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염포산터널 통제, 시민에게 불편을 요구하기 전에 행정부터 책임져야 한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11-02 11:52

-배성근


 사진 제공 = 시와늪문인협회 배성근 회장


울산 염포산터널 동구방면이 11월 2일부터 8일까지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전면 통제된다. 염포산1·2터널의 균열을 보수하고 조명시설과 도로표지병 등 안전시설을 정비하기 위해서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공사라면 통행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 위험을 방치하는 것보다 잠시 길을 돌아가는 편이 낫다는 사실을 시민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터널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사실만큼 중요한 것은 왜 그 위험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느냐는 점이다. 이번 통제는 단순한 보수공사가 아니라 울산시의 시설물 안전관리 체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터널은 시민의 일상과 생업을 연결하는 핵심 교통시설이다. 수많은 차량이 매일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안전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행정의 기본 의무다. 균열이 발생한 뒤 보수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정기적인 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위험 징후를 놓친 것은 아닌지, 유지관리 과정에 허점은 없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리가 적절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안전은 사고가 없었다는 결과가 아니라 위험을 얼마나 철저히 예방했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번 공사도 눈에 보이는 균열을 메우고 조명을 교체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터널 구조물 전반은 물론 배수시설과 소방·방재시설, 환기시설 등 안전과 직결되는 모든 설비를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문제가 확인되면 근본 원인을 찾아 재발 방지 대책까지 마련해야 한다. 보수는 일시적인 조치일 수 있지만 안전관리는 지속적인 책임이다.


시민 불편을 줄이는 일 역시 행정의 몫이다. 야간 통제라고 해서 도로 이용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화물차 운전자와 야간 근무자, 새벽 출근자에게는 그 시간이 생업과 직결된다. 성내삼거리에서 방어진순환도로로 우회하도록 안내했다면 우회도로의 교통량과 병목현상, 교차로 혼잡 가능성까지 사전에 분석했어야 한다. 통제 사실을 알리는 것과 시민이 불편 없이 우회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도로 전광판과 홈페이지에 통제 안내를 게시했다고 행정의 역할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운전자가 통제구간에 접근하기 전에 우회로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주요 진입로와 교차로에 안내표지를 충분히 설치해야 한다. 교통 혼잡이 예상되는 지점에는 관리 인력을 배치하고, 예상치 못한 정체나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행정의 편의에 맞춘 안내가 아니라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설계한 안내가 필요하다.


공사기간을 지키는 것도 시민과의 약속이다. 일주일 동안 불편을 감수해 달라고 요청했다면 정해진 기간 안에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일정이 변경된다면 지연 사유와 진행 상황, 추가 통제계획을 즉시 공개해야 한다. 시민에게 협조를 요구하면서 정작 행정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신뢰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민의 인내를 행정의 편의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책임은 계속되어야 한다. 보수를 완료했다는 발표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보수했고, 어떤 안전점검을 실시했으며, 확인된 문제는 무엇이고, 향후 관리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시민에게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공공시설의 안전은 행정기관 내부의 보고서로 끝날 일이 아니다.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투명한 결과 공개가 뒤따라야 한다.


도로는 단순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아니다. 그 위에는 출근하는 사람의 시간과 생계를 책임지는 노동자의 하루, 가족을 만나러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놓여 있다. 따라서 교통 통제는 시설물만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 조치가 아니다. 그 길을 이용하는 시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안전을 이유로 통제한다면 그만큼 시민의 시간과 불편을 헤아리는 책임 있는 행정이 따라야 한다.


시민은 안전을 위해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 문제는 행정이 그 협조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시민에게 불편을 요구하기 전에 행정은 예방점검을 제대로 했는지, 통제와 우회 대책을 충분히 마련했는지, 공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 답해야 한다. 시민의 협조는 행정의 책임을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다.


이번 염포산터널 통제가 단순한 균열 보수로 끝난다면 행정은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울산의 주요 터널과 도로시설 전반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문제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방식에서 위험을 미리 찾아내는 예방 중심의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예산도, 인력도, 지속적인 관심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시민에게 돌아가라고 요구하는 행정이라면 그 길이 안전한지부터 책임져야 한다. 시민이 감수한 불편은 행정의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 시민의 협조를 요구할 권리는 행정의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염포산터널 정비가 울산시 안전행정의 책임과 신뢰를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시와늪 대표 배성근 (시인.수필.소설.평론(비평).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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