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실업난에…칠레 대통령, 취임 넉달만에 '허니문' 끝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7-12 08:37

카스트 대통령 지지율 37%로 추락…정부 리더십 문제도 도마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이 취임 넉 달 만에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취임 당시 40%대 중반의 지지율로 출발했던 카스트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 후 최저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 개혁 법안의 상원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지지 기반까지 흔들리면서 임기 초 '허니문 기간'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칠레 여론조사기관 카뎀이 최근 발표한 조사에서 카스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37%로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60%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 3월 11일 취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또 다른 조사기관 크리테리아의 조사에서도 카스트 대통령의 지지율은 35%에 그쳤고, 부정 평가는 53%로 나타났다.


탈카대학교 정치학자인 마리오 에레라는 "카스트 대통령의 경우 여론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사상 가장 짧은 허니문 기간을 보냈다"고 평가했다고 라나시온이 전했다.


카스트 대통령은 취임 당시 46% 수준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출발을 기대했지만, 불과 몇 주 만에 민심 이반 조짐이 나타났다.


가장 큰 계기는 연료 가격 급등이었다. 정부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유가 안정을 위한 추가 지원을 거부하면서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르자, 칠레에서는 이러한 '벤시나소'(연료비 폭등) 사태를 놓고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 상황 악화도 카스트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칠레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5월 실업률은 9.4%로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은 24.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관심사가 빠르게 이동했다고 지적한다. 선거 당시에는 치안과 이민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지만, 현재는 경제 상황과 정부 운영 능력에 대한 평가가 대통령 지지율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레라는 "현재 칠레 국민 3명 중 2명은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미래 전망 역시 비관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리더십 문제도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카스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강한 추진력과 효율적인 국정 운영 능력을 강조했지만, 취임 이후 주요 인사 교체와 정책 조율 과정에서 혼선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치안 담당 장관의 조기 퇴진과 정부 대변인 교체 등 잇따른 내부 변화는 카스트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구축했던 안정적인 지도자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는 평가다.


카스트 대통령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정치적 도전 과제는 경제 개혁 법안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합동법(ley miscelanea)'은 법인세 인하와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한 세제 혜택,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통한 경제 성장과 고용 확대를 목표로 한다.


카스트 정부는 이 법안을 경제 회복의 핵심 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상원 처리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중도좌파 성향의 야당 정당인 민주당(PPD)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정부의 정치적 조정 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취임 4개월 만에 최저 지지율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카스트 대통령이 경제 개혁을 통해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짧은 허니문 이후 장기적인 국정 동력 약화에 직면할지 갈림길에 선 것으로 보인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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