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美 홍역 사망자 놓고 '백신 회의론' 장관과 野주지사 설전
美 홍역환자 35년만에 최다…트럼프 정부는 아동 백신접종 권고 축소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미국에서 올해 처음으로 홍역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대표적인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조작된 발표'라며 부인하고 나섰다.
케네디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펜실베이니아주(州) 랭커스터 카운티에서의 홍역 환자 사망 보고가 "완전히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주법상 홍역 사망 사례는 검시관에 보고돼야 하지만, 랭커스터 카운티 검시관은 관련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또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가 사망자의 관련 정보를 비밀에 부치고 있다면서 "주지사가 카운티 보건당국이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의 정보 공유를 거부하면서 공중보건 정책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케네디 장관은 이번 홍역 사망자 발표를 "쇼"라고 비꼬면서 "민주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술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 감염병에 대한 공포를 무기화했다"라고도 주장했다.
MMR(홍역·볼거리·풍진) 복합 백신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셔피로 주지사는 사망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며, 사망자의 나이와 아미쉬 공동체 소속 여부 등은 밝힐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케네디 장관이 '홍역 백신에 태아 조직이 포함돼 있다'는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셔피로 주지사는 엑스를 통해 "케네디 장관에게 전화로 '가장 도움이 될 일은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허위 정보 유포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그가 이전 행정부 탓을 하고 태아 조직에 대해 언급하며 심지어는 '자연 홍역 면역'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케네디 장관이 음모론과 허위 주장에 빠진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검증된 의학 지침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그의 발언들이 홍역 유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홍역 사망자 발생 소식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아동 백신접종 권고 대상을 축소한 지 보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백신 접종 권고 대상을 기존 18개 질병에서 11개로 축소했고, 홍역·볼거리·풍진을 한 번에 예방하는 MMR 복합 백신은 질병별 백신으로 분리해 서로 다른 시기에 접종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MMR복합 백신도 만 4∼6세 이전에 두 차례에 걸쳐 접종하는데, 이를 분리할 경우 아이가 유아기에 총 6번의 접종을 받아야 하며 실질적으로 접종을 미루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홍역 환자 수는 3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CDC에서 집계한 올해 미국 내 홍역 확진 건수는 2천777건으로, 1991년 이래 가장 높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