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본질 위협하는 與 대표 경선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찬대·정청래 두 후보가 이른바 ‘명심(明心·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대결’을 하고 있다. 박 후보가 “대통령 눈빛만 봐도 안다”고 하자 정 후보는 “눈빛을 안 봐도 안다”고 반격했다. 이는 민주당을 이 대통령의 수직 통치 구조로 바꾸겠다는 의중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 두 후보는 서로를 자신이 ‘내란’을 종식할 적임자라며 선명성 경쟁에도 몰입한다. 이 대통령이 “총칼로 국민 주권을 빼앗는 내란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화답하는 분위기다. 정 후보는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우선이다”면서 국회가 본회의 의결로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반면, 박 후보는 “내란 세력과 협치도 타협도 거래도 없다”면서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 갔던 국민의힘 의원 45인 제명 결의안을 제출했다. 여당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이런 발상을 하고 발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누가 민주당 대표가 되든 한국 민주주의와 정당정치가 회복 불가능한 퇴보로 이어질 위험성이 커졌다.
민주주의와 정당에 대해 깊이 연구한 폴란드 출신 미국 정치학자 아담 프셰보르스키 교수는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갈등의 제도화된 관리”임을 강조하며, 정당이 바로 이 갈등을 흡수·조정하며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정당이론에 따르면, 대통령과 집권당은 단순히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견제하고 보완하는 ‘경쟁적 공존’의 관계여야 한다. 즉, 당은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때로는 비판하고, 때로는 대안을 제시하며 건전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대통령의 수직 통치 아래 있게 되면 이러한 경쟁적 공존이 실종되고 당이 ‘대통령의 사설 조직’ 또는 ‘거수기’로 전락하게 된다.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권력 분립과 견제와 균형을 치명적으로 훼손하게 된다. 여당이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보다는 대통령의 의지만 대표하게 된다. 대통령의 생각과 지시에 종속될 위험이 커진다. 결국, 민주주의의 핵심인 국민주권 원칙을 약화시키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이 힘주어 표방한 ‘국민주권정부’ 구상은 일장춘몽이 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인사말에서 “공존과 통합의 가치 위에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내란을 종식하고 야당을 없애겠다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되면 어떻게 통합과 협치가 가능하겠는가? 결국 ‘정치 보복’과 ‘적폐청산 2’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여야 간에 극단적 대결 정치가 난무할 것이다. 민주당은 내란 종식 논리에 갇혀, 실제 민생 문제를 등한시하고 책임 있는 집권 세력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제라도 민주당 대표 경선이 정상화돼야 한다. 표를 많이 얻기 위해 과격한 주장을 하고 선명성만 강조할 게 아니라, 어떻게 국정을 이끌고 야당과 담대한 협치를 할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이념적 편향성을 넘어 민생정치를 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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