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윤재옥 "수도권 규제 확인없이 수원 건물 매입…8년째 센터 개관 못해"
산업안전보건공단 [촬영 안 철 수]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삼성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자들을 위해 마련된 기금 500억원으로 수도권 규제조차 확인하지 않고 200억원대 건물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23일 공단이 제출한 자료와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공단은 2018년 11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 중재판정에 따라 전자산업 안전보건센터 설치 등의 명목으로 2019년 6월 삼성전자로부터 500억원을 기탁받았다.
그러나 공단은 울산에 있던 미래전문기술원의 청사로 쓰겠다며 사업계획서도 없이 총 267억원을 들여 2022년 6월 수원 권선구의 건물부터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단은 건물 매입 전 수원 지역 공공청사 관련 규제를 확인하지 않았고,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조직을 둘 때 필요한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도 빠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은 수도권 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이어서 연면적 1천㎡ 이상 공공청사를 두려면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공단은 6천183㎡ 규모의 건물을 매입하면서 이런 절차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청사 계획은 무산돼 감사원은 2023년 9월 공단 이사장에게 주의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지방시대위원회는 해당 건물에 대해 '2026년 12월까지 경기광역본부 전자산업 안전보건센터로 활용한 후 별도 재단 또는 기부 목적에 부합하는 재단에 무상 기부하라'고 2024년 12월 통보했다.
그러나 6개월간의 공개 모집에도 건물을 넘겨받겠다는 기관은 한 곳도 없었고, 센터도 여전히 문을 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공단이 2026년 9월까지 집행한 산업재해취약 노동자 안전·건강 보호 기금 352억여원 가운데 화학물질 감지 센서 등 산재예방 사업비는 38억5천만원(10.9%)으로 그간 기금에 붙은 이자(38억6천여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물 매입·공사·세금·관리비로는 산재 예방 사업비의 8배에 달하는 313억5천만원(88.9%)이 투입됐다.
윤 의원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백혈병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마련된 기금으로 규정도 확인하지 않고 건물부터 샀다"며 "그 결과 센터 하나 열지 못한 채 8년을 허비했다. 구입한 건물을 적정하게 활용할 수 있는 대책과 남은 기금을 산재 예방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