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닮기

“나는 돈키호테를 배우고 싶다… 작은 지혜를 믿어 무엇하며, 작은 역량을 헤아려 무엇하며, 결과와 여하를 따져 무엇하랴.” 시와 술, 기행과 풍류로 격동의 시대를 살다 간 수주(樹州) 변영로(卞榮魯)의 삶은 말 그대로 소설속의 돈키호테를 연상케 한다.
중세 기사도에 매료된 광인 돈키호테는 세상의 부정과 맞서 싸우기 위해 모험에 나선다. 그는 풍차를 거인으로 생각하고, 양떼를 교전 중인 군대로 생각하며, 포도주가 든 가죽 주머니를 상대로 격투를 벌이기도 한다. 가는 곳마다 미치광이 취급을 당하지만 그의 용기와 고귀한 꿈은 꺾이지 않는다.
659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이 소설에서는 ‘인간’에 대한 통찰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명언, 명장면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다. 돈키호테의 기사도 정신이 광인의 삶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중세처럼 오늘날도 인간들의 삶은 늘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좌절하고 괴로워한다. 돈키호테가 시공을 초월해 ‘인류의 책’으로 사랑받아온 이유다.
‘돈키호테’가 발간된 지 400년이 지났다. 본고장인 스페인은 물론 서울에서도 국제학술회의가 열리는 등 돈키호테 붐이 재현될 모양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돈키호테가 너무 희화화되어 왔다. 정직한 사람들이 ‘돈키호테적 몽상가’로 취급되는가 하면, 아집과 독선, 한탕주의가 ‘돈키호테적 용기’로 정당화되기 일쑤다. 차제에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어보고 자기성찰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며, 아무리 조롱받고 상처를 입어도 끝까지 한사람이라도 노력한다면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돈키호테의 메시지는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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