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 사이에 두 건물 불내고 도주하다 동묘앞역서 체포돼 수서서 압송
인화성 추정물질 소지한 모습 찍혀…"3일 준비했다…사기치지 마라" 호통
검거된 역삼동 방화 용의자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 두 곳에서 연달아 방화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가 서울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6.10.20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조현영 김채린 기자 =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불을 질러 10여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이 해외에 상표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특허법인에 불만을 품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방화 혐의로 체포된 70대 남성 A씨는 앞서 불을 지른 특허 법인에 상표 등록을 의뢰했다.
특허 법인은 A씨가 상표 등록을 의뢰한 해외 국가 특성상 온라인 등록증만 발급된다고 안내했으나, A씨는 '종이 등록증'을 요구하며 '변리사가 자신의 상표를 훔쳐간다'는 의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A씨는 이날 체포된 이후 오후 6시 15분께 수서경찰서로 들어서는 길에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특허 법무법인에서 사기 쳐서"라고 소리치며 답했다.
'특허법인에 악감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2000년도에 내가 특허를 냈는데, (특허법인에서) 사기를 쳤다"며 문자 메시지 내용을 출력한 종이를 보여주며 찍으라고 촬영을 권하기도 했다.
해당 출력물에는 '이 서류 보내드렸을 텐데, 이게 등록증으로 보시면 됩니다'라는 문자 내용이 담겨있다. 맥락상 특허법인에서 보낸 문자 내용으로 추정된다.
문건 펼치는 역삼동 방화 용의자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 두 곳에서 연달아 방화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가 서울 수서경찰서로 압송되며 취재진에게 문건을 펼치고 있다.
A씨는 범행 경위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특허 법인이 사기를 쳤다"라며 취재진을 향해 문건을 펼치며 경찰서로 들어갔다. 2026.10.20
superdoo82@yna.co.kr
A씨는 '범행 준비 기간'을 묻는 말에는 "준비한 거요? 한 3일 됐다"고 답했다.
'피해자에게 할 말 없냐'는 질문에는 "(특허법인에) 앞으로 사기 치지 말라고 해달라"고 말했다.
A씨는 이날 오전 11시 54분께 역삼동 신명빌딩 3층, 낮 12시 1분께 역삼동 한양빌딩 4층에 연달아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불이 난 곳에는 모두 특허법인이 입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날 오전 강서구 주거지 근처에서 인화물질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통 2개를 양손에 들고 이동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이후 그가 플라스틱 통을 들고 역삼동 신명빌딩에 들어서는 모습 또한 CCTV에 찍혀다. 그는 신명빌딩에 이어 200m 떨어진 한양빌딩에도 불을 지르고 지하철을 이용해 도주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화재 발생 직후 방화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A씨의 동선을 추적한 결과 A씨가 범행 이후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동대문구로 이동한 뒤, 지하철을 타고 동묘앞역으로 도주한 것으로 파악했다.
수서서의 공조 요청을 받은 혜화경찰서는 동묘앞역 인근에서 방화 4시간 만인 오후 4시 16분께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지난 2022년에도 이날 불을 지른 두 건물을 찾아가 방화를 시도한 혐의(방화예비)로 구속됐다.
경찰은 A씨가 이날 방화한 두 곳 모두 특허법인 사무실인 만큼 A씨가 특허 관련 사안에 불만을 품고 범행했다고 보고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수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화 물질 추정 물건 들고 이동하는 방화 용의자 (서울=연합뉴스) 20일 방화 혐의로 체포된 70대 남성 A씨가 화재 발생 전 인화 물질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건물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 2026.10.20 [연합뉴스 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날 A씨의 방화로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18명이 부상했다.
구체적으로, 신명빌딩 3층 특허 법인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변리사 B씨가 복도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됐다. 함께 근무하던 B씨의 남편도 현장에 있다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신명빌딩 화재로 9명이 다쳤고, 60여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직선거리로 약 200m 떨어진 한양빌딩에선 화재로 8명이 다쳤다. 8명 중 3명은 심한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고, 나머지 5명은 경상을 입었다.
환자는 인근 한양대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중앙대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소방은 이날 오전 "빌딩 4층에 누군가 불을 질렀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한양빌딩 화재는 낮 12시 35분께, 신명빌딩 화재는 오후 2시 20분께 완전히 꺼졌다.
서울 역삼동 빌딩서 화재 (서울=연합뉴스)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나고 있다. 2026.10.20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