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SF 수상작 '에케 호모' 출간…"문명 무너져도 예술 작품 남을 것"
혼불문학상 수상 '에케 호모' 오수완 작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에케 호모'의 오수완 작가가 15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6.9.15 mjkang@yna.co.kr
최용대 기자 = "글을 쓰며 포기할 뻔한 순간도 있었는데, 혼불문학상 수상은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 같아요.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한의사 겸 작가 오수완은 15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에케 호모'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수상의 의미를 이렇게 되짚었다.
오 작가는 "낮에는 한의사로 일하고 밤에는 소설 쓰는 생활을 하고 있다"며 "소설가로 활동한 지는 16년 됐다. 문단에 널리 알려져 있진 않은데 그간 '에케 호모'까지 총 8권의 작품을 썼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2010년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로 중앙장편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한 그는 2020년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로 세계문학상을, 올해 7월 '에케 호모'로 혼불문학상을 받았다.
혼불문학상은 소설 '혼불'을 쓴 최명희 작가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문학상이다.
올해 341편의 응모작 중 당선된 '에케 호모'는 혼불문학상 최초의 SF(과학소설) 장르 수상작이다.
'에케 호모'는 전지적 존재 프라임이 만든 재난으로 인해 폐허가 되고 인류의 99%가 사라진 세계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소녀와 그를 돌보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 소설이다.
작가는 "'에케 호모'는 사이코패스적인 슈퍼맨에서 출발한 이야기"라며 "생태계 최정점에 서 있는 존재인 인간이 점점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데 그 위에 있는 존재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혼불문학상 수상 '에케 호모' 오수완 작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에케 호모'의 오수완 작가가 15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6.9.15 mjkang@yna.co.kr
소설 제목인 '에케 호모'는 성서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문장으로 "이 사람을 보라"로 번역할 수 있다. 니체의 동명 저서를 떠올리게도 한다.
작품은 사랑과 인간성, 문명의 의미를 묵직하게 쌓아 올렸다. 작가는 타락한 문명 세계에서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묻는다.
심사위원 은희경은 "니체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과 철학적 논제에 대답을 찾아가는 구성"이라면서도 "이 소설은 무겁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읽힌다. 무엇보다 인간 본성과 문명의 폭력성을 그리고 있지만 휴머니즘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작가는 "응모할 때만 해도 이 이야기가 책으로 나올 수 있을지 몰랐다. 책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며 "최근 한국 문학에서 SF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듯하다. 이 장르가 점점 주류가 되어가도록 애써주신 작가님들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SF라고 하면 과학 소설(Science Fiction)이라 생각하지만 사변 소설(Speculation Fiction)이라고도 생각한다"며 "이 작품 역시 사유와 사색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종의 사회실험을 통해 인간에 대해 묘사한 소설이다. 독자들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궁금해했다.
작가는 문명이 무너진 뒤에도 남을 것으로 일부 기초학문과 함께 책과 영화 등 예술 작품을 꼽았다.
그는 "아마 물리학이나 수학은 대체되지 않고 남아있을 것 같다"며 "그 외에 남는 것이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책이라는 물건은 너무 신기하다. 이 안에는 글을 쓴 사람부터 인쇄한 사람까지 어마어마한 지식과 정보의 세계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꾸준히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선 "글쓰기에 대해선 늘 고민이 있다"면서도 "글을 쓰지 않으면 마치 저 자신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진정한 제가 되기 위해 글을 쓴다"고 말했다.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에케 호모' [다산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