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칼럼] 늦반딧불이의 불빛이 우포에 묻는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9-22 08:18

-청암 배성근 -




우포늪 풍경

우포늪 안내도


9월의 우포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낮 동안 뜨겁게 달궈졌던 잔디밭 위로 저녁 바람이 지나가고 어린이와 부모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제19회 우포반딧불축제 반딧불 서식지 생태조사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오늘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한여름의 반딧불이가 아니라 계절의 끝자락까지 남아 있는 늦반딧불이다.


19년째 우포에서 반딧불이를 관찰하고 있다. 해마다 같은 계절에 늪을 찾지만 반딧불이가 보여주는 풍경은 조금씩 달랐다. 물이 많았던 해가 있었고 가뭄으로 늪의 수위가 낮아진 해도 있었다. 풀숲이 무성했던 자리도 있었고 어느 순간 모습이 달라진 곳도 있었다. 반딧불이는 그런 변화 속에서 자신의 작은 불빛을 밝혀왔다.


2026년의 우포는 더욱 낯설다. 긴 폭염과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늪의 생명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물고기들이 집단으로 폐사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늪의 생태계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실감했다. 그래서 올해 늦반딧불이를 기다리는 마음은 예년과 다르다.


풀숲 어디쯤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켜질 때마다 반갑지만 그 불빛 뒤에 있는 자연의 상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물은 충분했을까. 풀숲은 살아 있을까. 늦반딧불이가 알을 낳고 다시 돌아올 자리는 남아 있을까.


늦반딧불이는 단순히 밤을 아름답게 밝히는 곤충이 아니다. 한 생명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주변 환경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작은 생명이다. 한 마리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은 결국 그 곤충이 살아가는 물과 습지와 풀숲을 함께 살펴보는 일이다.


우포늪 주변에는 우포늪을 관리하고 알리기 위한 여러 시설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건물이 많아졌다고 해서 늪이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설의 숫자가 아니라 그 시설들이 늪의 생명을 지키는 데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이다.


우포는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물고기가 살고 새가 쉬며 곤충이 번식하고 수많은 생명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습지다. 사람을 위한 시설은 자연을 설명하는 데 머물러야지 자연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


행사 참여한 학부모와 어린이

늦반디불이 체험장인 우포늪입구에 집합한 어린이와 학부모


늦반딧불이를 찾는 아이들의 손에서 손전등이 하나둘 내려간다. 어둠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아이들은 풀숲을 바라보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발걸음을 살핀다. 모두가 잠시 말을 줄인다. 그때 작은 불빛 하나가 나타난다. 깜박인다. 그리고 사라진다. 나는 그 짧은 불빛을 오래 바라본다.


19년 동안 보아온 늦반딧불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작고 위태롭게 느껴진다. 어쩌면 저 불빛은 우포가 우리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가 아니라 아직 늦지 않았다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자연은 거창한 말로 자신을 지켜달라고 하지 않는다.


늦반딧불이 한 마리가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을 밝힐 뿐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불빛을 오래 바라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불빛이 내년에도 다시 켜질 수 있도록 우포의 물과 풀과 습지를 온전히 남겨두는 일이다. 늦반딧불이의 불빛이 사라진 뒤에도 우포의 밤은 계속된다. 그 어둠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시와늪 대표 배성근(시인.수필.소설.평론(비평).칼럼리스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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