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룽지 전 중국 총리 별세…WTO 가입 이끈 '경제개혁 사령탑'(종합)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8-12 21:31

국유기업·금융개혁 주도…대대적 구조조정 후 사회보장제도 정비


中 "걸출한 혁명가이자 탁월한 지도자…투쟁적 삶 살아"


외신 "공개석상서 농담도…무미건조한 공산당 지도부 이미지에 활기"


주룽지 전 중국 총리주룽지 전 중국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중국의 경제 개혁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이끌었던 '경제개혁 사령탑' 주룽지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12일 별세했다. 향년 97세(신화통신 부고 기준).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국무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이날 부고를 통해 주 전 총리가 병환으로 치료받던 중 이날 오전 11시 6분 베이징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1928년 10월 후난성 창사에서 태어난 주 전 총리는 칭화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으며 상하이 시장과 당서기, 국무원 부총리, 중국인민은행장을 거쳐 1998년부터 2003년까지 국무원 총리를 지냈다.


그가 총리로 재임하던 시기는 중국이 계획경제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결정적인 시기로 평가된다.


총리 자리에 오르면서 그는 국영기업 구조조정·금융권 부실채권 정리·중앙정부 효율화·부정부패와의 전쟁 등 굵직한 과제를 내걸었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까다롭고 엄격한 업무 스타일 때문에 '주펑즈'(朱子·미치광이 주)라는 별명까지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유기업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수백만명의 실직자를 낳을 정도로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했다.


주 전 총리는 당시 해고 노동자의 기본생활 보장과 실업보험, 도시주민 최저생활보장제도를 구축하고 재취업 정책을 추진하는 등 사회보장제도를 정비해 충격을 최소화 하는 데에 공을 들였다.


이와 함께 주택제도 개혁을 통해 매매를 시장화 하고, 경제적용주택(서민용 정책주택)을 중심으로 한 다층적 도시 주택공급 체계를 구축한 것도 주 전 총리의 주요 업적으로 꼽힌다.


또한 재정·세제 개혁을 주도해 중앙과 지방의 세원을 나누는 재정체제를 시행하고 금융개혁을 통해 중앙은행 기능을 정비하는 한편 상업은행과 외환제도, 증권·선물시장 개혁을 추진했다.


주룽지(좌)와 빌 클린턴주룽지(좌)와 빌 클린턴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서는 기존의 긴축적인 재정·통화정책을 적극적 재정정책과 안정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해 내수 확대에 나섰다. 특히 주변국 통화 가치가 잇달아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한편 수출 확대와 외자 유치를 추진했다.


중국의 WTO 가입은 주 전 총리의 대표적인 성과다. 중국은 그의 총리 재임기인 2001년 WTO에 정식 가입했고, 이를 계기로 세계 무역체제에 본격 편입돼 수출 강국으로 급성장했다.


중국 당국은 공식 부고에서 이에 대해 "중국의 WTO 가입을 위한 '어려운 협상'을 주도해 대외개방을 폭과 깊이 양면에서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2003년 3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정치 현안에 대한 공개 발언을 자제하며 사실상 은퇴 생활을 이어갔고, 모교인 칭화대 행사 등에만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당국은 주 전 총리를 "걸출한 프롤레타리아 혁명가이자 정치가, 당과 국가의 탁월한 지도자"라면서 "주룽지 동지의 삶은 혁명적이고 투쟁적이었으며, 영광스러운 삶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아울러 그가 퇴임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을 단호히 옹호했으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업과 반부패 투쟁을 확고하게 지지했다고도 강조했다.


주요 외신들은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주 전 총리가 탁월한 유머감각을 가졌으며 공식적으로 지도부의 문제를 인정할 줄 아는 예외적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AP 통신은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 지도부의 관행에서 벗어나 잘못과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기도 했다"며 "공개석상에서 농담을 하고 때로는 자신을 소재로 웃음을 자아내면서 다소 무미건조했던 공산당 지도부의 이미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묘사했다.


블룸버그는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과 탁월한 유머 감각으로 외국 지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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