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다카르 최종회"불가능은 나의 연료였다" 한국인 최초 다카르 완주자 최종림작가 인터뷰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3-21 22:14


최종림 작가 


저자 최종림 작가님은 프랑스 파리 4대학에서 현대 불문학을 전공한 엘리트이자, 한국 문단의 거목 미당 서정주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 ‘한국인 최초의 FISA 자동차 경주 자격증 취득자’이자 ‘지옥의 랠리’ 파리-다카르 경주를 완주한 불굴의 레이서이다.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야성을 한 몸에 지닌 창작자 최종림 작가. 최근 22회로 연재를 마친 《사하라에 지다》는 작가가 직접 몸으로 겪어낸 죽음의 사투와 인간 존재에 대한 시적 성찰의 기록들이다. 엔진 소리가 잦아든 사막의 끝에서, 이제는 펜을 들어 그날의 열기를 복기하고 있는 최종림 작가를 만나 '지옥의 랠리' 그의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자> 작가님의 이력은 정말 독특하고 입체적이십니다.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시인이면서, 한국인 최초로 국제 자동차 경주 자격증을 따고 사하라 사막을 완주한 레이서라니, 그야말로 펜과 핸들을 모두 잡은 '시인 레이서 모험가'이십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지평선을 마주했을 때, 작가님에게 사하라는 어떤 의미였나요? 


<작가> 거대한 사하라 앞에 섰을 때, 내자신은 미약한 모래 한 알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사막 또한 아주 작은 모래알 하나로부터 시작된다고 여기는 순간 내 안의 두려움은 경외심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 내가 사하라가 되자! 결국 이 경주는 '계산적이고 알량했던 나 자신의 이기를 정복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사하라는 저에게 겸손을 가르쳐준 가장 장대한 스승이었습니다.


<기자> 시를 쓰는 정적인 몰입과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랠리의 동적인 에너지는 상반되어 보입니다. 이 두 세계가 작가님의 내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작품으로 승화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작가> 랠리의 극한 상황에서 느끼는 팽팽한 긴장감은 시를 쓸 때 마주하는 고도의 섬세함과 같습니다. 시속 200km의 질주 속에서 오직 길만을 응시하는 그 순수한 몰입의 상태가 바로 시적 황홀경(Ecstasy)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핸들은 현실의 지평을 열어젖히고, 펜은 내면의 심연을 닦는 도구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결국 두 세계 모두 인간 존재의 한계를 시험하고 가치롭게 한다는 점에서, 제게는 본질적으로 같은 언어가 됩니다.


<기자> 한국인 최초로 국제 자격증을 따고 완주까지 하셨습니다. FISA 자격증과 완주의 의미와 당시 불가능에 가까웠던 도전을 감행하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작가> 당시 한국인에게 국제 자동차 경주 무대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이라는 단어는 저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는 가장 강력한 연료가 되었습니다. FISA 자격증 곧 국제 포장, 비포장 자동차 경주 참가 자격증은 따기도 지난 한 과정이지만 내게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인의 기개를 보여주겠다는 자존심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많은 자동차 경주중 가장 혹독하다는 Paris-Dakar 경주에서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넘나들면서도 끝내 완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내가 여기서 멈추면 한국 젊은이의 도전도 함께 멈춘다"는 사명감이었습니다.


<기자> 지금도 여전히 사하라의 그 뜨거운 열기와 끝도 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이 눈앞에 아른거리실텐데 연재를 마친 지금, 수십 년 전 사막 한가운데서 핸들을 잡고 사투를 벌이던 '청년 최종림'을 다시 회상하면 가장 먼저 어떤 감정이 느껴지십니까? 


<작가> 머리 위로는 이글거리는 태양이 내리쬐고 발밑에는 오직 끝없는 돌맹이와 모래뿐인 곳, 멈추는 순간 죽음과 실패만이 가혹한 보상이 되는 그 현장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믿고 거친 모래바람 속으로 돌진해야 했던 그 고집 센 한 한국 젊은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청년 최종림'은 지금 한국 젊은이 피속에 남아 도전의 기운으로 그들 가슴속에 대를 이어 살아있습니다.


<기자> 요즘 젊은 세대들은 보이지 않는 막막한 미래를 두고 마치 '사막을 걷는 것 같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작가님처럼 실제 죽음의 사막을 정면으로 돌파해 본 분의 시선은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지옥의 랠리'를 완주해 낸 선배로서, 지금 이 시대라는 거친 랠리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완주자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작가> 랠리 중 '페슈페슈(Fesh-fesh, 고운 입자의 모래늪)'에 빠졌을 때, 당황해서 액셀을 밟으면 차는 오히려 더 깊이 수렁으로 가라앉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막할 때일수록 조급함을 버려야 합니다. 깊은 모래에서는 타이어의 공기압을 낮추듯 마음의 힘을 빼고, 너무 먼 미래보다는 당장 눈앞의 1미터(오늘)에 충실하게 집중하십시오. 완주라는 거창한 목표에 매몰되기보다,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외롭게 달려온 자신의 용기를 믿어보시길 바랍니다.


<기자> 마지막 해안선 질주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작가> 마침내 다카르의 해안선을 지나 종착점 붉은 호수가 보일 때 느껴지던 그 서늘한 가슴에 이는 바람은 사막의 모든 열기를 단번에 씻어내 주었습니다. 하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환희보다는 형용할 수 없는 허전함 '지독한 허무'가 밀려 와 호숫가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리고"이제 더 이상 달려야 할 사막이 없구나"라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승리와 실패는 결국 하나의 선상에서 반복될 것이라는  운명적 체험이었습니다. 


<기자 > 이제 문학 이야기를 할텐데요. 오페라 시나리오부터 시, 소설, 오페라 극작, 영화 시나리오까지 장르의 경계가 없으십니다. 혹시 이번《사하라에 지다》 연재물도 영화나 뮤지컬 같은 다른 예술 장르로 확장할 계획이나 복안이 있으신가요? 


<작가> 하 ㅡ 그래요. Ai시대에는 전문적인 편파지식보다 인문학이 주가 되듯이 문학도 시 수필 소설등 한 분야만 즐겨 창작하는 것도 좋겠지만 문학 장르 전체를 섭렵하며 공부하는 것은 엄청난 깊이의 희열이었습니다. 특히 단편시 위주의 창작에 천착하는 젊은 한국 문학도 여러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연제를 끝낸 《사하라에 지다》는 그 동안 많은 곳으로 부터 드라마, 뮤지컬 단체들로부터 제의를 받아 왔고 특히 영화 제작 제의를 여러 감독님들로 부터 받은적 있었습니다. 사실 그렇게만 할 수있다면 블록버스터 명작영화가 나올겁니다. 하지만 사실 사하라 사막의 광포함을 아는 제가 수많은 스텝들과 장비 그리고 많은 경주 자동차들을 투입하여 촬영 작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들 감독님들의 의욕을 막아 왔었습니다.하 ㅡ

하지만 아주 최근,이제 사하라 사막  영상작업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고도화 된 실황,실물같은 AI 작업의 도움을 받는다면 많은 촬영작업을 간소화 할 수있을 것같으니까요. 


<기자> 최근 현대 시단(詩壇)은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교와 형식이 다변화되는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하여 전통적 서정과 현대적 지성의 접점을 고수해 오신 작가님께서는 작가님만의 고유한 시의 본질과 시론(詩論)을 어떻게 정립하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작가> 네, 평소 쉽고 간편하게 창작할 수 있어 즐겨 다루던 단편시에만 집중했던 저는 이 장대한 사하라 여정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어졌습니다. 서사시(Prose)로 말입니다.

나는 문학에 꿈을 둔 어린 시절 부터 내재율과  외재율이 혼용된 단편시를 공부하고 즐겨 창작해 왔지요. 우리 선배 시인들의 주옥같은 단편시를 100여편 외워 수시로 읊조리곤하며 네 인생을 위로 삼았었습니다. 그만큼 단편시도 분명 중요하지요. 

하지만 정작 나는 나의 첫 시집을 서사시로 내었습니다. 

빠리에서 불어로 출간한 <'A la rencontrer Dieux'(임마중)이었습니다. 두려움이 없었던 건지 간이 큰건지... 대한민국 내 모국어의 시정으로 충만해 있던 내가 프랑스의 유구한 그네들 시적 전통을 좇아 시를 배우고 그 풍으로 시집을 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먼 동양에서 온 젊은이에게는 분에 맞지도 않았고 참 버거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작업으로 나는 분에 넘치는 관심과 성취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귀국 이후에 우리말 시집을 내어야 한다는 미당 스승님의 거듭된 잔소리에 나는 한글 단편시 시집 <예삐나>를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연재한 <사하라에 지다>라는 서사시집을 한글과 영문 판으로 내었습니다. 이것은 내가 평생을 익히고 즐겨온 짧은 나의 단편시와는 또 다른 한풀이였다. 내가 가진 모든 시정과 시어들로 내 인생의 한 부분을 보다 긴 호흡으로 노래하고 이야기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우리 시 창작에 뜻을 둔 젊은 시인들이 천편일률적인 단편시 뿐 아니라 장편 서사시에도 눈을 돌리고 마음을 내어주기를 간곡히 바라고 싶습니다. 


인류 최고의 서사시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부터 중세의 많은 음유 서사시 들은 유명 오페라, 연극,교향곡 등의 영감의 원천이었고 심지어 가사로도  직접 인용되기도 했었습니다. 


이제 적당한 길이, 천편일률적인 디자인, 외재율과 내재율의 부재 또는 부조화 즉 줄만 바꿔쓰면서 외재율의 의미는 결여된... 그런 단편적인 서정시뿐만이 아니라, 더 길고 깊은 호흡으로 체험적 인생 이야기, 역사를 젊은 시인 여러분의 시정으로 노래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산문시, 장편시, 서사시! 말입니다.

정녕 그것은 자아없는, 기교만 배운 AI가 흉내낼수없는 것이고 또한 그래서 우리 시문학의 쪽수가 단편시만을 넘어 균형있게 맞추어 지기를 감히 염원해 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가> 지옥의 랠리를 완주했던 그 치열한 기억은 제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입니다. 삶이 아무리 고달파도 그때의 뜨거움을 떠올리면 다시 용기가 생깁니다. 여러분의 삶 속에도 분명 브레이크와 액셀이 존재하며. 그 사이에 전진을 결정하는 결코 자동(Auto)일 수없는 인생 기어(Gear)는 바로 여러분의 '도전적 용기'입니다. 

Ai의 천지용천에 주눅들지 말고 강렬하게 도전하십시요.


그리고 힘든 사하라 여정을 끝까지 함께 해주신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께 거듭 큰 감사를 드리며 다카르에서 마지막 서사시 일부분을 님들께 읊조리며 다음 기회의 작품을 통해 여러분의 가슴을 두드리겠습니다.  _남한강 기슭에서 최종림



"언제나 곱고 은밀한 것들만 있으면

바다로 데리고 나왔던 지난날,

바다는 항상 큰 용기로

나를 용솟음하게 했고,

그것들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 


        _시 '방향 다카르' 일부에서_



"인터뷰 내내 작가의 눈빛은 여전히 사막의 태양처럼 이글거렸다. 여전히 새로운 문장의 길을 개척하는 현역 레이서였다. 그의 랠리는 연재는 종료되었지만 이제 독자들의 가슴 속에서 새로운 출발선을 그리고 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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