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바른 소통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5-12-29 22:22

바른 소통





나는 25여년전 아주 운 좋게 딸들에게 '잘하라'는 말보다는 '바르게 하라'고 교육하게 된 계기가 일찍 왔다. 그 딸이 유치원을 다닐 때, 가위바위보를 내가 이기면서 빨리 끝내고 싶어서 검색을 해봤다. 세계가위바위보협회(World RPS Society·1918년 창립)가 가장 최선의 공격은 '보'라고 했다. 이게 한두 번은 되더니 나는 매일 졌다. 한참 뒤에 아이가 아내에게 말했다. "아빤 맨날 보자기만 낸다." 우습게 본 적군에게 파악당했을 때 그 무너짐의 여파는 상당히 강했다. 바른 소통의 최대 적(敵)인 '상대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 내가 지배당해서 게임으로 즐겁게 소통해야 하는 아빠의 본분에도 충실하지 못했다.


비단 가족뿐만이 아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고 있다 보니, 전략·생산·재경·공정 등 매시간 주제는 다르지만, 거의 매일 보는 사람들과 거의 매일 비슷한 주제의 토론 배틀이다. 이 토론 배틀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논리에 근거한 깊은 고민의 품격이 전제되어야 하고, 본인의 과거 언행이나 논리와 충돌이 없어야 한다. 문장은 매일 세련되게 연단되고, 긍정적 자극 속에 상호 이해 속도는 빨라지고, 궁금함이나 반대 의견이 나와도 되돌아가서 병목구간을 해소하는 노력도 즐거워진다. 그런데 거의 매일 똑같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하고는 침묵으로 분위기를 무겁게 하는 분도 많지만, 논리적 접근도 부족하고, 고민의 흔적도 약한데, 이 배틀에서 무조건 이겨보겠다는 심산으로 귀를 닫고, 본인 의견만 거칠게 던지는 경우를 더 많이 겪는 것이 현실이다.


어려운 시기에도 에너지와 관계의 축적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는 나로서는, 돈이 안 될 거라면서 혼자 먼저 결론에 도착하며 아는 척을 하지만, 실상은 움츠리며 나태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이 아쉽다. 왜냐하면 반목만 깊어 가는 악순환이 곧 올 것이고, 그 시작은 대개 거칠게 던져지는 냉소적인 언어이다. 순식간에 조직에는 '다음에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는 전염병이 돈다. 환경이 어렵다고 반드시 회사가 손해나는 것도 아니듯이, 손해가 난다고 직원들이 무조건 반목하는 게 아니다. 즉 직원들의 반목은 결국 조직 내에서 오가는 언어 속에 소통의 적인 '나는 너의 말을 알겠고, 상황도 이미 꿰뚫고 있다'는 오만에서 출발하는데 본인 빼고는 모두가 그것이 오만임을 알고 있고, 부서 막내까지도 그 이면의 나태함까지 꿰뚫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거친 언어,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상대보다 더 영악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쉽게 몰입되면서 정작 본인 스스로가 무너지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실존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가 '숲길(Holzwege)'이라는 책에서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Die Sprache ist Das Haus des Seins)"고 했다. 토론 배틀에서 거칠게 나뒹구는 언어들이 바로 자신이라는 거다.


뭔가 곤두섬이 날카로운 대한민국의 요즘이지만, 고민의 품격과 예의를 갖춘 소통으로 충분히 설득당하고 싶다. 바른 소통은 우리 사회를 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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