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분해] 가라앉는 배 탈출 '골든타임' 늘린다…바다 안전 기술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10-03 09:51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AI 사고 대응 등 선박 안전 기술 개발


친환경 해양 기술 연구…빙해·심해 환경 재현해 성능 검증


[※ 편집자 주 =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가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바다 안전부터 해양 연구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해양수산 행정을 펼치고 있지만 그 역할과 중요성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해양수산부와 소속 기관의 업무를 하나씩 '분해'해 살펴보는 기획 기사를 매주 1차례 송고합니다.]


KRISO가 개발한 7천 CBM급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KRISO가 개발한 7천 CBM급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망망대해에서 사고 난 배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승객과 선원은 얼마나 빨리 빠져나올 수 있을까.


배가 가라앉거나 뒤집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탈출할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늘어난다.


이를 위해 선박에 추가적인 부력을 만들어주는 기술이 '선박용 부력 보조시스템'이다.


선박 내부에 설치된 부력 보조체를 팽창시켜 추가적인 부력을 확보하고 침몰이나 전복을 최대한 늦추는 원리다.


기존에는 선내에 충전재 탱크를 별도로 설치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충전재를 팽창시키는 방식이 사용됐다.


하지만 설치와 유지 비용이 비싸고 복잡한 선내 공간에 설치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부력보조시스템부력보조시스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는 이런 한계를 보완한 부력보조시스템을 개발했다.


3차원 레이저 스캐닝을 활용해 선박 내부 구조에 맞춰 입체적으로 부력보조체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각종 장비가 얽혀 있는 기관실처럼 복잡한 공간에도 설치하고 운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박에 설치된 고정식 소화 주관을 부력보조체에 가스를 넣는 장치로 활용한 것도 특징이다.


별도의 설비를 최소화하면서 기존 부력보조시스템보다 비용을 9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소는 이 기술과 관련한 특허 7건을 5개 기업이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 이전했고, 실제 사업화로도 이어졌다.


대전의 빙해수조대전의 빙해수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소는 선박·해양플랜트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부터 응용, 실용화 연구까지 수행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부설기관이다.


연구소가 개발하는 기술은 파도와 바람, 조류 등 다양한 환경변수가 존재하는 바다에서 활용되는 만큼 실제 환경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실제 해양환경을 재현하거나 극한 환경에서 선박과 해양구조물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대형 연구시설이 빙해 수조와 심해공학 수조다.


대전에 있는 빙해 수조는 세계적으로도 보유한 곳이 많지 않은 희소한 연구시설이다.


실제 극지의 얼음 특성을 축소해 재현한 모형빙을 활용해 평탄빙과 유빙 등 다양한 극지의 빙상 환경을 구현하고, 그 안에서 극지 운항 선박과 해양구조물의 성능을 시험한다.


부산에 있는 심해공학 수조는 길이 100m, 폭 50m, 수심 15m의 세계 최대 규모의 대형수조로, 중앙에는 최대 수심 3천m의 심해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50m 깊이의 심해피트가 설치돼 있다.


파도와 바람, 조류 등 실제 바다의 다양한 환경을 모사하고, 축소 모형을 이용해 선박과 해양구조물의 다양한 성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심해공학수조심해공학수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술은 실제 바다에서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장치로도 이어지고 있다.


연구소는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위치와 연기 확산, 위험지역 등을 시뮬레이션해 보여주고 필요한 대응 절차를 승무원에게 안내하는 AI 기반 손상통제지원시스템을 개발했다.


또 관제사가 파악한 위험 상황과 선박 운항에 필요한 정보를 선박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디지털 해상교통관제 기술을 해양경찰과 개발하고 있다.


선박의 연료비와 탄소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해양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기술도 있다.


와류발생기(K-V.G)는 선박 선체에 작은 판 형태의 장치를 부착해 프로펠러로 유입되는 물의 흐름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이 경우 연료 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공동현상(캐비테이션) 발생을 줄여 수중방사소음과 선체 진동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구조가 단순하고 설치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신조선뿐 아니라 이미 운항 중인 선박에도 적용하기 쉽다.


연구소 관계자는 "국내외 다양한 선박에서 성능을 검증받은 기술로, 연료비와 탄소배출은 물론 수중방사소음까지 줄여 관련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 입구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 입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해양산업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연구소도 해양 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해양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대화형 해사서비스 플랫폼은 실제 동작하는 초기 모델을 확보한 상태다.


만약 사용자가 제주도의 파력발전 후보 지역 비교를 요구할 경우 적정 모델, 도구 등을 선정하고 활용하여 발전량, 발전단가 등을 제시하는 식이다.


또 무인이동체가 다양한 센서로 주변 수중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해 최적으로 움직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무인이동체의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설계·개발하는 단계다.


연구소 관계자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시범운영하고 산업 현장 적용과 실증 등을 거쳐 단계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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