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 전도된 중수청장 청문회, ‘사상 검증’ 아닌 ‘능력 검증’이 우선이다

초대 중대범죄수사사청(중수청) 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국가 사법 체계의 핵심 요직을 검증하는 자리라는 무게감이 무색할 정도로 실망스럽게 끝났다. 이번 청문회는 후보자가 거악을 척결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할 적임자인지 송곳처럼 날카롭게 따져보는 ‘능력 검증의 무대’가 되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철저한 정파적 이익에 기반한 ‘사상 검증’과 ‘편 가르기’의 진흙탕 싸움에 불과했다. 본末(본말)이 완전히 전도된 꼴이다.
범여권 의원들은 중수청장 후보자를 향해 “당신은 친윤(윤석열)인가”라는 식의 이분법적 질문을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과거 검사 시절 처리했던 특정 사건들을 끄집어내며 반성을 요구했고, 심지어는 자아비판이나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순응할 것을 종용하기까지 했다. 야당 의원들 역시 과거 민감한 정치적 사건들을 열거하며 후보자의 과거 판단과 행적을 추궁하는 데 혈안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로부터 “개인적으로 사과할 용의가 있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으나, 이 역시 청문회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 공방의 산물일 뿐이다.
중수청은 국가의 중대범죄를 다루는 막중한 책임을 지는 기관이다. 수장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그리고 고도의 수사 역량과 도덕성이 그 무엇보다 엄격하게 요구된다. 따라서 청문위원들이 주목했어야 할 대목은 후보자가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 강단이 있는지, 복잡한 중대범죄를 척결할 전문성을 갖추었는지였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후보자가 ‘친윤’인지 ‘친검’인지, 혹은 ‘친한’인지만을 따지는 협소한 정치적 잣대로 점철되었다. 국회가 청문회라는 헌법적 검증 절차를 고작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자기 진영의 선명성을 확인하는 ‘정치적 시험대’로 전락시킨 것이다. 이러한 사상 검증식 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기는커녕, 공직 사회에 ‘줄서기’와 눈치 보기만을 강요하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거악을 척결하는 사령탑으로서 중수청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청장 개인의 역량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필수적이다. 국회는 이제라도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후보자가 가진 정책적 비전과 수사 기관장으로서의 적격성을 냉철하게 따지는 성숙한 인사 검증 문화를 보여주길 바란다. 맹목적인 정파 싸움으로 인사청문회 제도의 근간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태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