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쟁의범위 선 그었지만…법적구속력 없는 시행지침 한계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9-03 14:12

N% 성과급, 호남 공장 신설 반대 쟁의대상 제외…시행령 아닌 시행지침


"지침 자체 반대" vs "보완입법"…개별 사례 따라 또다시 분쟁 가능성


민주노총 투쟁선포대회민주노총 투쟁선포대회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 3월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0 jjaeck9@yna.co.kr

최용대기자 = '영업이익 N% 성과급',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반대' 등은 의무교섭이나 파업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의 시행지침이 나왔지만, 현장의 혼선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행지침은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 기준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노사 모두 반발하고 있어 실효성을 둘러싼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시행지침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의 기준을 토대로 경영성과급과 사업 경영상 결정에 관한 노동쟁의 대상의 판단기준을 구체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부는 기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식의 경영성과급 요구가 국가·주주 등 제3자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기업의 경영상 판단·집행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며 의무적 교섭대상이나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명확히 했다.


또 공장 신설 등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는 발표 직후나 착수 단계에서는 근로조건 변동이 단순 '가능성'에 불과해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며, 발표와 동시에 구조조정이나 배치전환 계획 등이 구체화해 근로조건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시점부터 교섭 대상이 된다고 명시했다.


이번 시행지침을 노동부는 향후 단체교섭과 노동쟁의 조정, 쟁의행위 정당성 판단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 처리 시 정부의 공식 행정 준거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부는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시행령·시행규칙 마련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법에 위임 조항이 없어 발생할 수 있는 위헌 논란을 피하고 현장 적용의 즉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지침을 통해 쟁의기준을 구체화했다.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세종=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11 superdoo82@yna.co.kr


문제는 시행지침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노동부가 행정지도를 통해 노조의 교섭 요구나 쟁의행위에 제동을 걸더라도,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최종 정당성 여부는 결국 법원에서 가려지게 된다.


노사 간 법적 다툼에서 법원이 노동부 시행지침과 다른 판단을 내릴 경우 현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법에 모든 사례를 구체적으로 쓰는 건 불가능하다"며 "시행지침을 통해 노동위원회가 행정지도 하면 조정이나 쟁의행위를 제약하는 측면이 있고, 부당노동행위 판단에 있어서도 규범력이 있다"고 말했다.


시행지침을 두고 노사 반발도 거세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취지를 시행지침으로 과도하게 제한해 노동3권을 침해한다며 시행지침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경영계는 법적 구속력 없는 시행지침만으로는 현장의 교섭 요구와 파업 리스크를 막기 어렵다며 보완입법을 요구한다.


노동부는 지난 2월에도 해석지침을 통해 노란봉투법 쟁의기준을 마련했지만, 법 시행 이후 쟁의범위를 둘러싼 노사 분쟁은 거듭되고 있다.


이번 시행지침이 앞선 해석지침보다 노동쟁의 대상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했지만, 개별 사례에 따라 상황이 바뀌면 또다시 노사가 다툴 가능성이 크다.


가령 노동부 해석에 따르면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사항이 아니지만, 향후 인력 배치전환 계획이 발표되거나 수립 중인 게 확인되면 이는 의무적 교섭대상이 된다.


당장은 노조가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 반대를 근거로 교섭 요구를 할 수 없더라도, 향후 근로조건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교섭을 요구하며 합법적 파업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도 이번 시행지침만으로는 현장의 사법적·제도적 혼선을 완전히 잦아들게 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성과급은 근로의 대가가 아닌데, 시행지침은 성과급을 기업이익과 연동하지 않고 기본급의 일정 비율이나 정액으로 요구하면 교섭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치전환 역시 사측의 고유한 인사권 영역인데 '객관적 예상'이라는 모호한 잣대로 쟁의 여지를 열어뒀다"며 "경영성과급과 배치전환이 여전히 노동쟁의 영역에 남아있어 분쟁 여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노무법인 여울의 이종호 노무사는 "근로조건 변동의 '객관적 예상' 여부를 둘러싼 분쟁의 불씨가 남아있고, 경영 판단의 본질적 영역을 사실상 제약해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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