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업체서 뇌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지진전문가, 2심도 무죄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10-02 11:44

2017년 미국서 유죄평결…1·2심 재판부 모두 "범죄 증명 부족"


대전법원 전경대전법원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지진 장비 제조업체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미국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던 저명 지진전문가가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전고등법원 제1-3형사부(장정태 부장판사)는 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지헌철(68) 전(前)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검사가 항소심에서 일부 공소사실을 변경 신청하면서, 재판부 역시 기존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어 원심을 파기한 뒤 변경된 공소사실을 기준으로 다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대가성이 의심되기는 하나, 채택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는다고 봤다.


검사가 공소사실을 일부 변경했지만, 지 전 센터장이 금품을 받은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한 것인지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변경된 공소사실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지질 관측장비 구매 과정에서 일정한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채택된 증거만으로는 범죄 증명이 여전히 없다고 판단돼 유죄를 인정하기에는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자문료 액수 산정과 관련해서는 직무 관련성 있는 피고인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내용이 없고, 장비 구매 계획과 관련된 부분에는 피고인이 장비 구매 결정 과정에 관여했다는 내용이 없다"며 "공소사실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아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대가 관계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 전 센터장은 지질연에 근무하던 2009∼2015년 한국 내 수요기관에 제품이 선정되도록 지원하거나 경쟁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영국·미국의 지진 장비 제조업체 2곳으로부터 총 31차례에 걸쳐 104만4천690달러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앞서 미국에서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지 전 센터장은 2017년 로스앤젤레스 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14개월·벌금 1만5천달러·보호관찰 1년 처분을 받았었다.


국내 재판을 받게 된 지 전 센터장은 두 회사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니고, 계약 체결에 따라 기술 자문을 수행해 정당한 자문료를 지급받은 것이라며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해 왔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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