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장환문학제, 한국 시단의 미래를 비추다

박상봉 기자

등록 2025-09-15 07:57

박상봉 시인한국 시단의 ‘3대 천재’로 불리는 오장환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30회 오장환문학제가 충북 보은에서 열렸다. 시인의 고향에서 치러진 이 축제는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한국 현대시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행사 첫날의 혼맞이와 글쓰기 대회, 학술세미나는 오장환을 기억하는 전통적인 의례이자 학문적 성찰의 무대였다. 둘째 날의 문학기행과 음악회, 그리고 시상식은 그의 정신이 오늘의 시인들과 독자들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13일 오후 시상식에 앞서 열린  안상학·박남준·이운진 시인과의 만남이 마련돼 관객과 깊은 교감을 나눴다.

충북 보은에서 30회째 열려온 오장환문학제는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다. 한국 시단의 3대 천재로 불리며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오장환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자리이다.


문학제는 추모 의례와 학술 세미나, 문학기행과 음악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할 대목은 문학상 시상식이다. 김언희 시인은 시집 『호랑말코』에서 보여준 강렬한 돌파력으로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했고, 대학생 장윤아 씨는 날카로운 시대 인식과 유머 감각으로 신인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디카시 부문에서 안세현 씨가 보여준 시·영상 결합 실험 역시 오장환의 문제의식을 오늘적 언어로 계승한 사례라 할 만하다.


이러한 성과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문학제가 과거의 업적을 되새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험정신을 어떻게 현재와 미래로 확장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던진다. 오장환이 1930년대에 언어와 형식의 경계를 허물었듯, 오늘의 시 역시 새로운 매체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이번 행사의 성격 또한 중요하다. 문학이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공동체 전체가 함께 누리는 문화 자산임을 확인시켰기 때문이다. 시를 통한 문화의 확산은 결국 지역의 삶과 교육, 그리고 미래 세대의 감수성을 키우는 토대가 된다.


문학은 현실과 유리될 때 생명력을 잃는다. 오장환문학제가 단순한 기념의 장이 아니라, 실험과 도전의 불씨를 이어가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시가 다시금 사회를 흔들고, 언어의 경계를 넘어서는 날, 우리는 오장환의 진정한 후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상봉

박상봉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등록일자2025-07-05
오픈일자2025-07-05
발행일자2025-07-05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이메일yong727472@naver.com
주소 인천 서구 원당대로 628 714호 보미 골드 리즌빌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