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재발견] 해 뜨는 서산, 회 뜨는 선상
레트로 감성 자극하는 포구…선상횟집에서 푸짐한 활어회 포장해 즐겨
차박족들, 한갓진 풍경 속 여유 만끽…드론 배달도 하는 '힙'한 항구
서산 삼길포항 [촬영 이주형]
[※ 편집자 주 = 저출산·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연합뉴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각 지역의 숨은 자랑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재발견하는 기획을 시작합니다. 문화·경제·사회 전반에서 인물, 음식, 문화재, 특산물, 관광지 등은 물론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해 매주 토요일 송고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자부심 제고, 관광 활성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을 추진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서산 삼길포항 [촬영 이주형]
(서산=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바다로 훌쩍 떠나 맛보는 싱싱한 회 한 점.
한국인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해봤을법한 보편적인 기분전환 방법이다.
잔잔한 파도에 비친 윤슬을 눈으로 좇다 보면 시름은 덜어지고, 좀처럼 찾기 어려웠던 여유도 지근거리에 다가온 것만 같다.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바다는 그 자체로 좋으니까. 충남 서산의 북쪽 관문으로 통하는 삼길포항이 꼭 이런 곳이다.
야트막한 봉우리에 오르면 한눈에 담기는 작은 포구는 소박하지만 정겹고 동시에 풍요롭다.
삼길포항은 '해 뜨는 서산'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서산시의 아홉번째 명승지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곳이다.
특히 우럭이 유명하고 사시사철 활어회를 즐길 수 있어서 나들이를 즐기면서도 입이 심심할 틈이 없다.
서산 삼길포항 [촬영 이주형]
◇ 레트로 감성 자극하는 항구…백미는 '선상횟집'
"부모님이 20년 넘게 삼길포항을 즐겨 찾으셨대요. 직접 와보니까 정말 매력적이에요."
지난 6일 삼길포항에서 만난 이선민(24·서울) 씨는 이곳의 매력으로 레트로(복고풍)를 꼽았다.
첫 방문이라는 그는 "선상 횟집 풍경이 마치 과거로 온 것 같이 이색적이라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며 "부둣가로 내려가 정박 중인 배 안에서 회를 사서 포장해오니 기분이 무척 새롭다"고 말했다.
삼길포항 선상횟집이 영업을 시작한 것이 40년도 전이니 선민씨 말도 일리가 있다 싶다.
나무 데크를 걸어 손때가 켜켜이 쌓인 조금은 낡은 어선에 다다르면 바람에 나부끼는 형형색색의 깃발과 갈매기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활어회 포장만 가능한 선상횟집 14곳에서 파는 우럭과 도다리, 광어는 1㎏에 자연산은 3만원, 양식은 2만5천원으로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이뿐만 아니라 선상횟집들은 간자미, 노래미, 낙지, 멍게, 꽃게 등 다양한 수산물을 취급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5월 초 징검다리 연휴도 끝났던 평일이었지만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선상에서 갓 떠온 회는 부둣가 옆에 펼쳐진 해변에서 바로 먹을 수 있다.
어디에서 먹든, 무엇을 가지고 와 같이 먹든, 이곳에선 떠난 자리만 깔끔하면 모든 게 자유롭다.
이웃의 생일을 맞아 부부 동반으로 야유회를 왔다는 김정주(60·경기 용인)씨는 "12만원에 우럭, 도다리, 멍게, 낙지까지 5명이 푸짐하게 먹고도 남을 회를 떠서 집에서 온 양념장에 쌈 채소와 같이 먹고 있다"고 말하며 기자 입에도 도다리 회가 가득 든 쌈 하나를 얼른 넣어주었다.
고등학교 죽마고우 셋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한 60대 방문객은 "바다를 보면서 먹는 게 아주 낭만적"이라며 "여기는 바가지도 일절 없어 얼굴 붉힐 일도 없고, 회도 싱싱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1년에 서너번씩은 꼭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산 삼길포항 [촬영 이주형]
◇ '차박'하며 여유 만끽…드론 배송도 하는 '힙'한 항구
서산 삼길산 북쪽 기슭에 있어 삼길포항이라 불린 이곳은 과거부터 실치(뱅어포)잡이가 성행했던 어촌마을이었다.
공업단지 조성을 위해 1980년부터 대호방조제 축조 공사, 대산항 건설 공사가 잇따르며 유동 인구가 늘었고, 1991년에는 국가 1종 어항으로 지정되며 방파제, 등대 등 여러 시설물이 들어오며 차츰 관광지로 변모하게 된다.
삼길포항은 유람선과 좌대 낚시를 즐길 수 있고, 인근 대산산업단지의 야경, 매년 여름에 열리는 우럭 축제까지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특히 선상횟집 바로 옆에 널찍이 자리 잡은 나대지는 차박(차에서 숙박) 인기 장소로 통해 사시사철 차박족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음식점, 편의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많아 차박에 유리하고, 뒷정리만 깔끔하게 한다면 별도의 비용이나 제지 없이 오롯이 쉼을 보장받을 수 있다.
줄줄이 늘어선 캠핑카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책을 읽는 청년, 바둑을 두는 노신사, 막내아들의 중학교 입학을 기념해 나들이 온 네 가족 등이 저마다 한갓진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삼길포항 서산 드론 배송센터에 착륙한 배송용 드론 [촬영 이주형]
한 없이 조용하고 여유로운 포구지만 전국 지자체 최초로 드론으로 물품을 배송할 만큼 '힙'하기도 하다.
포구 한쪽 끝에 마련된 서산 드론 배송센터에서는 지난 3월부터 매주 금·토·일 드론 배송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드론은 인근 좌대 낚시터로 음식이나, 음료수, 낚시용품 등을 실어 나르는데 상공을 날아 배달을 가는 드론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남편과 함께 2박3일 차박 여행을 온 황복녀(74·경기 연천) 씨는 "삼길포항은 우리 부부 인기 차박 여행지로 손에 꼽을 만큼 자주 오는 곳"이라며 "10년 넘게 다녀도 큰 변화가 없었는데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서 물건을 배송하는 걸 보니 세월이 흐르기는 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coo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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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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