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뜨거운 여름 지나고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산과 들은 여전히 초록 물결로 출렁이고, 뀌뚜라미 소리는 한밤의 적막을 깨뜨릴 만큼 요란하다. 짝짓기할 때를 놓친 수컷의 울음인지,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아쉬워하는 마지막 외침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한편으로는 허망한 마음도 든다.
그러나 자연은 말없이 제때를 살아간다.
봄에는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는 무성하게 자라며, 가을에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거둔다. 겨울이 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봄을 기다린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계절의 순환은 우리네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
인생에도 분명 때가 있다.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에는 배우고 익히며 자신을 키워야 한다. 성장해야 할 때 성장하지 못하면 훗날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공부해야 할 때 공부하고, 도전해야 할 때 투지와 용기를 내야 한다. 젊음은 영원하지 않기에 기회가 왔을 때 움켜쥐어야 한다.
가정을 이루고 경제활동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가족을 책임지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제 몫을 다하며 땀 흘려 일해야 하는 시절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그동안 흘린 땀의 열매를 거두는 시간이 찾아온다. 자식이 성장하고, 직장에서 물러나며, 평생 일구어 온 삶의 결과를 돌아보게 된다.
마지막에는 내려놓는 때도 온다.
더 많이 가지려고 애쓰기보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관조하는 시간이다. 겨울의 나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결코 죽은 것이 아니다. 다음 봄을 준비하며 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쉰다는 것도 때가 있는 법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때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데 있다.
성장해야 할 때 안주하고, 배워야 할 때 게으름을 피우며, 일해야 할 때 빈둥거리다가 훗날에야 후회한다. 반대로 내려놓아야 할 때까지 움켜쥐고 있으면 자신도 힘들고 주변 사람도 힘들어진다.
자연에는 변하지 않는 자연 법칙이 있다.
봄이 여름을 재촉하지 않고, 여름이 가을을 붙잡지 않는다. 때가 되면 꽃이 피고, 때가 되면 열매가 익으며, 때가 되면 잎이 떨어진다.
우리 삶도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배워야 할 때 배우고, 일해야 할 때 일하고, 사랑해야 할 때 사랑하고, 베풀어야 할 때 베풀며, 내려놓아야 할 때 내려놓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인생을 제대로 사는 지혜인지도 모른다.
뀌뚜라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소리 높여 울던 가을 풀벌레도 때가 되면 조용해질 것이다. 초록으로 가득했던 나뭇잎도 머지않아 색을 바꾸고 하나 둘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인생의 어느 계절에 와 있는가.
그리고 그 계절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아직 성장의 계절이라면 더 배우고 노력해야 할 것이며, 수확의 계절이라면 감사하며 거두어야 할 것이다.
만약 내려놓음의 계절에 들어섰다면 욕심을 조금 덜어내고,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돌아보며 남은 시간을 더 의미 있게 가꾸어야 할 것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고, 지나간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오늘이 가장 좋은 때다.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때를 알고, 때에 알맞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삶의 지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