니 어느새 12월. 덩그러니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니 뭔가에 쫓기듯 조바심이 납니다. 대책 없이 놀기만 하다가 겨울을 맞이한 베짱이의 심정입니다. 마음이 스산하니 몸이 더 추운 걸까요. 이른 출근길에 지나게 된 새벽시장에는 칼바람이 매섭습니다. 좌판의 생선도 꽁꽁 얼 만큼 춥네요. 가뜩이나 손님도 뜸한
-
《사설》여당 의원의 보좌진 성추행 의혹, 철저한 진상규명을
여당 의원의 보좌진 성추행 의혹, 철저한 진상규명을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여성 보좌진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정청래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장 의원은 결백을 강조하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이다.
-
해남배추 캐나다 시장 뚫었다…1천톤 수출
해남배추 캐나다 시장 뚫었다…1천톤 수출 전라남도는 26일 해남 산이면에서 해남배추 1천 톤 캐나다 수출 선적식을 개최하고, 북미시장을 겨냥한 본격적인 수출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번 선적은 전남도·해남군·수출기업이 협력해 추진한 성과로, 해남배추가 캐나다 H마트에 대규모로 공급되는 첫 공식 일정이다. 행사에는 명현관 해남군수, 전남도 신현곤 국제협력관,
-
[연재]사하라에 지다 파리 -디카르 경주의 추억/지옥의 랠리 여덟째 날
별이 반짝이는 소리. 천지는 태고적 나를 보고 있다. 가스버너에 커피 물을 올려놓은 채 그 자리에서 우린 기절한 듯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눈을 뜨니 3시간이 지나 있다. 개운한 몸은 놀란 토끼 모양새다. 560.30km 400m 앞까지 비추는 우리 차의 헤드라이트 하이빔 불빛 앞에 241번 주자의 차가 비참한 형태로 전복되어 있다. 단단한 모래
-
서초구, 빈틈없는 한파 종합대책으로 '한파 피해 제로' 추진
서초구, 빈틈없는 한파 종합대책으로 '한파 피해 제로' 추진 서울 서초구(구청장 전성수)가 다가오는 겨울철을 맞아 오는 2026년 3월 15일까지 4개월간 '25/'26년도 겨울철 한파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는 주민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 ▲한파 상황관리 체계 구축 ▲주민친화형 한파저감 시설 운영 ▲한파쉼터 운영 ▲한파 취약계층
-
《정치》트럼프 보란듯…첫날 ‘다자주의’ 선언한 G20 정상들
트럼프 보란듯…첫날 ‘다자주의’ 선언한 G20 정상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G20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
-
인문칼럼]구름 아래 잠든 나라 -고성 송학동 고분군의 말 없는 역사-
경남 고성의 들녘을 따라 걷다 보면 낮은 구릉 위에 점점이 박힌 봉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드러나는 봉긋한 언덕들은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그 속에 천오백 년을 품고 있는 세계가 숨어 있다. 이곳, 송학동 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 고분군’의 중요한 한 갈래로, 소가야가 남긴 마지막 숨결이 서린 자리다. 5세기
-
《사설》‘내란 색출’ 소동과 헝가리 반면교사
‘내란 색출’ 소동과 헝가리 반면교사 정부가 최근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로 내란 동조 공직자를 가려내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헌정 파괴 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그러나 “과도한 내란몰이” “공직자 솎아내기”라는 우려와 ‘적폐청산’의 정치적 논란이 재소환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과정이 정치 보복의 악순환으로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