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론을 '러시아·기후변화 음모론'과 묶어 정치적 타자화
악시오스 "中과 경쟁, 대규모 건설투자, 주식 호황이 트럼프 본능과 일치"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이메일도 쓰지 않는 80세의 포퓰리스트가 어떻게 이토록 열렬한 인공지능(AI) 전도사가 됐을까?"
미국의 핫이슈로 떠오른 AI 속도조절 논쟁에서 반대편(AI 가속론)의 선봉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던져진 비판론자들의 질문이다.
AI 발전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 종말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AI 개발 속도를 늦추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속도조절론의 요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맹렬히 비판했다. AI 속도조절론이 지난 주말 봇물 터지듯 분출하자 그는 14일(현지시간) 하루에만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7건 연달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 트루스소셜에 게시된 글의 논지를 따라가 보면 그가 AI 가속론을 신봉하게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AI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병든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 그것을 반기는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라며 "AI에서 이기는 자가 승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모론자들, 반역을 꾀하는 자들, 배신자들, 그리고 정보 유출자들"을 향해 경고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지 말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가 세계를 장악하고 인류를 파괴한다는 것과 그 밖의 모든 나쁜 일들은 사기극"이라고 규정하더니 "러시아, 우크라이나, 탄핵 사기극"을 외쳤다.
다음 글에선 "AI가 세계를 파괴할 것이며 데이터센터가 여러분의 지역사회에 해롭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가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사기극을 깨부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 뒤, 이런 사기극의 주체가 "급진좌파 멍청당원들(Dumocrats·민주당원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급진좌파 멍청당원들이 자행하는 AI 사기극은, 모두 극심한 더위로 죽게 될 것이라던 얼마 전의 지구온난화 사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를 연결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AI)를 죽이려는 음모(속도조절론)는 경쟁국인 중국을 이롭게 하는 일이며, 이는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이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빌미로 자신을 끌어내리려던 탄핵 사기극과 비슷하고, 민주당이 정치적 이유로 만들어낸 기후변화론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즉, AI 개발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AI 빅테크 기업의 엘리트 그룹이 중국 및 민주당과 한통속이라면서 이들을 정치적 비판 대상으로 타자화한 셈이다.
7건의 글로도 성에 안 찼던지,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륙 반대편 로스앤젤레스(LA) 행사에 참석 중이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를 걸어 '사기극' 주장을 되풀이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15일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불만을 AI에 대한 공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에 접목했다"며 그가 엘리트 전문가 그룹을 "악역"으로 만들어 이들에 대한 정치적 타도 구호를 외친다고 해석했다.
이어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있는 미국, 데이터센터·반도체공장·발전소를 짓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AI 덕에 호황을 구가하는 주식시장, 미국이 미래 기술을 압도한다는 비전 등 "자신의 본능에 완벽하게 맞춰진 AI 서사"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로잡힌 것이라고 이 매체는 짚었다.
AI 속도조절론을 비판하는 트럼프의 연속 게시글 [트루스소셜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