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도입 19년차 국민참여재판, 성범죄 사건 신청이 가장 많아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6-17 07:27

신청 건수 중 10% 초반 실시돼…배심원 평결·재판부 판결 일치율 93.8%


무죄율, 일반 재판의 2.5배…성범죄 무죄율도 일반 재판 대비 최대 8배


'비전문가 참여 부적절' 논란도…"현재 형태는 한계 많아 전면 적용해야"


 6월 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법정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이른바 '검사실 술파티 의혹' 위증 사건의 유무죄를 가르는 국민참여재판이 8일부터 열리고 있다.


열흘간 진행되는 이번 재판은 2008년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된 이래 최장기로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상주 농약사이다 할머니 사건, 석해균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소말리아 해적들 사건 등이 그동안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어떤 사건들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리고 국민참여재판과 일반 재판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도입 19년차를 맞은 국민참여재판의 실시율과 무죄율 등 현황을 짚어봤다.


배심원 선서배심원 선서 2008년 2월 12일 국내 사법 사상 처음으로 대구지방법원 제11호 대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배심원제)에 참여한 배심원들이 재판에 앞서 선서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민참여재판 실시율 10% 초반…성범죄 사건 신청이 가장 많아


대법원 등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은 형사재판에서 국민이 직접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에 관해 평결을 내리고 피고인에게 선고할 적정한 형을 토의하는 제도다.


국민이 사법 절차를 보다 가까이서 이해하고 재판 과정에서 사회의 다양한 시선과 상식을 함께 담아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다만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은 미국 등의 배심원제와는 다르게 판사가 배심원의 평결을 참고만 하고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배심원은 해당 지방법원 관할 지역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다.


배심원 수는 사건 유형에 따라 5·7·9명으로 구성된다. 무작위로 선정된 후보자 중 공정한 재판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유가 있는지 확인한 뒤 최종 배심원을 선정한다.


대상 사건은 주로 지방법원 합의부에서 맡는 중대 사건들이다. 단독판사 관할 사건이라도 피고인이 원하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수 있다.


범죄 유형을 보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1만635건 중 성범죄 사건이 24.2%(2천572건)로 가장 많았다. 이 중 18.7%(481건)가 실제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다.


살인 사건은 신청된 1천143건 중 49.4%(565건)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다.


국민참여재판 신청 대비 실시율은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08∼2024년 국민참여재판 성과분석'에 따르면 2014년 44.4%에 달했던 실시율은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2021년에는 10.7%로 떨어졌고, 2024년(13.6%)까지 1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실시 건수도 2020년부터 매해 100건을 밑돌았다.


신청이 철회된 경우는 30∼40%대에서 2020년 이후 50% 이상으로 늘어났다. 재판부의 배제 결정률도 10∼20%대에서 2020년 이후엔 30%대로 뛰었다.


배제 사유는 '국민참여재판 진행이 적절하지 않음'이 55.4%(1천509건)로 가장 많았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763건은 피고인 측이 철회 의사를 표시하는 등 피고인 측의 사정으로 배제가 결정됐다.


이밖에 배제 사유에는 절차 진행 중에 통상적인 재판에 회부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경우(21.8%), 성폭력범죄 피해자 등이 원치 않은 경우(18.7%) 등이 포함됐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적으로 하루 만에 주요 절차를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나, 재판 중요도에 따라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이틀 이상 걸린 경우는 10% 안팎이었다.


해적재판 배심원석해적재판 배심원석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우리 군에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재판이 열린 부산지법 301호 법정에 마련된 배심원단 좌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석해균 선장 총격한 해적' 등 국민참여재판으로…평결·판결 일치율 90%↑


우리나라 첫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2월 대구지법에서 진행된 강도 상해 사건의 재판이었다.


피고인이 셋방을 보러온 것처럼 가장해 집주인을 대상으로 돈을 갈취하려다가 상해를 입힌 사건이었다.


이후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굵직한 사건·사고들의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지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2011년에는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하고 석해균 선장 등에 총격했다가 우리 군에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2015년에는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의 피고인인 박 할머니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5일간 진행됐다.


배심원의 평결과 법원 판단의 일치율은 9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어긋나는 경우도 더러 있고, 상급심에서 판단이 뒤집힌 사례도 있다.


2013년에는 안도현 시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비방한 혐의로 기소돼 국민참여재판을 받았다. 당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지만, 재판부는 일부 유죄로 판결했다.


이후 항소심에선 무죄가 선고됐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015년에는 고3 친형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10대 고교생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9명이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다.


재판부도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이후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혀 유죄가 선고됐다.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주 박모 할머니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2015년 12월 11일 오전 담당 검사가 대구법원 11호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 배심원 평결·재판부 판결 일치율 93.8%…무죄율, 일반 재판의 2.5배


국민참여재판을 두고는 직업적 훈련을 거친 법관이 아닌 비전문가들이 형사재판 전반에 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제도 도입 초기부터 끊이지 않는다.


2008∼2024년 통계를 보면 이 기간 실시된 국민참여재판 3천80건 중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판결이 일치하는 경우는 93.8%였다. 나머지 6.2%(191건)는 대부분 배심원이 무죄 평결을 했으나, 재판부가 유죄로 판결한 사례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진 1심이 항소심에서 파기된 비율은 29.8%다. 이는 전국 고등법원의 1심 파기율 42.0%보다 낮다. 이를 두고 법원행정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판결을 항소심이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의 무죄율은 평균 13.4%로, 같은 기간 전국 법원 형사합의사건의 1심 무죄율인 5.44%의 약 2.5 배였다. 국민참여재판의 무죄율은 2021년에는 30%대였고 2024년에도 28.4%를 기록했다.


국민참여재판 최종 형태 결정 공청회국민참여재판 최종 형태 결정 공청회 2013년 2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최종 형태 결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성범죄 국민참여재판 무죄율 높아…"성 고정관념·강간 통념 영향"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성범죄 재판의 무죄율도 높은 편이다. 481명 중 120명이 무죄 판결을 받아 무죄율이 24.9%였다. 일반 형사재판으로 진행됐을 때 성범죄 무죄율 3∼4%와 비교하면 최대 8배 수준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과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배심원 지침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그 원인이 "성 고정관념 내지 강간 통념의 발현"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피해자가 피고인이 있는 모텔 등에 자발적으로 가서 같이 술을 마신 경우, 피고인과 피해자가 기존 연인 관계로 여러 차례 성관계를 맺은 적이 있는 경우, 피해자가 뒤늦게 고소하거나 현장에서 극렬히 저항하지 않은 경우, 피고인이 교사나 회사원 등 번듯한 직업을 가진 경우 등 배심원들이 기존에 지닌 강간에 대한 통념과 성 고정관념에 부합하거나 부합하지 않는 요소가 있을 경우 그 요소가 해당 사건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역시 사법정책연구원의 '국민참여재판의 현황 및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2024)에서도 "피고인의 신청으로 실시되는 국민참여재판은 통상 부인(否認) 사건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성범죄는 범행의 형태나 죄질이 매우 다양하고 피해자의 진술 외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은 점, 직업 법관과는 다른 배심원들의 판단상 특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런 한계와 번거로움,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국민참여재판이 사법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라며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국민참여재판의 현황 및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국민참여재판이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 증진, 실질적 공판중심주의와 재판의 투명성 실현, 사회적 상식의 반영, 국민들의 법의식 향상 및 법 교육 등의 목표를 충실히 달성했다며 법관 증원과 형사사건 이원화 등을 통해 활성화해야 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참여재판은 애초에 국민 눈높이의 사법 민주주의 실현을 기조로 한 미국 배심원제 등을 우리 사법 체계에 전면 적용하기 위한 전 단계에서 도입된 것"이라며 "충분한 시간이 흘렀고, 현재 형태로는 한계가 많은 만큼 전면 적용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부는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factcheck@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등록일자2025-07-05
오픈일자2025-07-05
발행일자2026-06-17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274-3.일심빌딩 302호 031-781-9811.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