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협주곡 24·25번 연주…화려한 기교 대신 담담하게 풀어낸 무대
소프라노 임선혜와 함께한 콘서트 아리아…"힘든 시기 큰 위로 준 곡"
관객에게 인사하는 임윤찬 (서울=연합뉴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연주회를 마치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06.15 hyun@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경지에 오른 투수는 강속구를 던질 때 어깨 힘을 쫙 빼고 던진다. 15일 밤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오스트리아의 명문 실내악단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함께 모차르트를 연주한 피아니스트 임윤찬도 마찬가지였다.
임윤찬은 역동적이었던 그동안의 공연과 달리 한껏 힘을 뺀 타건으로 속삭이는 듯한 작은 소리를 만들어내며 모차르트의 피아노를 완성했다.
특히 피아노 독주 파트(카덴차)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미세한 터치로 시작해 관객의 귀를 무대에 집중시켰다. 서정적이고 내면적인 해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잠깐잠깐 드러내는 거친 감정이 무대를 더욱 극적으로 부각했다.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지휘자 스즈키 마사토는 임윤찬의 해석에 민첩하게 호흡을 맞췄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서로를 존중하며 만들어낸 섬세한 앙상블은 모차르트 음악의 본질을 새롭게 조명해냈다.
공연을 앞두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가슴 깊이 뜨거운 눈물을 흘린 순간이 있는데, 피아노 협주곡 24번과 25번이 그랬다"고 소감을 밝힌 임윤찬은 화려한 기교보다는 담담하게 노래하듯 모차르트의 대표 피아노곡들을 그려냈다. 그는 공연 내내 음악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고, 오케스트라 쪽으로 몸을 돌려 그들의 소리에 집중하는 등 오로지 음악에만 몰입한 모습이었다.
연주를 마친 임윤찬 (서울=연합뉴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연주회를 마치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06.15 hyun@yna.co.kr
연주회의 첫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5번이었다. 임윤찬은 밝고 당당한 분위기로 시작하는 이 곡을 아주 조용하고 섬세하게 해석해 표현했다. 오케스트라가 힘차게 시작한 뒤 피아노가 등장할 때 임윤찬은 소리를 최대한 줄여 관객의 귀를 집중시켰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주고받는 부분에서는 임윤찬의 세심한 터치가 돋보였다. 곡의 마지막까지 임윤찬은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깊이 있는 표현을 유지했다.
이번 공연에 대한 임윤찬의 진심은 비장한 분위기의 피아노 협주곡 24번에서 더욱 확연해졌다. 느린 템포와 조용한 소리로 시작해 점점 감정을 쌓아 올리는 연주를 선보였다. 특히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긴장감 있게 대화하는 부분에서는 임윤찬의 집중력이 빛났다. 임윤찬은 변주마다 색다른 감정을 담아 연주했고, 특히 마지막 3악장의 독주에서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결말로 자신만의 모차르트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임윤찬과 임선혜 (서울=연합뉴스)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소프라노 임선혜가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연주회를 마치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06.15 hyun@yna.co.kr
두 피아노 협주곡 사이에는 소프라노 임선혜와 함께한 콘서트 아리아 '어찌 그대를 잊으리'가 연주됐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초연에서 수잔나 역을 맡았던 한 소프라노의 빈 고별 음악회를 위해 작곡한 작품이다.
공연 전 "지난해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큰 위로를 주었던 곡"이라며 작품을 소개했던 임윤찬은 이 곡에서도 고정관념을 깨는 해석을 선보였다. 원래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가 먼저 시작한 뒤 중반부에 피아노가 합세하는 곡이지만, 임윤찬은 처음부터 반주하듯 자연스럽게 연주에 합류했다. 모차르트 시대의 건반 연주자들이 낮은음을 연주하며 다른 악기와 공존하고 배려했던 모습을 재현했다.
이날 공연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가 첫 곡부터 앙코르까지 시종일관 무대에 머무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임윤찬은 단순한 협연자가 아닌 마치 오케스트라의 단원처럼 그들의 연주에 완벽하게 녹아든 모습이었다. 왼손만으로 건반을 치는 구간에선 마치 지휘자처럼 오른손을 휘저으며 박자를 맞추는 모습도 보였다.
임윤찬이 직접 구상하고 선곡한 이번 공연은 이른바 '모차르트 순례의 해' 프로그램의 하나로 펼쳐졌다. 임윤찬은 이번 무대에 이어 오는 10월에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과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선다. 내년 5월까지 카네기홀에서 4차례,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8차례 공연한다. 또 내년 3월에는 암스테르담 콘세트르허바우와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올(all)-모차르트'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단원들에게 인사하는 임윤찬 (서울=연합뉴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연주회를 마치고 단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06.15 hyun@yna.co.kr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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